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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Gray Jul 23. 2018

새로 시도하기에 좋은 나이

프랑스 유학기 5화

나는 유독 나이에 대한 걱정이 많은 편이다. 내가 유별 난 건지, 나이에 민감하게 구는 사회에 물든 건지 모르겠지만, 무슨 일을 하건 나이를 걱정하지 않은 적이 없다. 처음 해외로 나가 살겠다 결심했을 때, 나는 24살이었다. 그 때도 스스로 나이가 너무 많다며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었다. 이제 보니 살짝 병인 것 같기도.  


28살인 지금도 여전히 뭔가를 하기에 나이가 많다고 생각한다. 제대로 된 내 분야도 없고, 내세울 경력도 없고, 신입으로 입사하기에도 늦은 나이. 사석에서 나이에 대한 이런 저런 고민을 털어 놓으니, 올해 서른에 접어든 언니가 그랬다.



“너 참 새로 시작하기에 좋은 나이네”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엥? 겨우 두 살 차이밖에 안 나는데. 놀라웠다. 각자의 나이에 씌워진 프레임이라는 게 이렇게나 무서운 거구나 싶었다.


내 20대에 가장 후회되는 걸 꼽으라면, 단연 나이에 대한 강박일 거다.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여자나이’에 대한 강박을 달고 살았다. 그게 정말 후회된다. 남은 삶은 그렇게 살기 싫었다.


조금은 다른 길을 가려는 나에게 마치 숨겨둔 비장의 무기처럼 ‘나이’카드를 꺼내 나를 괴롭히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 거다. 나이 카드 뒤편에는 그 나이에 응당 해야 할 일들이 줄줄이 나열 돼 있겠지.


그간 나이를 들어 나를 공격하는 사람들 대다수는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었다. (나보다 어린 애가 나한테 언니누나 나이 걱정하셔야죠 라고 말한 적은 아직까지 들어본 적 없다) 나이 걱정을 달고 산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이게 그리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젊은 사람들에게 자꾸 너 나이에는 이걸 해야지, 저걸 해야지 하고 이야기하는 것은 결국 본인들 나이에도 족쇄를 채우는 거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생각해보자. 은퇴하고 새로운 삶을 찾아 배낭여행을 떠나려는 중년들에게 주책 맞게 무슨 배낭여행이냐고, 그 나이는 집에서 손주나 보고 있을 연세죠 라고 이야기 한다면 어떨까.  


나이라는 잣대를 엄격하게 들이밀기 시작하면, 중년 노년 할 거 없이 새로운 시작이 더 어려워지는 거다. 나이에 맞춰 뭔가를 해야 한다고 강요하는 건 결국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나이든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는 없다고 서로 독려해줘야 나이에 상관없이 각자가 하고 싶은 일을 시도하며 살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유학을 앞둔 스물여덟의 나도, 서른을 맞이한 언니도, 은퇴는 앞둔 중년도 모두 새로 시작하기에 참 좋은 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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