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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Gray Aug 03. 2016

안나푸르나에서 보낸 편지 2

트래킹 첫날. 나야풀에서부터 4시간 정도 걸어 사우리바자르 도착.


트래킹 시작이구나 하는 감상도 없이 트래킹의 시작점인 나야풀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행군을 시작했다. 첫날 목적지인 사우리바자르까지 가는 길은 비교적 수월한 편이었지만 그래도 내 느린 걸음은 일행을 몇 번이나 멈추게 했는지 모른다. 앞선 일행들과 함께하고 싶었지만 걸음도 느릴뿐더러 내 페이스를 잃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 더 천천히 걸었다. 


왜 우리는 평소 살면서 나를 추월해가는 경쟁자들을 매 순간 의식하고, 앞서 있는 사람을 쫓아가기 위해 무던히도 스스로를 괴롭혀 결국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곤 할까. 오늘 트래킹을 시작하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올라가는 동안 타이밍이 겹쳐 엎치락 뒤치락 하던 다른 팀 사람들과 같은 롯지에서 만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런 만남이 몇번 반복되다보니 문득 속도라는 것이 별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가는 길이 어떤 길인지만 확신하고 있다면 빠르게 가든 느리게 가든 상관이 없다. 가장 나다운 발걸음으로 남들 의식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발걸음을 옮기면 언젠가는 모두 같은 곳에서 만나게 된다. 그러니 스스로를 너무 몰아세울 필요 없다. 나를 가장 나답게 이끄는 발걸음대로 걸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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