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기사 Sep 15. 2020

기술사 취득기 #2 공부 환경을 만들었는가

모든 공부가 마찬가지지만 기술사를 취득함에 있어서 공부에 전념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의 확보는 매우 중요하다. 주변에 보면 아이가 너무 어리거나 신혼부부인 사람, 이직이나 부서이동을 한지 얼마 안 된 사람, 업무가 너무 바쁜 사람들은 공부를 하다가 환경적인 문제로 공부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누군가가 나에게 '기술사 어떻게 따셨어요?'라고 물으면 '운이 좋았어요'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운은 많은 것이 포함된 것인데, 그중에 환경적인 운도 무시하지 못할 요소다. 나의 경우 공부를 시작하기로 결심했던 때가 소속되어 있던 부서에 들어온 지 1년 6개월 정도가 지났을 때였다. 내게 주어진 업무에 익숙하고 자신 있는 상황이었기에 공부를 시작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 마침 주 52시간 제도가 정착되면서 회사에 야근이 없어졌다. 원래는 8시 출근에 6시 퇴근이었으나 여느 회사가 그러하듯 팀장님이 퇴근을 안 하면 다 같이 못하는 상황인지라 퇴근은 주로 7시에서 8시 사이였다. 그러나 주 52시간 제도가 정착되면서 퇴근 시간이 30분 당겨졌다. 게다가 5시 28분이 되면 팀장님이 컴퓨터 끄고 퇴근할 준비를 하라고 하셨고, 정말 30분 땡! 하면 퇴근하는 나날이었다. 집에 오면 6시 10분, 밥 먹고 샤워하고 독서실에 앉으면 7시였다. 그렇게 7시부터 12시까지 매일 5시간을 공부에 투자할 수 있었다.


게다가 나는 미혼이었다. 책임질 사람도 없고, 하고 싶은 것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상황. 월요일부터 금요일은 매일 독서실에 앉아 5시간씩 공부했고, 그 외 출퇴근 시간과 점심시간에도 공부를 했다. 토요일은 하루 종일 학원에서 시간을 보냈다. 일요일은 아침에 교회에 가서 예배만 드리고 독서실에서 계속 공부를 했다.


카카오톡은 지우고 싶었으나 회사 채팅창이 있다 보니 그럴 수는 없었고, 필수적인 몇 개를 빼고는 전부 나왔다. '공부를 위해 잠시 나갈게'라는 말만 남기고 미련 없이 나왔고, 프로필 문구에는 "카톡 안 합니다"를 적어 놓았다. 누가 잘 지내냐고, 오랜만에 얼굴이나 보자고 할 때 일일이 공부 핑계대면서 거절하기가 귀찮았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를 접은 것도 물론이다.


회식도 정말 가야만 하는 회식(ex. 송별회, 신년회 등)이 아니면 가지 않았다. 가도 1차만 먹고 빠져나왔다. 처음 한 두 번은 잡았지만 그 이후엔 아무도 잡지 않았다. 회사에 공부하고 있다는 말을 하진 않았지만 나중엔 알음알음 다 아는 눈치였다. 그것이 나로 하여금 꼭 붙고야 말겠다는 다짐게 했다.


정말 내 인생에 회사와 기술사 공부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업무도 그리 바쁘지 않은 시즌이었기에 가능했다. 그렇게 8개월을 보냈고 필기시험에 합격할 수 있었다. 이런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다면 불가능하거나 더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학원에서 대학교 선배를 만났다. 그 선배도 나와 같은 시기에 공부를 시작했는데 3개월 만에 필기시험에 합격했다. 비결을 물으니 현장소장님이 공부를 강력히 권유했고, 주말 근무에서 매주 제외시켜주면서까지 공부 여건을 만들어 주셨단다. 일과시간에도 안 바쁜 틈을 타서 몰래 공부를 했고, 그 결과 빠른 시간 안에 취득이 가능했다고 한다. 현장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은 공부 시간을 확보하기가 더 어려울 것이다. 몸이 피곤하기 때문에 퇴근 후에는 녹초가 되어 쓰러지기 일쑤고, 주말 근무가 많아 학원을 다니기도 힘들다.


공부 여건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회사를 그만두고 공부에 전념하시는 분도 간혹 있으나, 단순히 기술사 취득만을 위한 퇴사라면 추천하고 싶은 방법은 아니다. 기술사에 도전하는 분들 중 대다수는 회사에 재직 중인 분들 일 것이다. 나만 공부하기 어려운 여건에 있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또한 자격증을 취득한다고 해서 어떤 보장된 자리가 있는 것도 아니다. 자격증 취득 후에도 구직활동을 열심히 해야 할 것이고, 오히려 다니는 회사가 있는 상황에서 구직을 하는 것이 훨씬 몸값을 올릴 수 있는 비결이기도 하다. 회사에서 육아 휴직 등을 쓸 수 있다면 그 기간을 이용해서 공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


다양한 합격자 '간증'을 읽다 보면 분야가 다르지만 공부를 위해 포기한 것들이 분명히 있다. 어떤 사람은 그 좋아하는 술자리를, 어떤 사람은 가족과의 시간을, 어떤 사람은 회사를 포기한다. 공부를 시작하려고 한다면 내가 내려놓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정도까지 내려놓을 수 있는지 점검해보는 것이 필요하겠다. 그리고 결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조그마한 유혹이 왔을 때 언제든지 휩쓸릴 수 있다.

작가의 이전글 기술사 취득기 #1 왜 기술사를 따려고 하는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