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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nning Mar 27. 2020

어머님과 엄마, 대등하지 않은 관계

적어도 딸이 생각하기엔



어머님이(시어머니) 와서 보면 어쩌려고 그러니? 이것 좀 치워라.
어머님이 아시면 참 좋~다고 하겠다.


"엄마!  계속 '어머님' '어머님' 그래?  그렇게 신경 써? 
정작 우리 집  오시지도 않고, 오셔서 정리 안된 모습을 본들  어때? 이게 무슨 죄야?
심지어 여긴 오빠 드레스룸이야! 치워도 오빠가 치워야 하는 공간이라고.  


어머님과 엄마, 대등하지 않은 관계

적어도 나에게는 말이다. 우리 집에 오면 엄마는 앞치마부터 두르고 부엌에 들어가신다. 설거지를 하고 닦고, 쓸고, 화장실 청소까지 쉬지 않으신다. 하지만 어머님은 우리 집에 오시면 소파부터 앉으셨고 나는 먹을 것을 꺼내 왔다. 상반된 모습이었다. 철없는 딸이자 며느리의 역할을 하고 있는 나에겐 그렇게 보였다.


더욱 엄마에게 못마땅한 .

엄마가 어머님께 (시댁) 스스로 낮추는 모습 때문이다. "우리 딸이 음식 솜씨가 없어요 제가 못 가르쳤네요"부터 "어머님께 애교도 좀 부려라 그래야 좋아하시지~"까지 왜 그렇게 시댁 눈치를 보는지 못마땅했다. '우리 딸 좀 잘 봐달라'는 모습으로 비쳤고, 반면에 어머님은 엄마에게 '우리 아들 잘 봐달라'는 대변하는 행동은 일도 하지 않으셨다. 너무 상반된 모습이었다. 정리 안된 집안이 나의 흠으로 생각하실까 "시댁이 보면 어쩌니", "시댁에서 뭐라고 하겠니" 등 말을 자주 하셨다. (우리 시댁, 어머님은 정작 우리 집에 오셔도 냉장고를 열기는커녕 안방에는 전혀 들어오지도 않으시는 매우 정상이고 매너 있는 분들이시다.)


"너도 그럴 거야"

엄마와 산책을 하다가 "난 우리 딸네 집에선 절대 청소 이런 거 안 하고 대접받을 거야. 귀하디 귀한 우리 딸네 집에서 내가 왜 청소를 해?"라고 했다. 엄마는 웃으셨다. 그리고 "너도 나중에 키워봐. 그리고 그게 엄마의 행복이야."

 

여기까지가 임신 중에  글이다. 글의 마무리를 맺지 못했었다. 

딸을 낳고 4달이 지난 지금. 엄마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같다. 


나의 품을 떠나 열심히 살아가는 딸을 바라보기만 해도 뿌듯하고 좋지만 10대 딸내미에게 '방 좀 치워라 귀신 나오겠다'며 잔소리하는 그 시절이 그립기도, 그리고 무조건 내 도움을 필요로 했던 그 시절이 그립기도 할 것 같다. 무엇보다 내 딸이 조금이라도 더 쉴 수 있도록 내가 도울 수 있다는 기쁨이 엄마가 말한 행복이지 않을까. 


한국 사회에서의 시댁과 친정이라는 이름이 갖는 존재감의 차이는 60 동안 크게 변하지 않았다. 현재 변화된 사고방식 가진 이삼십 대들은 일명 '며느라기' 시댁과 친정의 차이에서 왔음을 당연하게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 어머니 세대에서는 아직 받아들이기 힘든 것임을. 머리로는 이해해도 본인들이  시절을 몸소 겪어오셨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필요할 터이다. 그래서 조금은 이해하기로 했다.


엄마 시댁 어르신들은 존중하셨고 본인을 낮추며 겸손하셨던 것이. 엄마는 본인 딸이 미움받지 않을까 걱정되셨던  같다. 그래서 앞으로 자주 말씀드리기로 했다. 딸이 시댁에서도 많은 예쁨을 받고 있다고. 걱정  하셔도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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