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누나네 반도 같은 떡 먹었지? 그 떡 뭐였지??

우리의 비밀은 그렇게 아슬아슬하게 성공했다.

by 꼬야

“고모, 우리 비밀하자. 비밀한지 한참 됐잖아.”


어느 날 콩이가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우리’는 할머니, 고모, 콩이를 말하고, ‘비밀’은 까꿍이 모르게 콩이는 어린이집 땡땡이, 고모는 회사 땡땡이를 치고 밥 먹고 차 마시고, 쉽게 말해 힐링 타임, 하루 그냥 쉬며 노는 것을 말한다.


콩이는 동생이 연년생으로 태어나는 바람에 일찍 엄마 품을 까꿍이에게 양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콩이맘이 임신하고 얼마 안 돼서부터 출산 후 몇 개월 동안 콩이는 할아버지, 할머니 집에서 보냈다. 엄마 품이 아직은 많이 필요할 텐데 말이다. 그런 콩이가 안쓰러운 마음에 보상이라도 해줄 요량으로 시작된 비밀, 이제는 제법 커 콩이가 먼저 비밀을 제안한다.

“그래, 내일 하자. 비밀.”

그런데 문제는 콩이가 비밀을 먼저 제안할 정도로 큰 만큼 까꿍이도 비밀한 것을 눈치챌 만큼 컸다는 거다.




같은 어린이집을 다니는 두 녀석,

'콩아! 내일 아침에 까꿍이랑 어린이집 가 있어. 그러면 고모가 데리러 갈게.'라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음 날 아침, 어린이집 인터폰을 누르고 비밀의 첫 임무 수행을 시작한다.

"선생님, 까꿍이 모르게 콩이만 데리고 갈게요."

그러면 센스 있는 선생님은 조용히 까꿍이네 반 문을 닫고 콩이네 반으로 가 콩이를 불러준다.

콩이만 데리고 비밀하는 날엔 으레 까꿍이가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까꿍이를 비밀 멤버에 합류시키기에는...

괜찮겠다 싶어 두 녀석 모두 데리고 첫나들이 갔던 날, 우린 다 같이 울었다.

두 녀석 모두 할머니에게만 업힌다, 할머니 옆 자리에 서로 앉는다 울고 불고, 그렇다고 고모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건 아니다. 자기 뜻대로 하겠다고 기싸움을 하는 것이었다. 두 녀석은 당연 지들 뜻대로 안 되니 울고, 할머니는 말리다 말리다 힘에 부쳐 울고, 고모는 화가 나 울고.

그래서 그 날 이후 비밀은 정예 멤버 셋만 하는 것으로 다짐했다.


“고모, 누나하고만 비밀했지? 고모 미워.”


셋만 비밀했던 어느 날, 까꿍이가 눈치를 채고 난리가 났었다.

다음엔 꼭 같이 하자해도 밉다고 울고불고, 때리고 물고.

그 날 난 까꿍이에게 엄청 맞았다.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까꿍이와 함께 비밀을 할 순 없다. 까꿍이는 엄청 활발한 녀석이라 어디로 튈지 몰라 조마조마하다. 힐링을 위한 비밀이 까꿍이로 인해 힐링이 될 수 없다.

정말로 이제 말 그대로 비밀로 하고 비밀을 해야 하는 것이다.




콩이가 먼저 제안한 비밀,

아는 동생이 오픈한 레스토랑에서 파스타와 스테이크를 먹고, 콩이가 좋아하는 찡코라는 고양이가 있는 커피숍에서 커피도 마셨다. 오래간만에 외출이라 콩이가 너무 좋아했다.

"고모, 이 스테이크, 너무 맛있다."

"그러네, 정말. 많이 먹어."

"응, 고모도 많이 먹어."

"그런데 콩아! 까꿍이가 마음에 걸린다."

"그러게. 같이 오면 좋을 텐데. 근데 고모, 까꿍이 오면 우리, 이거, 아무도 못 먹어."

"그렇겠지?"

"이구, 진짜 개구쟁이야!"

콩이도 알고 있는 사실, 까꿍이가 합류하는 이상 힐링 타임이란 건 없다는 것이다.


20200812_121754.jpg 저리 좋을까!!


이제 남은 일정은 까꿍이 하원뿐인데, '무사히 비밀을 비밀로 성공할 수 있을까?'가 최대 난제였다.

고모가 돼서 잘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콩이에게 말했다.

“콩아, 저번에 우리끼리만 비밀했다가 까꿍이 엄청 화냈잖아.”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응, 그렇다고 까꿍이랑 같이 비밀할 순 없잖아. 걔는 말을 너무 안 들어.” 콩이는 내가 조금은 수월하게 말할 수 있도록 대답해주었다.

“그렇지? 그래서 말인데 우리 비밀한 거 진짜 비밀로 해야 할 것 같아. 까꿍이가 모르게 하려면 우리 비밀한 거 말을 안 해야 할 것 같은데..”

“말 안 해도 까꿍이는 저번에도 알았잖아?”

“그래서 말인데 콩이가 할머니랑 같이 까꿍이 데리러 갔다 와주면 안 될까?”

“우리끼리 비밀이니까, 몰라야 하니까?”

"응, 콩이가 고모랑 차에 있으면 까꿍이가 우리끼리 어디 갔다 왔나 생각할지도 몰라."

아이한테 거짓말을 가르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콩이는 다행히 나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다행히 까꿍이도 어린이집에서 재밌게 보냈는지 기분이 좋아 우리의 비밀을 알아채지 못했다.

할머니는 안도의 숨을 쉬며 까꿍이에게 물었다.

"까꿍아, 오늘 간식 뭐 먹었어?"

"할머니.. 떡 먹었어요, 떡."

"아. 그렇구나. 저번처럼 꿀떡 먹었구나."

"아뇨. 할머니. 꿀떡 아니고 다른 거 먹었어요."

까꿍이는 생각이 잘 안 나는지 갸우뚱하며 말했다.


"누나! 누나네 반도 같은 떡 먹었지? 그 떡 뭐였지???"

까꿍이는 명쾌하고 밝은 말투로 콩이에게 물었고, 비밀의 정예 멤버 셋은 순간 당황해 얼음이 되었다.

한 5초쯤 지난 후, 콩이가 고개를 돌려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나는 서둘러 말했다.


"으음... 까꿍아!! 누나도 기억이 잘... 어!! 까꿍아!! 이 물총 멋지다아!!!"


우리의 비밀은 그렇게 아슬아슬하게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