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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Jun 15. 2022

당신은 자유롭나요?

자유(Freedom/Liberty)

자유란 선택의 자유다


다양한 모임에서 '자유'에 대해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은 공감을 받는 정의다.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고, 하기 싫은 것을 하지 않을 수 있는 선택의 자유. 그리고 이러한 선택의 자유를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결국 돈이 필요하다. 돈은 선택의 자유를 가능케 하는 일종의 '선택'권리증서니까 말이다. 그래서 자유를 이야기하다 보면 결국 돈이라는 주제로 빠지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돈이 아무리 많아도 선택의 자유는 행사할 수 없는 자유라는데 있다. 나도 이 점을 최근에서야 깨닫게 되었다.


선택의 자유는 행사할 수 없는 자유다. 세상을 사는 데 가능한 선택지는 언제나 무수히 많으며, 게다가 그 선택이 가져다주는 결과는 '비선형성'으로 종종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 야스토미 아유미, <단단한 경제학 공부>, 유유, 2022. 중 -



위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표현한 책이 미하엘 엔데의 <자유의 감옥>이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은 111개의 문 앞에 서게 된다. 각 문은 모두 동일하게 생겼으며 하나의 문을 열면 나머지 문이 모두 닫히게 된다. 문제는 문 뒤에 무엇이 존재하는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어떤 문 뒤에는 지옥같이 끔찍한 이 기다리고 있고 또 다른 문 뒤에는 천국에서나 볼 법한 즐거운 것으로 가득 차 있다. 선택은 내가 하기 때문에 그 결과 또한 내가 감내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선택의 자유로 보이는가? 결과를 알 수 없는 선택을 말이다. 소설 속 주인공은 시간이 흘러 111개의 문이 1개로 줄어들도 결국 문을 열지 못한다. 문 뒤의 상황이 지금의 상황보다 나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은 <자유의 감옥>의 주인공이 처한 상황보다 훨씬 더 난도가 높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111개를 훌쩍 넘어버리고, 소설 속 주인공과는 다르게 우리는 매 순간 선택을 강요받기 때문이다. 그냥 가만히 집에만 있는 히키코모리 같은 선택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이.


그렇기 때문에 앞서 말한 대로 선택의 자유는 행사할 수 없는 자유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행사할 수 있는 자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선택으로부터 조차 자유로운 자유 아닐까?


이에 대한 힌트를 옛 광고 음악에서 발견했다. 바로 패션 브랜드 옴파로스의 광고 음악이다. Z세대는 낯설 수 있겠지만 한 때 전 국민이 따라 부르던 기념비적인 노래다.


https://www.youtube.com/watch?v=wunoGMpDNHk

바람이고 싶어
강물이고 싶어

옴파로스 CM송에서 말하는 자유로움은 앞에서 말한 선택의 자유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선택 그 자체로부터도 자유로운, 아무것에도 메어있지 않은 자유인 것이다.


영어에서는 자유를 의미하는 단어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바로 Freedom과 Liberty이다.

Freedom은 자연적인 상태의 자유를 의미하고 Liberty는 본래 속박되어 있던 상태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한다. 즉 Liberty는 과거 어느 시점에서 속박당했다는 암시가 전제로 깔려 있으며 공동체 내에서의 자유를 말할 때 더 많이 사용된다.

- 캔디스 오웬스의 <블랙아웃> 중 -



굳이 분류하자면 앞서 말한 선택의 자유는 Liberty에 가깝고 옴파로스가 말하는 자유는 Freedom에 가깝다. 그리고 Liberty는 위에서 말한 대로 '공동체 내'라는 제한이 있기 때문에 불안정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과적으로 자유와는 멀어질 수밖에 없는 속성을 만들어낸다.


공동체의 유대는 위험한 측면이 있다. 거기서는 누구와도 잘 지내야 하고, 그러면서 서로 똑같이 행동하고 똑같이 느낄 필요가 있다.

"공자가 말하기를, 군자는 사귐에 있어 조화롭게(和) 어울리지만 반드시 같기를(同) 요구하지 않고, 소인은 반드시 같으려 하나 조화롭게 어울리지 못한다." - 공자 <논어> 제13편 '자로' 23장

'동(同)'은 확실히, 누구와도 잘 지내는 것이다. 이에 비해서 '화(和)'는 서로의 다양성이 부딪히면서 그 안에서 조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화'는 사전에 보장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사후에 맞추어 달성되는 상태이다. '동'은 그것을 인간의 힘에 의하지 않고 '규칙'과 '사전 약속'과 '사전 합의' 그리고 '분위기'에 의해서 사전에 보장하려고 하는 잘못된 방법이다. 그것은 각자에게 자기기만을 강요함으로써 표면적인 안정을 만들어 내지만, 역으로 본질적인 불안정성을 낳게 된다.

- 야스토미 아유미의 <단단한 경제학 공부> 중 -

 

개인적으로 '자유'에 대한 집착(?)이 큰 편이라 간단하게 볼 수 있는 문제를 쓸데없이 복잡하게 보는 것일 수도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내가 진정으로 '자유'를 원하는 것이 맞는지 그리고 그 '자유'는 어떻게 달성할 수 있는지를 찾을 수만 있다면 이러한 헤맴은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묻고 싶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자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지금 자유로운지.



Photo by Kristina V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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