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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차라떼샷추가 May 20. 2024

결혼도 대물림?

1715일째 육아 중


한울이와 결혼식에 다녀왔다.

같이 간 적은 처음인 듯싶다.

예식 시작 1시간 전에 도착해서

예식장을 구석구석 둘러봤다.

한울이와 손 잡고 레드카펫을 걸었다.

오래간만에 친척들과도 인사를 나눴다.

사촌 동생 결혼이라 친척이 많이 왔다.

이모할머니들이 특히 한울이를 이뻐했다.

마음만큼 가득히 용돈을 주셨다.

용돈 받은 한울이는 이모할머니들에게 잘 안겼다.

이젠 제법 사회생활 할 줄 안다.



예식장 안은 넓고 화려했다.

꽃과 촛불과 조명으로 꾸며져 있었다.

한울이는 촛불에 관심을 가졌다.

자리 앞에 놓인 촛불을 보더니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쳐다봤다.

"아빠~ 이거 한번 꺼볼까?"

단호하게 안 된다고 얘기했다.

그러자 한울이는 협상을 시도했다.

"딱 하나만?"

하나는 괜찮겠다 싶어 허락했다.

한울이는 촛불을 향해 바람을 불었다.

부드럽게 후우~ 후우~ 하며.

촛불이 바람에 흔들려 살랑거렸다.

한울이는 살랑이는 촛불을 관찰했다.

그러다 힘 조절을 잘못해 불을 꺼뜨렸다.

아쉬워하는 표정이 얼굴에 역력했다.

나를 보더니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하나만 더...?"



예식 전에 한울이에게 결혼에 대해 알려줬다.

평생 사랑하겠다고 약속하는 자리라고.

그 말을 듣고 한울이가 물었다.

"엄마아빠는 언제 결혼했어?"

"음.. 12년도 넘었네"

"한울이 태어나기 전에?"

"그럼! 훨씬 전에 결혼했지"

"아빠가 엄마 많이 사랑했거든. 지금도 그렇고"


한울이 질문에 아내와의 결혼식이 떠올랐다.

벌써 아득할 만큼의 세월이 지났지만

그때의 설렘과 기쁨만큼은 여전히 생생했다.

대학생 때 겁 없이 결혼했다.

사랑 하나 믿고. 사람 하나 믿고.

그동안 행복했고 앞으로 더 행복할 것 같다.

게다가 장난꾸러기 한울이도 만났으니.

결혼은 내 인생 최고의 선택이 되었다.



한울이가 아내와 나를 보면서

가족 안에서 행복을 느끼고

부부 됨의 의미를 이해하면 좋겠다.

그리고 결혼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면 좋겠다.

요즘 젊은 세대가 결혼하지 않는 이유에는

부모의 결혼 생활도 영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결혼은 기쁨이고 축복이고 행복이다.

아이에게 이를 가르치는 건 말이 아니라

삶으로 살아내는 모습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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