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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비 May 09. 2016

두 시간 동안의 이별

보고 싶어요, 정말.


재미있는 영화가 많이 나왔어요. 보고싶었던 영화들이 후우죽순으로 개봉하고 있더라고요. 이것도, 저것도, 조금 시기가 지난 저것도 모두 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없었어요. 혼자 보기는 싫었고요. 좋은 사람과,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영화를 보러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는 몇 달 동안 혼자 영화를 보고 혼자 연극을 보고 혼자 전시회를 보러 갔어요. 혼자 하는 건 편하지만, 익숙해지기는 쉽지 않더라고요. 몇 번을 홀로 다녀도 여전히 생경한 기분이 들어요. 감상을 나눌 동행이 없고 다른 시선에서 이야기를 풀어 낼 사람이 없다는 건 참 외로운 일이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보기는 했지만 그들이 저와 함께 하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함께 할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마음이 잘 통했던 친구를 꼬득여 연극을 보러, 영화를 보러 다녔고, 생각보다 나쁘진 않았어요. 하지만, 마음이, 한 구석이. 


사랑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 모습 그대로를 받아줄 수 있는 사람에게, 나도 그 사람의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따뜻한 손 맞잡고 햇빛 아래를 천천히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옅은 비가 내리는 정동길을, 나뭇잎이 무성한 오솔길을, 수풀이 잔뜩 우거진 숲길을 같은 걸음으로 걷고 싶었어요.


같은 걸 보고 다른 이야기를 하는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 지.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함께 영화를 보고 연극을 보고 다양한 것들을 해야지. 하고 생각했어요. 그랬으면 좋겠다, 좋겠다. 그런데 막상,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고 나니까 말이에요.


영화를 보러 가야 하나? 연극을 봐야 하나? 함께 하는 시간이지만 얼굴을 보지 못하고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고 숨을 나누지 못하는 게, 그만한 가치가 있나? 보고 싶어서 만났는데 또 다시 이별이라니, 이치에 어긋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카페에서 손 잡고 주물주물하며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더 소중하고, 함께 밥 먹으면서 술 한잔 나누는 순간이 더 소중했어요. 


그래서,


지금은 영화를 보고 싶지는 않아요. 


그냥 당신이 보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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