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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차라떼샷추가 Feb 17. 2023

연봉 면담, 잘할 수 있을까?

부서장이 되고 달라진 점 - 3편 [연봉 면담]

회사에서 부문 리더가 되었습니다. 부문은 여러 팀을 묶은 상위 조직입니다. 부문 리더가 되니 팀 리더일 때와는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집니다. 부문 리더는 처음이라 생소하지만, 새로운 역할 경험을 통해 배울 생각을 하면 마음이 두근두근합니다. 앞으로 틈틈이 부문 리더 역할을 하며 느낀 점들을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오늘은 3번째 순서로 연봉 면담에 대한 내용입니다.


1) 자기 사람을 직접 데려올 수 있어야 한다. (링크)
2) 담대하게 외쳐라 "책임질 테니 진행해!" (링크)
3) 연봉 면담, 잘할 수 있을까?


3. 연봉 면담, 잘할 수 있을까?


아뿔싸. 부서장이 되니 구성원들과 연봉 재계약 면담을 해야 된다고 합니다. 다음 주부터 면담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 일은 해본 적도 없고, 해야 된다는 생각조차 못했습니다. 리더가 되니 부서 업무 외에도 조직 관리 측면에 여러 가지 업무가 많다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인재 영입과 의사 결정 업무는 어렵지만 부담은 없었는데, 연봉 면담은 해야 한다는 그 자체로 부담이 됩니다. 구성원 연봉을 알게 된다는 사실도, 연봉 결정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사실도 부담입니다. 부담은 되지만 이 또한 리더의 역할이라면 잘해보고 싶습니다.


이전 직장에서 만났던 리더들은 어떻게 연봉 면담을 했는지, 당시 저는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복기를 해봤습니다. 그런데 그 경험이 썩 유쾌하진 않았습니다. 당시 부서장들은 나름대로 객관적으로 연봉인상률 산정 근거를 설명했지만, 그 설명을 납득했던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많이 올라도 그 이유를 모르고, 적게 올라도 그 이유를 잘 몰랐습니다. 면담 이후에도 뭘 어떻게 해야 다음에 더 잘할 수 있는지도 모호했습니다. 부서장도 저도 과정과 근거는 없었고, 결과를 정당화하기 위한 변명과 서로의 주장만 오가는 소모적인 자리로 밖에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제가 연봉 면담을 하는 구성원들은 제가 경험한 바와는 다른 경험을 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연봉 면담이 감정적이고 소모적이고 형식적인 자리가 아니라,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서로의 기여에 감사하며 서로에게 더 맞는 방향으로 가까워지는 자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연봉 면담 한번 안 해본 사람이 순진한 희망사항만 적어놓은 듯하네요. 그래도 연봉 면담이 '원래 그래~' 라며 받아들이기보다는 더 나은 방법을 찾아보고 싶습니다.




이번 연봉 면담이 부담되지만 두렵지는 않습니다. 그 이유를 떠올려 보니 몇 가지가 있네요. 먼저, 구성원들의 역량과 기여도를 충분히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작년 4월에 처음 팀장이 되고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은 업무 보고 받는 일이 아니라, 1 on 1 일정 잡기였습니다. 회사에서는 1달에 1번씩 구성원과 1 on 1 면담을 권고하고 있지만, 저는 모든 팀원과 매주 1 on 1 면담을 했습니다. 매주 만나서 제가 발견한 구성원의 인상적인 모습을 설명하고, 구성원 스스로 문제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노력한 사례를 들었습니다. 그와 함께 현재 역할과 역량, 그리고 향후 커리어에 대한 고민을 함께하고, 그 시점마다 피드백을 주려고 했습니다. 그 면담 기록들은 날짜별로 차곡차곡 쌓여 있고, 저와 해당 구성원이 언제든 열어볼 수 있도록 해두었습니다. 이번에 조정된 구성원들의 연봉상승률 수준이, 그동안 구성원들과 면담하고 피드백을 주었던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적어도 연봉 면담에서 구성원들이 깜짝 놀랄 일은 없을 걸로 예상은 합니다. 물론 아직 면담을 시작하지는 않아서 저만의 생각일 수도 있습니다.


연봉 면담이 두렵지 않은 또 한 가지 이유는, 회사에서 경영진이 직접 전체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연봉 재계약 계획과 원칙, 고려 사항, 기대 수준 등을 투명하고 상세하게 공유해 줬기 때문입니다. 그 내용을 문서로도 정리해서 공개하고, 질의응답도 개별적으로 받으며 사전에 구성원들이 가질만한 오해와 우려를 해소시켜 주었습니다. 게다가 연봉 면담은 처음인 저를 위해서 경영진은 면담 진행 시 고려 사항 등도 사전에 코칭을 해주었습니다. 이번 연봉 면담에서 경영진은 경영진이 해야 할 일을 했으니, 이제는 제가 남은 리더의 몫을 해내기만 하면 되는 상황입니다. 여기서 제 역할은 경영진이 공유한 전체 가이드라인에 따라 구성원 개인별 성과 및 평가결과 고려해 면담을 진행하기만 하면 됩니다.


연봉 협상이 두렵지 않은 마지막 이유는, 지금 회사의 구성원 평가와 연봉 재계약이 절대평가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절대평가는 구성원이 전년도에 비해서 얼마나 역할이 확대되고 역량이 성장했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다 보니 연봉 면담에서도 앞으로 지금의 자신보다 어떻게 더 잘하게 될 것인지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을 합니다. 이 경우에는 리더로서 모든 구성원들에 성장을 돕겠다고 말하며 같이 조직 차원에서 으쌰으쌰 힘을 내는 분위기를 만들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전 직장에서는 상대평가를 기준으로 했는데, 면담 결과는 결국 "누가 누구보다 잘했다. 못했다."는 얘기로 귀결이 되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그러면서 리더는 '나는 공명정대한 심판자이니 너 스스로 동료보다 더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하라'는 뉘앙스를 전달하는 것으로 끝이 났습니다. 그리고 면담 기간이 끝나면 부서로서 단합은커녕 구성원들은 서로를 자신의 성공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습니다.




리더 역할은 정말 산 넘어 산이네요. 철없던 신입사원 시절에는 '리더는 일도 안 하고 말만 하면서 돈은 많이 받는다'라고 생각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그때는 리더가 조직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존재인지 몰라서 그런 얘기를 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만난 리더들 중에는 반면교사로 삼을 사례도 있었지만, 진면교사로 삼고 싶은 고마운 분들도 계십니다. 지금까지 저를 배려해 주고 성장시켜 주셨던 그분들의 마음이 지금에서 더 와닿습니다. 다들 보고 싶습니다.


연봉 면담 잘할 수 있겠죠? 이번에 한번 해보고 뭔가 추가로 깨닫는 바가 있으면 후기도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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