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 바티칸시국의 바티칸 박물관을 방문하기 위해 서둘러 아침을 먹었다. 로마여행에서 놓쳐서는 안 될 최고의 보물이 바티칸 박물관이라기에 바티칸 박물관 공략법을 검색하여 숙지하고 이른 아침부터 나서는 길이었다.
바티칸 박물관 (Musei Vaticani_00120 Vatican City)
바티칸 박물관 (Musei Vaticani)
바티칸 박물관 입장권 €66
엄마표 유럽 워크북_바티칸 박물관
아직까지 정신은 온전한편
어서 와! 사람 지옥은 처음이지?
그냥 여기를 벗어나고 싶은 심정이다.
바티칸 박물관은 끝을 알 수 없는 인파와 사람들의 무리로 인해 작품을 제대로 관람할 수 없는 그냥 시장바닥이자 북새통이었다. 제대로 관람할라치면 뒤따라오던 사람들에게 밀려서 작품과 반강제적인 안녕을 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사람들에게 치이다 보니 나의 멘털은 이미 안드로메다행이었다.
나는 누구? 여긴 어디? 여긴 그냥 사람박물관이다.
사람 지옥에 가슴이 답답하니 잠시 2016년 서울 용산으로 떠난다.
2016년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만난 미켈란젤로전은 둘째 아이가 어렸기에 첫째 아이와 단둘이 데이트하듯이 즐겁게 감상했었던 걸로 기억이 된다. 미켈란젤로의 천재적인 작품을 스크린으로 만나보고 전시장에 마련된 돗자리에 누워서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 천장화를 감상하는 즐거운 경험이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진짜를 만나러 갑니다.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
미켈란젤로 <최후의 심판>
바티칸 박물관의 수많은 작품은 사람들에게 치여서 우리에게는 아무런 감흥이 없었고 단지 우리는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을 실물로 만나겠다는 일념 하나로 멘털을 붙들어 매었다. 드디어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을 만나는 순간! (사실 이것도 사람들 인파 속에서 오래 보면 눈치가 보여 얼마나 조마조마 감상했는지 모른다) 미켈란젤로의 압도적인 규모의 <천지창조>를 목이 꺾어져라 올려다보았다. 미켈란젤로의 천장화를 그린 후유증인 목디스크와 시력저하는 감상한 지 몇 분도 안되어 백번 공감되었고 미켈란젤로의 거대한 작품 규모와 신의 경지에 이르는 천재성에 압도당해 우리는 한동안 말을 잃었다.
바티칸시국 전경
바티칸 박물관 나선형 계단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을 내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으니 더 이상 미련 없이 사람 지옥 바티칸 박물관을 떠났다. 사실 지금도 작품을 많이 감상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1도 없으니 정말 사람들에게 질렸던 기억만이 남아있는 최악의 박물관이다.
산 피에트로 광장 (Piazza San Pietro_Vatican City)
산 피에트로 광장
엄마표 유럽 워크북_산 피에트로 광장 & 산 피에트로 대성당
바티칸 시국의 날씨가 다했다.
베르니니의 수학적 재능을 엿보기 위해 서 있다.
몸과 마음이 이미 지친 우리는 산 피에트로 광장에서 한숨을 돌리기로 했다. 이미 산 피에트로 대성당을 입장하기 위한 줄은 산 피에트로 광장을 휘감아 돌고 있었고, 번갈아가며 대기줄에 한 사람이 남고 나머지는 사진 찍으며 구석구석을 돌아보기로 했다. 베르니니의 수학적 재능을 엿볼 수 있는 표시물에 서서 4열로 이루어진 기둥들이 한 개로 겹쳐 보이는 지도 살펴보았다. 오랜만에 햇살이 쏟아지는 날씨에 탁 트인 광장을 보고 있으니 사람 지옥에서 고생한 기억이 한 움큼 사라졌다.
산 피에트로 대성당(Basilica di San Pietro_Piazza San Pietro, 00120 Città del Vaticano, Vatican city)
산 피에트로 대성당
산 피에트로 대성당에서 바라본 산 피에트로 광장
오랜 기다림 끝에 산 피에트로 대성당에 입장하자마자 눈에 띈 것은 다름 아닌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였다. 2016년 용산 전쟁기념관의 미켈란젤로전에서 만난 가짜 <피에타>보다 아담한 사이즈의 진짜 <피에타>는 극강의 비주얼의 아우라를 풍기며 단 몇 초 안에 우리를 사로잡았다.
미켈란젤로 <피에타>
가짜 피에타 미켈란젤로전(용산 전쟁기념관)_2016.10 & 찐 피에타 (산 피에트로 대성당)_2020.02
'진짜는 이런 거란다'를 여실히 보여주는 옷자락의 주름 하나하나의 살아있는 디테일과 죽은 예수를 품에 안은 어머니 처연한 마리아는 온화한 표정으로 슬픔을 감내하고 있었고 그 감정 하나하나를 고스란히 다 느낄 수 있었다. 미켈란젤로가 24살에 만든 거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그의 천재성에 감탄했다.
베르니니의 천개
성 베드로 동상
성자의 발을 문지르면 행운이 온다는 말에 그 누구도 지나치는 일이 없어 성 베드로 동상의 발가락은 현재 없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갔을 때는 눈으로만 보며 소원을 빌었다.
스위스 근위병
산 피에트로 대성당을 나오며 운 좋게 스위스 근위병을 만나서 아이들은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었다. 바티칸의 스위스 근위대는 가톨릭 신자이며 대학을 졸업하고 3개 국어가 능통, 180센티 이상인 미혼남이어야 한다던데 명성과 자부심에 걸맞게 잘도 생겼다. 아니 근데 왜 이렇게 잘 알고 있는 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