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걸리겠지만 흉터도 남겠지만, 상처는 자가 치유되어 새잎을 피운다.
상처가 아물고 새 살이 돋는다.
일곱 바늘을 꿰맨 손에 새살이 돋는다.
칼에 베어 양쪽으로 쫙 갈라져 하얗게 속살이 보였던 것이 3주의 시간이 지나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다.
흉터는 남았지만.
나의 반려 식물, 향단이와 알토.
봄 동안 향긋한 꽃내음을 풍기던 향단이는 다음 봄을 기다리며 푸른 잎을 뽐내고 있다. 하지만 알토는 한동안 침묵하는 것처럼 아무런 움직임도, 표정도 짓지 않았다.
지난봄 즈음 뿌리 쪽에서 작은 새끼 알토가 고개를 내밀었다.
집에 놀러 온 엄마는 신기하다면서 기특한 그 녀석을 칼로 도려내 가져가셨다. 한 뿌리에서 두 놈이 자랄라치면 영양분도 나눠야 하고 두 놈 다 힘들어진다는 것이었다.
그렇겠지. 그럴 만도 하겠지 싶었다. 하지만 그 후 침묵하는 알토를 보며 걱정이 되었다. 새잎을 막 피우려던 때라 더욱 이리 살피고 저리 살펴 가며 말을 건넸다. 큰 동생은 알토에게 말을 건네는 나를 보며 차라리 히스테리를 부려! 무섭게 그러지 말고!라고 했다.
아무튼 알토는 피우려던 새잎도 피우지 않고, 그대로 침묵을 했다.
그리고 몇 달, 알토가 드디어 피우려던 새잎의 속살을 내비치기 시작하더니 말아놓았던 잎을 터트렸다.
"엄마, 알토가 잎을 내밀려나 봐."
"그래? 이제 상처가 아물었나 보네."
"응? 상처가 아물어?"
엄마는 말씀하셨다.
"한 뿌리에서 난 놈을 잘랐으니, 원래 뿌리도, 떼어 나온 뿌리도 둘 다 상처를 입었겠지. 자기들도 지들 상처 돌보느라 잎을 피울 여력이 없었던 거야."
'자가 치유'
식물이든 사람이든, 자가 치유능력이 있다.
새살이 돋아 아무렇지도 않게 아무는 상처처럼 마음에도 언제 그랬냐는 듯 아무렇지 않게 새살이 돋는다. 그리고 새잎을 피운다.
칼에 베인 손의 상처든, 말에 베인 마음의 상처든
언제 그랬냐는 듯 아무렇지 않게 새살이 돋는다. 그리고 새잎을 피운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흉터도 남겠지만, 상처는 자가 치유되어 새잎을 피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