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은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고 그리고 그 변화는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아니 그 변화의 속도가 더 빠르게 진행될지 모릅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변화에 대해 긍정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인류는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은 또 찾아올 것이라는 것을 역사를 통해 인지하고 있고 그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하여 우리 사회에 가장 큰 화두가 된 단어는 ‘디지털’과 그에 따른 ‘양극화’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팬데믹으로 인하여 일상의 거리 두기 혹은 일부 국가에서 이루어졌던 완전한 셧다운 정책은 우리 삶에 디지털이 얼마나 필수 불가결한 요소인지를 뼈저리게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디지털은 사람 북적북적한 시장통 혹은 쇼핑몰에서 우리를 건져 주었으며 우리에게 일용한 양식을 배달해주었습니다. 심지어 사람과의 만남도 디지털이 해결해주었습니다. 이제는 직접 대면하지 않아도 상당수의 사회 활동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때로는 그것을 선호하는 경우도 생겨났습니다. 숙박 시장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사람이 북적북적한 대규모 리조트나 호텔들에 대한 선호도가 예전 같지 않을 것이며 회사나 여행사에서 주체하는 단체 여행의 수요도 많이 줄어들 것입니다. 하지만 반대급부로 숨겨져 있던 나만 알고 싶은 매력적이고 개성 있는 소규모 숙소들에 대한 수요는 늘어날 것이고 그 접근 방식도 여행사와 같은 오프라인이 아닌 디지털 혹은 모바일 플랫폼으로 완전히 대체될 것입니다. 그리고 숙박시설 내에서의 경험도 사람의 손길을 강조하던 서비스에서 비대면의 서비스로 전환이 확대될 것입니다. 이제는 호텔 체크인 카운터에서 줄을 서는 것은 과거의 일이 될지 모릅니다. 이미 일부 식당에서는 계산 카운터가 없어졌습니다. 호텔도 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는 디지털 혁명을 가속화시켰고 그 속에서 신흥 부자를 양산해냈습니다. 젊은 혁신가들이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이를 유니콘의 반열에 올리고 혹은 상장시키면서 많은 부를 소유하고 이들은 기존 부유층과는 다른 새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코인 투자라는 전혀 새로운 영역에서 부를 이룬 젊은이들이 생겨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많은 이들이 우러러보는 대상이 되었고 이들의 소비성향 혹은 여가 트렌드는 대중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더 이상 여행에 대한 정보를 신문이나 잡지에서 찾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는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가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는 기존과 다른 형태의 럭셔리가 자리 잡았습니다. 기존의 5성급 호텔이라 하면 일부 부유층이나 대기업 임원들이 사용하는 시설로서의 인식이 강했다면 코로나 시기에는 호텔들이 공격적인 영업과 한정된 내수 수요를 잡기 위해 젊은 층에게 어필한 결과 많은 MZ세대들이 호캉스라는 이름으로 럭셔리 호텔을 경험하였습니다.[1] 이러한 현상에는 비단 코로나뿐 아니라 MZ세대의 플렉스로 대표되는 특별한 소비성향과도 연관이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수요 증가로는 다시금 국내 호텔 시장을 활성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호텔 시장이 활성화되려면 수익성이 담보되어야 하는데 코로나19 상황에서 투숙객 수에 한계가 있다면 이는 호텔 이용 금액의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현재 일부 국가에서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는 가운데 방역 정책을 완화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에 따라 경기 회복을 점치고 있는 가운데 많은 나라들은 그동안의 재정정책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라는 무거운 청구서를 받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올해 1월 소비자 물가가 40년 만에 가장 큰 폭인 7.5% 상승하여 인플레이션 수준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2] 물론 우리나라도 예외 일수 없고 호텔 산업 또한 예외일 수 없습니다. 즉 호텔 업계의 전반적인 시장 가격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일부 호텔들은 이번 코로나를 통하여 ADR을 내리면 Occ가 올라간다는 과거의 공식이 맞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올해 1월 미국 출장을 통하여 경험하였는데 동일 지역 동일 수준의 호텔 가격이 작년 8월과 비교하면 30% 이상 올라가 있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호텔의 Occ가 올라간 것은 아닙니다. 우리나라도 코로나 이후 많은 호텔들에서 이벤트성 가격 할인 행사를 많이 통해 전반적인 호텔 업계의 ADR을 낮춘 효과가 있었으나 지금은 거의 코로나 이전 수준의 호텔 가격을 회복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쩌면 기업에서는 출장비 내의 숙박비의 기준의 상향을 고려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하여 출장의 횟수 혹은 여행의 횟수는 줄어들었을 수 있지만 그 회당 비용은 늘어났을 것입니다. 개인 입장에서 보면 여행횟수는 줄었지만 가처분 소득에서 여행이나 숙박에 지출하는 비용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호텔 시장환경으로 인하여 호텔 개발 혹은 투자사들은 호텔 자산에 대해 리스크를 크게 볼 것이고 이들에게 리스크를 어떻게 헷징 하느냐가 호텔 공급의 키가 될 것입니다. 리스크가 높다면 당연히 높은 기대 수익률을 요구하거나 장기 투자보다는 단기 혹은 투자 사이클의 앞 단에서 수익을 실현하고자 하는 시도가 높아질 것입니다. 이런 니즈의 투자자들과 분양형 호텔의 디벨로퍼는 같은 곳을 바라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즉 호텔 투자자들은 호텔 운영을 안정적인 괘도로 올린 다음 매각을 해서 수익을 얻던 과거의 모델에서 호텔 개발 초기부터 개인에게 분양하여 리스크를 최소화시키는 방법을 선호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디벨로퍼들은 브랜드 있는 운영사를 초기부터 참여시킬 것이며 수분양자 입장에서도 비록 비용이 더 든다 할지라도 이름 있는 호텔을 소유하기 원할 것입니다. 그 대표적인 예로 롯데관광개발에서 중국 자본과 함께 제주에 개발한 그랜드 하얏트 호텔 그리고 속초에서 개발 중인 반얀트리 브랜드 중 하나인 카시아 속초를 들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사업모델은 글로벌 브랜드뿐만 아니라 국내 대표적인 호텔, 리조트 운영사인 한화 호텔앤드리조트에서도 ‘마티에’라는 브랜드를 새롭게 론칭하여 소유와 운영을 분리하는 Asset Light 전략을 적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초기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고 리스크를 최소화하고자 하는 투자자, 유명 브랜드 호텔의 안정적인 운영을 원하는 수분양자, 그리고 투자 리스크 없이 Fee 베이스로 안정적으로 운영체인을 늘려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자 하는 운영업체 사이에서 찾아낸 균형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와는 별도로 완전히 새로운 관점에서 호텔을 바라보는 시각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바로 호텔과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시키는 시도입니다. 블록체인 기술은 2009년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필명의 프로그래머가 비트코인을 개발하면서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글로벌 외환위기를 거치며 각국의 중앙집권적 통화정책에 의문을 가졌던 그는 분산형 장부 기록이라는 혁신적인 방법을 고안함으로써 중앙정부 혹은 거대 금융기관이 가지고 있던 시스템에서 벗어나기를 희망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기술은 이번 코로나19 사태 통해 중앙정부의 돈 풀기 정책에 맞서 제3의 통화로 주목을 받게 되었고 현재 비트코인 외 다양한 코인들이 개발되어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이 블록체인 기술은 디지털 세상 안에서 자산에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NFT(non-fungible token)를 탄생시키고 이는 기존은 오프라인 자산과 연계한 새로운 자산으로 시장에서 인정받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부동산과 NFT가 결합한 것입니다. 부동산 자산을 NFT로 거래하는 것입니다. 이미 싱가포르에서는 여러 기업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우리나라에서도 카사코리아라는 스타트업이 금융위원회의 규제 샌드박스를 통하여 블록체인 기술 활용한 부동산 거래 플랫폼을 론칭했습니다.[3] 또한 기존 대기업인 SK C&C에서도 피어테크라는 업체와 함께 부동산 자산 등 실물자산을 디지털 자산화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4] 그리고 이러한 흐름은 부동산의 일종인 숙박업계에서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기존 관광숙박업에서 휴양콘도미니엄업이 숙박시설에 대한 회원권을 발행하여 이를 회원들이 공동으로 소유하는 개념이었다면 최근에 논의되고 있는 NFT 회원권은 숙박시설 자산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여 NFT를 통해 숙박시설을 공동으로 소유하는 개념입니다. 이미 효성그룹의 ‘갤럭시아머니트리’는 NFT 기반으로 호텔, 콘도, 골프장 등을 이용할 수 있는 회원권 발행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5], 대우조선해양건설의 관계사인
‘한국테크놀로지’는 NFT와 부동산, 숙박시설을 결합한 신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한다는 사업설명회(IR)
를 진행했습니다.[6]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다만 널리 퍼지지 않았을 뿐”이라고 인터뷰했던 소설가 윌리엄 깁슨의 통찰은 이미 호텔업에도 적용되고 있는 것입니다.
[1] 임유정, “올 여름 호텔업계 키워드 플렉스”, 데일리안, 2021.05.12 https://www.dailian.co.kr/news/view/990236/?sc=Naver
[2] 김문성, “포스트 코로나 시동 지구촌 경제… 넘어야할 산 많다.”, 연합뉴스, 2022.02.19 https://www.yna.co.kr/view/AKR20220218103800501?input=1195m
[3] 김미희, “금융 규제 샌드박스 흥행… 블록체인 기반 핀테크 빛 볼까”, 파이낸셜뉴스, 2019.08.11 https://www.fnnews.com/news/201908111830437645
[4] 이설영, “SK㈜ C&C, 부동산 NFT 사업 추진… 피어테크와 협력”, 파이낸셜뉴스, 2021.05.04 https://www.fnnews.com/news/202105041035282611
[5] 윤필호, “핀테크 확장 갤럭시아메타버스, 베일 벗는 NFT 플랫폼”, 더벨, 2021.10.07,26.
http://www.thebell.co.kr/free/content/ArticleView.asp?key=202110011359305000103269
[6] 권녕찬, “한국테크놀로지 부동산+NFT 접목… 2024년 350억 목표”, 팍스넷뉴스, 2022.01.21
https://paxnetnews.com/articles/82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