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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미 Oct 19. 2017

추억의 빛

반짝반짝 빛나던 추억은 마음의 연료가 되어준다.




조금 먼 곳에서부터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곧 해가 저무는 저녁시간, 버스 차창 밖 하늘은 아름다운 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해는 지평선 아래로 반 정도 몸을 숨기고 하늘은 황금색과 분홍색이 그러데이션으로 펼쳐지며

구름마저 달콤한 색으로 물들였다. 그 풍경이 몹시 황홀해서 눈부신 것도 잊은 채 한참을 바라봤다. 


그러던 중에 버스가 갑자기 터널로 들어섰다.

여전히 내 눈에 남은 노을빛이 터널 안 어둠 위를 떠다녔다.

꽤 긴 터널이었는데도 떠다니는 찬란한 빛 덕분에 캄캄함을 느끼지 못했다.

그것이 마치 추억의 빛과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름답게 빛나는 추억은 어둠 속을 걸어야 할 때 견딜 수 있는 힘이 되어 주기도 하니까. 

눈앞의 형체는 시간 앞에 희미해지겠지만, 순간의 반짝임은 오랜 잔상으로 남는다. 

눈을 감고 있어도 떠올리면 반짝반짝 눈이 부신 기억. 눈부신 빛을 바라본 후에 눈을 감으면

어둠이 아닌 빛이 보이는 것처럼, 비록 한때라 할지라도 정말로 소중하고 아름다운 순간은

마음속에서 오래도록 따뜻하게 빛난다. 


축축한 어둠이 길게 이어지는 터널을 통과할 때까지 덜 어둡고 덜 춥게 만들고, 다시 빛으로 향하게 하는 일. 


나는 그것이 살아가는 데 희망의 연료가 되어 준다는 걸 믿는다. 






#열네 번째 번짐

쓰다듬고 싶은 모든 순간 _ 민미레터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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