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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nning Oct 15. 2019

아기를 가지는 데 필요한 이유 3

출산을 앞둔 산모 이야기

출산을 2개월 앞두고 친구들이 물었다. “난 애기 안 가지기로 했어.. 넌 어떤 이유야?” 물론 결혼할 때부터 우리 부부는 “차후 몇 년 후에 애기는 가질 것”에 암묵적 동의를 하고 결혼을 하였다. 막연히 아기는 너무 예쁘기도 하고 가정의 완성이 되는 느낌은 어릴 적부터 받아 온 교육과 가치관으로 자연스레 새기게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결혼 3년 차 때 이제 아이를 한번 가져볼까?라고 생각을 할 때는 세 가지 문제가 클리어해야 가질 수 있었다. 이것은 명백히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였다. 아기를 가졌는데 지금보다 행복하지 않다면 조금 더 미루거나 다시 생각해 볼 문제였다.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임을 말한다.


1. 독박 육아는 거절합니다. 우는 아이를 달래며 저녁은 뭘 하지? 걱정하는 그때 바라본 남편은 소파에 누워 핸드폰 게임을 하고 있다. 아이 좀 씻겨 달라니까 본인이 씻기면 아이가 더 운다는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하며, 육아를 이리저리 피하는 모습의 남자. 상상만 해도 그지 같지 않은가? 이렇게 살 순 없는 것이다. 이건 무조건 임신 전에 (아니 결혼 전이면 좋고) 반드시 확인해야 할 문제이다.


나의 경우는 결혼 전에 몰랐던 남편의 모습 중에 하나가 바로 가정적이고 집안일을 잘하는 모습이었다. 집안일이 여자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며, 요리, 설거지, 청소, 쓰레기 버리기 등 집안일에 나보다 더 능숙하고 꼼꼼한 그였다. 청소를 먼지 한 톨 없이 잘한다기보다 수시로 필요할 때 알아서 청소를 한다던가 쓰레기가 차면 나갈 때 쓰레기를 버리는 것 (난 아직 한 번도 쓰레기 버리라고 말한 적이 없다) 출근할 때 로봇청소기를 돌리고 오늘 어떤 요리가 먹고 싶은지 물어보고/생각해서 미리 쓱 배송으로 재료들을 주문하는 것 등을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실 육아를 하는 데 내가 서툴기는 하겠지만 남편이 육아를 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선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물론 육아휴직 중엔 오전/오후에는 거의 독박 육아 신세겠지만 저녁에 충분히 남편에게 맡기고 요가 다녀올 수 있을 만한 믿음직한 남편이었다.


2. 아이는 누가 봐주나요? 이 문제도 첫 번째 문제와 연결되는 데, 경력 단절 이야기다. 난 아이를 낳는다고 해서 일을 그만둘 생각이 전혀 없었다. 주부로서의 삶을 살 자신이 없었다. 나는 그랬다. 나의 경우는 감사하게도 시댁에서 봐주시기로 한터라 아이를 낳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여기에도 여러 가지 생각할 문제들이 있는데, 과연 어바님이 아이를 잘 봐줄 것인가? 매일 왕래를 하게 되면 어머님과의 트러블이 없을 것인가? 아이 교육문제에 대해 부딪혔을 때 어떻게 해야 할 것이가? 등이었다. 이 문제들은 내가 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분이다.


어머님이 봐주시기로 한 것은 거의 80% 선의라고 생각한다. 그럼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 그리고 남편을 보면 사랑 많이 받고 자란 티가 나는 터라 사랑은 듬뿍 주실 거라 확신했고, 트러블 와 아이 교육 문제 등은 내가 더 공부해서 기분 나쁘지 않게 알려드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어바님보다 아이 육아 정보에 노출되어 있는 사람은 나니까, 무조건 “이러시는 거 마음에 안 들어 왜 저러셔”라고 하기보다는 타당한 이유 등을 공부하는 것이 첫 번째. 그리고 그 사이에 남편이 정보 전달 역할을 할 텐데 잘할 거라 믿었다.


 3.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두려움 임신과 출산은 결혼과는 확실히 다른 문제다. 돌아갈 수 없다는 것. 한 아이의 생명이 모두 나의 책임이라는 것. 이제는 빼박 “아줌마”라는 것. 임신 전에는 이런 두려움은 사실 잘 와 닿지 않았다. 임신을 하고 문득문득 우울증과 함께 스윽 찾아왔다가 다시 스윽 가곤 했다. 점점 커져가는 나의 몸뚱이를 보며.. 어떤 옷을 입어도 이쁘지 않고 인스타 속의 친구들이 날씬한 몸매에 재즈바에서 위스키를 홀짝 마시고 있는 모습을 보면 더욱 그랬다. 동네에서 시장에서 산 것 같은 후줄근한 원피스에 화장기 없는 얼굴로 유모차를 무표정으로 끌고 가는 모습의 아줌마를 보면, 화들짝 정신 차리곤 했다. 나의 미래 모습인가? 저런 모습을 바랐던 것인가? 행복해 보이진 않는데?


이렇게 왔다 갔다 하는 감정 기복과 함께 찾아오는 우울감은 옆에서 지켜보는 남편의 따뜻한 한마디가 중요하다. 물론 100% 괜찮아지진 않는다. 괜찮아지기 위해서는 나의 감정을 컨트롤하는 나에게 달린 것이었다. 사실 이 부분은 출산을 2달 앞둔 나에게 정확히 클리어(?) 하지 못한 부분이다. 임신 전에는 괜찮을 거라, 생각했지만 막상 임신부가 된 나는 더욱 안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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