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사람은 친구들 사이에서 '촉'이 좋은 사람으로 통한다. 눈치가 빠른 편이며, 예상대로 일이 일어나는 경우가 다반사라 돗자리를 깔아보라 친구들이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다. 보이지 않는 나의 더듬이 '촉'에 기대어 생각해보면 유럽 미술여행을 준비하면서 바티칸 박물관을 이유로 로마를 일정에 넣었지만 뭔가 로마는 개인적인 취향이 아닌 것 같았다. 시간이 멈추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피렌체가 강렬한 도시였기에 그런지 5개국 10개 도시의 마지막 도시라서 그런지 모르지만 여하튼 로마의 촉은 좋지 않았다.
유레일패스의 기록
기차가 누락되었을 때는 새로운 기차를 잡아주는 역무원을 찾아간다
피렌체에서 로마를 가기 위해 기차역으로 도착하였다. 플랫폼으로 들어가 (09:48 FIRENZE S. M. NOVELLA 11:25 ROMA TERMINI) 기차를 타려고 전광판을 뚫어져라 보았지만 해당 기차는 보이지 않았다. 출발 5분이 채 남지 않은 상황에 기차가 안보이니 식은땀이 흘렀다. 급하게 역무원에게 물어보니 이런 일이 비일비재한 듯 유유자적 세월아 네월아 일처리 하는 것 보니 속이 터졌다. 결국 다음 빠른 기차를 1시간가량 기다려서 로마행 기차를 탔는데 시작부터 뭔가 불안하다.
악명 높은 로마 테르미니역
소매치기의 성지로 악명 높은 로마 테르미니역은 생각한 것과 같이 뭔가 으스스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결국 로마에서 소매치기를 당할 뻔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행동을 다 의심스럽게 보며 온갖 신경을 곤두세우고 미리 예약해놓은 로마패스를 찾기 위해 사무실을 향했다. 분명 먼저 줄 서있는 우리를 무시하고 말이 통하는 다른 유럽 여행객의 일을 먼저 처리해주는 어이없는 직원에게 쓴소리를 했지만 영어로 싸우니 속이 후련하거나 개운치가 않았다. 거기에다 숙소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버스정류장에 서있으니 갑자기 하늘을 새까맣게 뒤덮은 새떼들이 우리를 향해 날아들었고 곧 지구의 재앙이 올 것처럼 예민하게 구는 새떼들을 어렵게 피해 버스에 앉으니 남편의 옷은 새똥이 무늬를 이루었다.
로마에서 새똥을 맞을 줄이야.
에어비앤비 로마숙소
로마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로마패스 시간이 촉박했기에 친절한 호스트의 이야기를 건성건성으로 들었고 지금까지도 로마 숙소 하면 생각나는 건 호스트의 옷에 깊숙이 배어 있던 담배냄새와 하루 만에 샤워기 필터가 새까매질 정도로 로마의 수질이 나빴던 것이 떠오른다.
엄마표 유럽 워크북_로마 편
콜로세움 (Colosseo_Piazza del Colosseo, 1, 00184 Roma RM, Italy)
콜로세움
콜로세움 shop
로마 하면 떠오르는 고대 로마인들의 뛰어난 건축공학 기술을 집대성한 콜로세움으로 향했다. 파란 하늘에 대비된 콜로세움은 그 거대한 위엄을 뽐내며 자리하고 있었다. 로마의 심장을 살펴본다는 생각으로 기대에 가득 차 입장한 콜로세움 내부는 이빨이 빠진 맹수같이 폐허 같은 느낌이 드는 건 나뿐인 건가? 치열한 검투사의 격투 시합, 맹수 등의 사냥 시합 등의 핏빛 경기를 치러진 장소라 남편은 감탄사를 연발하며 구경을 했지만 곳곳에 보수공사를 위한 지지대와 낡디 낡은 콜로세움을 보니 나는 그 거대한 웅장함 이면에 황량함이 이를 데 없는 이곳이 어쩐지 쓸쓸해 보였다.
포로 로마노(Foro Romano_Via della Salara Vecchia, 5/6, 00186 Roma RM, Italy)
포로 로마노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개선문
다음으로 숨이 턱에 차오르게 테라스나 팔라티노 언덕을 올라 눈 아래로 펼쳐진 포로 로마노 (로마 공화장) 유적지를 한눈에 담았다. 공화장은 신전, 바실리카(공화당), 기념비등의 건물들로 구성되어 로마제국의 심장 역할을 했다고 했지만 로마패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덕에서 전경을 감상하는 걸로 만족한 것 보면 이렇다 할 느낌이나 감정이 없었음이 분명하다. 내 촉은 틀리지 않았다. 뭐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말이다.
그냥 로마는 날씨가 다했구나!
세나토 리오 궁전
코르도나타 계단
카피톨리니 미술관
세계 최고의 고대 조각품을 전시하고 있는 카피톨리니 미술관은 로마패스로 관람이 되지 않아 직접 들어가서 관람은 하지 않았지만, 미술관을 둘러싸고 있는 광장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서 자신의 스케치북을 무심히 꺼내 그림을 그리는 학생들이 많았다. 아이들은 그 모습을 부러워하며 종이와 연필을 찾기 바빴고 사진을 찍을 수 없었지만 그림을 그리는 학생들의 모습은 로마 풍경 퍼즐의 한 조각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