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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Gray Jul 09. 2018

떠나기로 결심하게 만든 계기

프랑스 유학기 2화

앞선 프롤로그에서도 말했지만, 난 주변 소리에 꽤나 많이 흔들리는 사람이다. 아마 나를 아는 친구들은 웃기지 말라며, 너처럼 남의 말 안 듣는 애 없다며 황당해 하겠지만, 사실이다. 겉으로는 잘난 척 하면서 내가 알아서 한다고 신경 끄라 하지만 가까운 지인들이 하는 말에 엄청 오락가락한다.  

  

그런 내가 친구들에게 몇 년째 반복적으로 해온 이야기가 유학에 관한 거였다. 공부를 더 하고 싶다,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다, 내 꿈은 회사원이 아니었다, 하지만 돈도 없고 준비도 부족하다 등등 유학 이야기는 회사에 대한 불만과 만나 폭발적인 변주를 보였다. 친구들과 오랜만에 떠난 여행지에서도 나는 여전히 똑같은 한탄만 반복하고 있었는데, 한 친구가 정색하면서 그랬다.  

  

"너 이런 식으로 살다가 나중에 40, 50살 먹고도 후회만 하면서 살 것 같아" 

  


그 뒤로는 잘 기억이 안 난다. 그 말을 듣고 너무 화가 나서 뭐라 대꾸하다가 밤새 펑펑 울었던 기억만 어렴풋이 난다. 집에 돌아와서도 며칠간 화가 가라앉지 않았다. 친구라 해도 나에 대해 뭘 얼마나 잘 안다고 그런 이야기를 하지? 생각할수록 괘씸했다. 

  

그렇게 한 달 정도 시간이 흐르니 감정이 가라앉으며 한 가지 질문이 떠올랐다. 

내가 왜 그렇게까지 화를 냈을까? 

  

감정을 걷어내고 그때를 되짚어봤다. 그제서야 친구가 했던 말이 사뭇 다르게 느껴졌다. 몇 년째 똑같은 문제를 가지고 고민만 하고 있는 나를 보며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었다. 그 말에 내가 그토록 화를 내고 분노하면서 엉엉 울었던 이유는, 누구보다 내 자신이 그 문제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애써 외면해오고 있던 내 문제점을 친구가 건드렸던 거다. 친구가 그렇게 말을 했다 한들, 내 스스로가 ‘아니? 난 못해도 후회는 안 할건데?’ 라고 생각했더라면 친구 말은 그냥 무시해버리면 되는 일이었다. 근데 그게 아니었다. 난 분명 후회할게 뻔했다. 지금처럼 이렇게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주저앉아 시간을 보내버린다면, 난 정말 40대 50대 돼서 후회할게 뻔했다. 친구가 내게 해줬던 말은 무서우리만치 객관적인 진단이었다.  

감정이 어느 정도 가라앉고 의기소침해 있는 나를 보며, 또 다른 친구가 힘내라며 뼈있는 조언을 해줬다.

  

"갈까 말까에 대한 고민만 몇 년 동안 했다면, 이제는 결을 좀 바꿔서 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해 보는 게 어때" 

  

  

두 친구의 조언은 단순히 유학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조언과도 같았다. 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게 살라는 것. 할까 말까에 대한 고민보다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집중하라는 것. 아마 친구들은 그동안 수 차례 그런 조언들을 해왔을 거다. 지금 이 순간 그 말들이 더 크게 울렸던 것은 나도 이제 태도를 결정할 때가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오랜 시간 나를 지켜봐 온 사람들의 따끔한 조언 덕분에 난 드디어 자리에서 털고 일어날 수 있었다. 내가 유학을 떠나기로 결심했다는 말을 전하자 누구보다 그들이 기뻐해줬다. 난 역시 주변 이야기에 엄청 오락가락하는 사람인가 보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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