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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Gray Jul 13. 2018

시작하려면 완벽한 준비가 필요해

프랑스 유학기 3화

대학 졸업 이후로 줄곧 해외취업, 유학, 이민, 워킹홀리데이 등 해외에 나갈 수 있는 기회만 엿보고 있었다. 말 그대로 엿보고만 있었다. 장장 4년을.  


그 긴 시간 동안 나를 떠나지 못하게 했던 이유들은 셀 수 없이 많았다. 공부할 전공분야가 전망이 있을 지 확신이 없고, 영어도 부족한 것 같고, 돈도 좀 모아야 할 것 같고, 어느 나라가 좋을 지 잘 모르겠고, 돌아와서 자리 잡으려면 경력도 좀 쌓아놓고 나가야 할 것 같고, 집에서 반대하실 것 같고, 내가 나가면 동생은 혼자 살아야 되는데 걱정도 되고 등등. 적고 보니, 난 지난 4년 간 말로만 나가고 싶다고 했지 정작 나갈 생각은 없었나 보다. 


시작하려면 완벽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모든 조건들이 갖춰지길 기다렸다. 언어도 완벽하고, 경력도 충분하고, 재정상황도 만족스럽고, 가족들이 독려해주며, 돌아와서도 어느 정도 자리잡을 준비가 되길 바랬다. 시작하지 않겠다는 표현을 이렇게 화려하게 하다니. 실은 결정 이후에 겪어야 할 풍파가 두려웠던 거고, 그나마도 쥐고 있는 것들을 놓기가 아쉬웠던 거다.  


바꿔서 생각해보기로 했다. 소망처럼 완벽한 준비가 됐다면? 그럼 난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했을까? 오래 생각할 것도 없다. 갖고 있는 패가 몇 개 없는 지금도 기회비용 따지느라 쩔쩔매는데. 되려 나의 완벽한 상태가 시작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 됐을 것이다. 나의 모든 조건들이 만족스럽다면, 모험을 감수해야 하는 이유보다 갖고 있는 것들을 지켜야 할 이유가 더 커질 게 뻔하다. 그렇게 생각하니, 부족한 상태에서 시작하는 게 훨씬 쉬운 일이라 여겨졌다. 


시작에 앞서, 재고 따지고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처음에 가졌던 다짐은 약해지고 안주해야 할 이유만 늘어갔다. 일단 결정을 내리고 보니, 그간 고민하면서 흘려 보낸 시간이 조금은 아깝기도 했다. 고민하는 시간을 줄이고 더 빨리 행동했다면 완벽한 준비까지는 아니더라도 지금보다 더 건설적인 준비가 가능했을 텐데. 

 

결과론적으로 이야기하는 건 별로 내키지 않지만, 어쨌든 나는 오랫동안 바랬던 해외생활을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그 결론만 놓고 보면 과연 신중한 결정과 과감한 결정 사이에 엄청나게 유의미한 차이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시작해도 좋을 순간이라는 건 자신이 마음먹기 전까지 절대로 먼저 다가오지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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