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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nning Nov 15. 2019

달라도 너무 다른 남편과 나: 싸움을 대하는 자세

확대 저항형 vs. 축소 회피형

남편과 싸웠다. 내 머릿속이 복잡하다. 도대체 어떤 이유로 이러한 싸움이 발생했고 내 잘못은 무엇이고 그의 잘못은 무엇인지 따져봐야 한다. 이 싸움으로 내가 얼마큼 슬프고 상처 받았는지 바로는 확인이 안 되기 때문에 조금의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 내 앞에서 다그치는 남편에게 할 수 있는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나오는 말은 "뭐?" "내가 언제?" "그런 뜻이 아니라.." 내뱉는 말이 초등학생과 다름없다. 조리 있게 내 생각을 말하고 남편에게 어떠한 점을 바라는지 말하려면.. 아까 말했듯이 시간이 필요하다. 방 안으로 들어가서 나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을 뿐이다.


남편은 정말 나와 다른 사람이다. 말을 조리 있게 잘하고 본인이 무엇을 잘 못했고 내가 무엇을 잘 못했는지 빠르게 파악한다. 그리고 그것을 잘 표현한다. 우리가 싸움을 하고 보내는 시간을 견디기 힘들어한다. 본인이 먼저 화해를 해서라도 (본인 잘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시간을 최대한 짧게 하고 예전처럼 웃으며 지내길 바란다.


우리의 싸움은 이런 식이었다. 나는 피하고, 남편은 나를 붙들고 얘기했다. 나는 말을 아꼈고 (정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남편은 주절주절 얘기를 하며 먼저 사과를 했다. 그리고 내가 동의를 하면서 "나도 미안"으로 싸움은 끝이 난다. 먼저 사과를 하는 남편에게 고맙기도 하면서 밉기도 하다. 친구들에게 말하면, "먼저 사과하는 사람이 더 많이 사랑하는 거 아니야?"라고 했다. 부정은 못한다. 남편은 나를 많이 사랑한다. 하지만 어느 책을 발견하면서 이것을 포함한 남편과 나의 관계의 80%는 성향 차이임을 알았다. 바로 확대 저항형(남편)과 축소 회피형(나)의 관계이다.

'

책 [오해하지 않는 연습, 오해받지 않을 권리] 에는 기질과 애착 성향에 따라 확대형 vs. 축소형, 저항형 vs. 회피형으로 구분했다. 본 싸움은 확대형 축소형의 차이에서 비롯되었다.

남편은 내가 침묵해버리는 상황이 너무 불안했다. 자기 시야 밖에서 내가 무엇을 하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파악할 수 없으니 어떤 대처도 할 수 없다는 느낌이 답답했다. 그때의 심정은 마치 숨 쉬기조차 어려운 뜨거운 한증막에 갇혀 헐떡거리는 상태 같았다고 한다. 어서 빨리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만.. (중략) 웃으며 달래 봐도, 미안하다고 사과해도 효과가 없으니 기분을 풀지 않는 내게 다시 화가 났다. 공연히 자기를 고문한다는 느낌만 들어 머릿속이 하얘졌다. (중략) 사건 발생 며칠이 지나서야 '사실 이러저러해서 기분이 안 좋다'라고 말하면 '모든 게 당신 탓이야'라고 뜬금없이 추궁당하는 것 같아 당황스럽다고 한다. 다 지나간 일로 잊고 지냈는데 뜻밖의 얘기를 들으면 뒤통수 맞은 기분에 불쾌하니, 불만이 있으면 그때그때 분명하게 표현해주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책 [오해하지 않는 연습, 오해받지 않을 권리]


뜨거운 한증막이라니, 그 정도로 괴롭다는 말인가? 이기지 못할 싸움에 말려들기 싫고 직접적인 마찰을 피하고자 하는 축소형의 성향 때문에 비롯된 일이다. 돌아봤더니 내가 입장을 분명하게 주장하지 않고 에둘러 표현했던 태도, 표현하지 않아도 내 뜻이 받아들여지기만을 원하는 마음이 있었다. 글쓴이가 표현한 것처럼 이것은 '너에게 대항할 수 없다'라는 패배감에 상응하여 남편에게 고통을 주기 위한 복수였다. 말로는 당할 수 없기에 어디 한번 실컷 속 터져보라며 기를 쓰고 버티는 마음.


내가 내 뜻대로 못 사 것은 확대형인 남편 때문이 아니라고. 자신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것이 자신을 돕는 것이고 동시에 상대방을 돕는 것이라고. 앞으로 나를 조금 변화시켜 보고자 한다. 나는 남편과의 관계에서 축소형이니까 이 글은 축소형 여자의 다짐이라고 볼 수 있겠다. (확대형인 남편도 이 글을 읽고 본인 스스로 느끼는 게 있었으면 좋겠다)


남편 (확대형)은 나 (축소형)의 적극적인 호응을 받지 못하면 자신이 받아들여지지 못한다는 느낌에 존재감의 불안을 경험한단다. 적극적으로 호응해주자 (피곤한 일이다 정말). 남편이 차를 타고 가면서 잘 못 운전하는 차량에 대해 화를 내는 것은, 그 차에게 대해 화가 난 것이다. 화를 내는 대상을 구분하여 쿨하게 넘기자. (다소 거친 표현이 매우 신경이 거슬리더라도) 같이 욕해주면 더 좋아한다. 적극적으로 내 의사를 표현하되 어디까지 가능하고 어디서부터 불가능한지 확실하고 명확하게 말해주자. 애매모호한 답변이 그를 혼란스럽게 한다.


부부 관계로 사는 사람이 있다면 해당 책을 추천한다. 나는 밑줄을 정말 많이 그어가며 읽었다. 우리 얘기와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세상 사람들 다들 비슷하게 사는구나 싶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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