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란 뭘까?
결혼 못한 노처녀가 고민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되지만, 부부란 뭘까?
모처럼 주말에 콩이네로 저녁식사를 하러 갔다.
들어가는 순간, 여기저기 폭탄이 떨어져 있었다.
놀이방은 놀이방대로 장난감 폭탄이 떨어져 있었고, 거실은 거실대로 낱말카드 폭탄이 터져 있었다.
볼 일을 보고 들어가는 길에 나를 모시러 왔던 콩이 아빠가 들어서며 말했다.
"너희들, 고모 온다고 다 치워 놓으라고 했더니, 아직도 안 치웠어??"
콩이와 까꿍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나에게 매달리며 이거 하자 저거 하자 아주 신이 났다.
"고모 왔어요?"
지친 얼굴이지만 반갑게 콩이맘이 인사를 했다.
지난번 예쁜 그녀와의 통화가 기억이 났다.
주말 어떻게 보냈냐는 나의 질문에 그녀는 간단명료하게 대답했다.
'뒤돌밥'
뒤돌밥이 뭐냐고 물었더니 밥 먹고 뒤돌아서면 밥 차리고, 또 밥 먹고 뒤돌아서면 또 밥이란다.
그럴 수밖에... 딱히 안전하게 외출할 곳도 없고, 배달 음식 아니면 집밥인 거지.
주말 내내 집안에 있으면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비단 끼니뿐일까?
콩이네도 별반 다르지 않겠지. 평일에는 서로의 직장에서 시달리고 주말에는 온종일 육아에, 밀린 집안일로 힘들겠지.
내가 아가들 손에 이끌려 그들에게 끌려 다니는 동안 콩이네 부부는 나란히 요리를 했다.
한참 그렇게 고모를 끌고 다니다 콩이는 글자공부를 시작했고, 까꿍이는 놀이방으로 들어가 2차 장난감 폭탄 투하를 했다. 슬슬 그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 틈을 타 나는 식탁의자에 앉아 요리를 기다렸다.
메인 요리는 내가 가져온 닭갈비 떡볶이와 그들이 준비한 주꾸미 볶음이었다.
콩이네 부부는 주방에 나란히 붙어서 꽁냥꽁냥 하다가도 티격태격하다가 했다.
무슨 대화를 했는지는 모르지만(아마 내가 이거 했네 저거 했네, 자기 그거 할 때 나는 놀았냐 뭐 그런 대화겠지), 요리를 식탁으로 내오며 콩이 아빠가 말했다.
"그래도 나, 내 차는 세차 못해도 자기 차는 세차하고 왔다고."
"그래, 고마워." 콩이맘은 장난 반을 섞어 건들거리며 말했다.
" 크크, 좋겠다. 콩이맘은. 세차해주는 신랑도 있고."
콩이가 거실에서 글자 공부를 하다가 우리의 대화 속으로 들어왔다.
"고모! 지금 우리 엄마한테 좋겠다고 한 거야?"
"응?"
"부러워서 좋겠다고 한 거야?"
"응. 고모는 세차해주는 신랑이 없어서 세차, 고모가 하거든."
"에휴, 고모. 세차해주는 신랑이 있어서 좋은 것보다 불편하고 힘든 게 더 많아."
"어머나!"
콩이네 부부와 나는 깜짝 놀랐지만, 정작 콩이는 쓰던 '바'자를 마저 썼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당연한 것도 모르는 고모에게 대수롭지 않은 사실 하나를 알려준 조카는 유유히 글자 공부를 마저 했다.
불편한 일이 많아도, 피곤한 일이 많아도 붙어살며 아웅다웅, 티격태격하는 게 부부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