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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Gray Jul 07. 2018

외국에 나가고 싶었던 이유

프랑스 유학기 1화

항상 외국생활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입버릇처럼 나가 살거라 이야기하고 다녔다. 내가 주저리주저리 떠들고 다녀서인지 외국은 다를 것 같냐고, 사람 사는 데 다 거기서 거기라는 말을 참 많이도 들었다. 이상한 바람이 들었다는 말도, 외국에 대한 환상이 너무 큰 것 같다는 말도 자주 들었다. 


나는 정말 운이 좋게도, 소위 말하는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까지 다양한 나라를 다녀볼 수 있었다. 덕분에 사람 사는 데 다 거기서 거기라는 말이 사실이라는 걸 누구보다 실컷 느꼈다! 어느 나라나 완벽한 나라는 없었고, 그 안에 고민 없는 사람은 없었다.  


우습게 들리겠지만, 그래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사람 사는 곳이 다 거기서 거기라면 굳이 한국이 아니어도 상관없겠구나. 너무 겁먹을 것 없이 내게 맞는 곳을 선택해서 살아도 괜찮겠구나 싶었다.  


내가 외국생활을 바란 가장 큰 이유는, 한국적 잣대에서 살짝 비켜서보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정해진 궤도에서 벗어나면 세상이 무너질 것처럼 호들갑 떠는 사람들로부터 한 발짝 떨어져보고 싶었다. 나이에 맞는 모범답안대로 살지 못하면 모자란 사람 취급하는 게 어지간히 싫었다. 모범답안에서 벗어난 다른 삶이 있을 것만 같은데, 정작 다른 삶을 이야기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답답했다.  


환경이 사람의 생각을 규정한다는 말이 현실로 다가오는 것 같아 점점 무서워졌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마음이 조급해지고, 주변과 자꾸 비교하기 시작했다. 다른 삶을 찾던 나는 사라지고, 남들만큼 따라 하려고 밤낮없이 낑낑대는 누군가 밖에 남지 않았다. 넓게, 자유롭게 생각하고자 책도 읽고 강연도 찾아다니고 했지만 그 순간뿐이었다. 멀리서 들려오는 뜬소문에도, 금세 누군가와 비교하고 나이 탓을 하는 내 모습이 보였다.  


만나는 사람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나는 늘 파랑새나 쫓아다니는 이상주의자로 여겨졌다. 겉으로는 다른 삶이 가능할 거라고 떠들고 다녔지만, 실은 남들처럼 살지 못할까 봐 전전긍긍했다. 나를 둘러싼 환경이라는 건 그만큼 무서운 놈이었다. 내가 잠시라도 허튼 마음을 갖지 못하도록 빽빽 소리를 질러댔다.  


다른 삶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내가 그간 알고 있던 답안이 무의미한 환경이 필요했다. 그래서 환경을 바꾸기로 했다. 삶의 다양한 모습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사람이 없으니, 내가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 아들, 조카, 손자에게 “내가 엉뚱하게 살아봤는데 인생 즐겁기만 하더라! 그러니까 개성 있게 살아도 괜찮아”라고 이야기 해주는 멋진 노년으로 늙고 싶었다. 파랑새나 쫓아다니는 이상주의자로 머무는 게 아니라, 그 이상을 현실로 만들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외국생활을 위한 방편으로 유학을 결정하기까지 결코 쉽지 않았다. 늘 그렇듯 내 결정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사람들은 엄청나게 많았다. 다녀와서 뭐할 건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가야 한다 (여태 계획대로 되는 일이 없던데), 유럽 석박사는 한국에서 인정을 못 받는다 (괜찮아요), 단순히 외국생활을 경험하기 위해 유학 가는 건 무모하다 (왜?) 등등. 앗. 우리나라는 유학에도 모범답안이 있다는 걸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이런. 그냥 일단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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