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패션산업의 디지털 혁신을 위한 컨퍼런스 & 미디어 플랫폼 디토앤디토에 기고한 글입니다.
지켜야 하는 브랜드와 쟁취해야 하는 브랜드는 전략이 다를 수밖에 없다. 2등이 1등의 전략을 그대로 따라 해서는 1등이 될 수 없다는 말이다. 오늘은 가장 높은 자리를 지켜야 하는 1등 브랜드가 아닌, 그 자리에 오르기 위해 도전하는 2등 브랜드의 전략을 다뤄볼까 한다. 이름하여 2등의 필승 전략이다.
2등의 입장에서 1등은 거대한 벽처럼 보일 수 있다. 최고의 인재, 압도적인 자본력, 탄탄한 팬덤까지, 마치 다른 브랜드가 가질 수 없는 모든 것을 갖춘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1등의 대단한 위세는 영원할 것 같지만 활짝 피어난 꽃도 오래가지는 않는 법. 20년 전 시총 기준 우리나라 상위 10개 기업 중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기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뿐이라는 점에서도 쉽게 알 수 있다. 2등에게는 언제나 기회가 있다. 1등에 도전할 기회가 있는 것이다.
사진 출처: 더스쿠프
그렇다면 2등은 어떻게 해야 할까?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1등을 쪼개는 전략과 1등과 반대로 가는 전략이다. 먼저 1등을 쪼개는 전략부터 살펴보자.
# 1등을 쪼개기
우리나라에서 ‘육아 전문가’ 하면 거의 모든 사람이 오은영 박사를 떠올린다. 육아 분야의 절대적인 1등으로 자리 잡은 오은영 박사는 이제 ‘육아’를 의미하는 보통명사가 되었다. 그렇다면 다른 육아 전문가에게 기회가 없는 걸까? 그렇지 않다. 여기서 중요한 전략이 바로 쪼개기다. ‘아들 육아 전문가’처럼 육아라는 큰 카테고리를 세분화해 집중하는 것이다. 최민준 소장은 '아들 육아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통해 아들을 둔 부모에게 더 큰 주목을 받으며 전문성을 확보했다.
사진 출처: 유튜브 ‘최민준의 아들 TV’
패션 브랜드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스포츠웨어 하면 떠오르는 나이키나 아디다스 같은 글로벌 브랜드는 작은 브랜드가 넘어서기 어렵다. 그러나 독일의 스포츠웨어 브랜드 CEP는 스포츠웨어 중에서도 ‘양말’에 특화하며 주목받고 있다. 런닝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CEP는 필수 아이템이 되었고, 양말 한 켤레에 10만 원 가까이하는 가격에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CEP의 특유의 기술력은 물론이고 오른발과 왼발 양말을 구분하고, 사이즈를 세분화한 맞춤형 설계 덕분이다. 스포츠웨어라는 큰 틀을 ‘양말’이라는 좁은 영역으로 쪼개고, 이를 통해 1등이 갖지 못한 전문성을 확보한 것이다.
사진출처: CEP 공식 SNS
# 1등과 반대로 가기
맥도날드는 1979년에 어린이 고객을 위해 ‘해피밀’을 선보이며 큰 성공을 거두었다. 어린이용 메뉴 구성에 장난감까지 포함해 큰 인기를 끌었고, 지금까지도 해피밀은 맥도날드의 대표 메뉴 중 하나다. 버거킹은 이 틈을 공략했다. 해피밀로 인해 맥도날드가 '어린이용 패스트푸드'라는 인식이 생긴 틈을 타서 성인 취향의 메뉴와 광고로 차별화 전략을 택한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불맛을 강조한 와퍼 광고다. 맥도날드와 정반대로 가는 전략을 통해 자신만의 시장을 개척한 것이다.
사진출처: (위)Travis Morgan (아래)ads of the world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스포츠웨어 브랜드 호카(HOKA)도 1등과는 다른 길을 택했다. 기존의 스포츠웨어 브랜드들이 런닝이나 하이킹을 평지와 오르막길 이미지로 강조할 때, 호카는 내리막길에 최적화된 신발을 내세웠다. 넓은 밑창과 쿠션감이 특징인 호카는 내리막길에서 안전하고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신발로 자리 잡았고, “땅 위를 훨훨 날다”라는 의미의 마오리어 HOKA에서 브랜드 이름을 따와 차별화 이미지를 극대화했다.
사진출처: hoka
2등이 1등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모방을 넘어 세분화된 전문성이나 차별화된 방향성을 가져야 한다. 큰 카테고리를 쪼개거나 1등과 정반대의 전략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성공의 열쇠가 될 수 있다. 2등은 1등과 다른 방식으로 도전할 때 그 자리에 오를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넘볼 수 없는 1등의 자리를 자신있게 넘볼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