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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강. 왜도와 첨도

확률로 돈을 번다

by 골드펜

숨어 있는 ‘위험한 꼬리’를 읽는 법


투자에서 앞서 본 통계처럼 주식 가격이 움직인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평균과 표준편차가 모든걸 설명해 줄것 같지만, 평균과 변동성만으로는 진짜 위험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수익이 일정하게 나다가도, 어느 날 한 번의 큰 폭탄으로 모든 수익이 날아가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이 숨은 위험을 보여주는 두 가지 지표가 바로 ‘왜도(Skewness)’와 ‘첨도(Kurtosis)’입니다.


1. 왜도(Skewness) — “분포의 한쪽으로 치우침”


왜도는 수익률 분포가 왼쪽(손실 쪽) 혹은 오른쪽(수익 쪽) 으로 얼마나 치우쳐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값이


0이면 대칭적 (정규분포) 수익과 손실이 균형 잡혀 있음
> 0이면 오른쪽 꼬리(양의 왜도) 자주 손실이 나지만, 가끔 큰 수익 발생 (예: 옵션 매수, 롱테일 전략)
< 0이면 왼쪽 꼬리(음의 왜도) 자주 수익이 나지만, 가끔 큰 손실 발생 (예: 옵션 매도, 레버리지 전략)


음(-)의 왜도는 ‘드물지만 큰 손실 위험’이 숨어 있다는 경고등입니다.


예)

양(+)의 왜도
복권이나 콜옵션처럼 대부분 잃지만, 아주 가끔 대박이 터집니다.

한 번의 상승이 모든 걸 바꾸는 구조입니다.


음(-)의 왜도
매일 조금씩 이기다가 어느 날 큰 폭으로 잃는 구조입니다.
평소엔 안전해 보이지만, 한 번에 무너지는 전략입니다.


즉, 왜도는 전략의 ‘수익 패턴의 성격’을 보여줍니다.
자주 이기지만 드물게 크게 지는 전략인지, 혹은 자주 지지만 한 번 크게 이기는 전략인지.



2. 첨도(Kurtosis) — “꼬리의 두께, 극단값의 빈도”


첨도는 분포의 꼬리가 얼마나 두꺼운지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쉽게 말해, “극단적인 수익·손실이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가”입니다.


값이


3이면 정규분포 수준 (엑셀 KURT에서는 0으로 표시): 정상적인 변동성
> 3 (양의 초과 첨도) 꼬리가 두꺼움 → 극단값이 자주 발생: “Fat-tail” 위험 존재
< 3 (음의 초과 첨도) 꼬리가 얇음 → 극단값 드묾: 안정적 수익 분포


첨도가 높을수록, 예상치 못한 급락이나 폭등이 자주 나타난다는 뜻입니다.
평균적으로는 안전해 보여도, ‘검은 백조(Black Swan)’ 같은 사건에 취약한 구조죠.


예)

복권

양의 왜도이면서 첨도가 높습니다.

대부분 손실이지만 극단적 수익이 가능합니다.


적금

왜도가 0에 가깝고, 첨도가 낮습니다.

거의 일정한 수익을 보장해 줍니다.


옵션 매도

음의 왜도이면서 첨도가 높습니다.

작은 이익을 꾸준하게 보장하지만, 극단적 손실 위험이 있습니다.


왜도는 방향(어느 쪽으로 치우쳤나), 첨도는 강도(꼬리가 얼마나 두꺼운가) 를 보여줍니다.



투자에서 왜 중요할까?

평균 수익률과 샤프지수는 “평소”의 상태를 보여줍니다.
왜도와 첨도는 ‘비정상적인 날’을 설명해줍니다.


샤프지수: 수익의 평균 ÷ 변동성 → 안정성 중심

왜도와 첨도: 비대칭성과 꼬리 위험 → 사고 가능성 중심


예를 들어,

샤프지수는 높지만 왜도가 음수라면 조용히 터지는 전략입니다.

평소엔 잘 버는데, 위기 한 번에 몰락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샤프가 낮더라도 왜도가 양수라면 언젠가 터질 가능성이 있는 전략입니다.
오래 기다리면 한 방에 수익을 내는 구조라고 볼 수 있습니다.

Sharpe는 ‘평균적 성과’를, 왜도·첨도는 ‘비정상적 리스크’를 말해줍니다.


3. 엑셀 실습

(D열 = 일별 수익률)

왜도: =SKEW(D3:D1000)

첨도: =KURT(D3:D1000)


실전에서 주의할 점

거래가 매일 일어나지 않는 전략(예: 특정 신호일만 진입)은 수익률이 0인 날이 많아서 첨도가 왜곡됩니다.

이럴 땐 거래가 실제 발생한 날만 필터링해야 합니다.


=SKEW(FILTER(D3:D1000, D3:D1000<>0))

=KURT(FILTER(D3:D1000, D3:D1000<>0))

이렇게 하면 진짜 거래일의 분포 모양을 정확히 볼 수 있습니다.


실전 사례

S&P 500의 최근 10년 일간 로그수익률 기준으로 왜도와 첨도를 계산해 보았습니다.


왜도 (skewness): -0.6761
첨도 (kurtosis, excess): 16.3112


왜도 -0.6761은 왼쪽 꼬리가 더 두껍다는 의미입니다.
즉, 시장은 상승할 때는 부드럽게 올라가지만, 떨어질 때는 더 빠르고 깊게 떨어지는 경향을 가집니다.

첨도 16.31은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치입니다.
평균 주변에서는 조용한 것처럼 보이지만, 가끔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의 큰 변동성이 폭발적으로 나타나는 전형적인 fat-tail 구조입니다.


기술주 ETF XLK의 최근 10년 로그수익률을 보면, 왜도 -0.3089, 첨도 9.7578로 S&P500보다는 완만하지만, 역시 하락 꼬리가 두껍고 순간적인 급변이 존재합니다.

금융주 ETF XLF는 왜도 -0.5862, 첨도 15.1853으로 기술주보다 하락 압력이 더 강하고, 극단적 충격이 더 자주 등장하는 시장의 성격을 보여줍니다.


결국 이런 지표들이 말하는 것은 하나입니다. 우상향처럼 보여도, 가끔 등장하는 큰 변동성 한 번이 계좌의 몇 년 수익을 통째로 지워버릴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시장은 대부분의 날 차분하지만, 가끔씩 폭풍처럼 몰아칩니다. 그래서 “시장에 순응하라”는 말은 단순히 흐름을 따라가라는 뜻이 아닙니다. 어쩌다 한 번 오는 그 폭풍조차도 시장이라는 친구가 내미는 한 조각의 현실로 받아들이라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평온도, 변동도, 시련도 모두 시장의 일부입니다.

이걸 인정하는 순간, 투자는 비로소 ‘싸움’이 아니라 ‘관찰’이 됩니다.
맞서기보다, 받아들이며 대응하는 단계로 올라섭니다.


마무리

투자 전략의 평균 수익률이 높다고 해서 그 전략이 ‘안전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왜도와 첨도는 “숨어 있는 리스크의 형태”를 보여줍니다.


좋은 전략이란, 평균이 높은 전략이 아니라, 꼬리가 얇고 방향이 안정적인 전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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