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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지현 Oct 21. 2021

여기서 그냥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

피렌체! 이곳 이 순간 모든 게 낭만이다!


두오모와 조토의 종탑 (Cattedrale di Santa Maria del Fiore & Campanile di Giotto_Piazza del Duomo, 50122 Firenze FI, Italy)

 피렌체의 랜드마크인 두오모는 이탈리아의 대성당을 의미하는데 이탈리아 지역마다 두오모가 있지만 그 무엇보다도 <냉정과 열정사이>의 배경이 되었던 피렌체의 두오모는 어느 무엇보다 기대가 많이 되었다.

 피렌체의 두오모의 붉은빛 쿠폴라(돔)가 내 눈 안에 가득 찼을 때, 1초. 2초. 3초.


숨 막힐듯한 장엄한 풍채에 압도당해 넋을 잃고 말았다는
단 한 문장이 그대로 연출되는 장소였다.

 전날 밤에 부랴부랴 뒤늦게 예매하려고 알아본 통합권(돔+조토의 종루+산 조반니 세례당+지하 유적)이 매진되어 얼마나 안타까워했는지 지난밤의 후회와 회한이 실물을 영접하고 그나마 조금씩 누그러들었다.

엄마표 유럽워크북_피렌체편
엄마표 유럽 워크북 이야기를 미간을 찌푸려가며 진지하게 읽어보는 중
두오모와 조토의 종루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엄마표 유럽 워크북을 펴고, 두오모에 대한 내용을 찬찬히 머리를 맞대고 같이 읽어가는 두 딸아이의 빵모자 뒤통수는 이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침 두오모 옆에 유명한 젤라토 아이스크림 가게가 보여서 딸아이들을 위해 줄을 섰다.

Don Nino 젤라토 Maxi 2개 €18
세상 둘도 없는 자매로 변신할 수 있는 마법의 이탈리아 젤라또
 젤라또 하나에 이렇게 행복할 수 있을까?

 시뇨리아 광장으로 향하던 중 프라다 매장 앞을 비현실적으로 백마가 끄는 고급스러운 마차가 지나간다.


피렌체라는 도시는 제대로 취향저격이다.


시뇨리아 광장(Piazza della Signoria_P.za della Signoria, 50122 Firenze FI, Italy)

 

란치의 화랑
넵튠의 분수 & 메두사 머리를 든 페르세우스

 피렌체에서 가장 오래된 시뇨리아 광장은 그리스 로마 신화 전집을 보는 것과 같은 작품들의 나열로 특히 딸아이는 첼 니스의 <메두사 머리를 든 페르세우스>가 전시되어있는 것을 보고는 도슨트가 된 것처럼 로마 신화를 줄줄줄 이야기한다. 후에 유럽여행을 다녀온 후 그리스 로마 신화 책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된 것 또한 이곳이 계기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베키오 다리 (Ponte Vecchio_Ponte Vecchio, 50125 Firenze FI, Italy)

베키오 다리

 베키오 다리는 피렌체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로 피렌체의 아르노 강을 가로지르는 아치형 다리가 꼭 동화 속에 나오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아기자기한 블록 같아 보였다. 다리의 난간에는 보석점과 금세공 상점들이 줄지어 있었고, 구경하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베키오 다리에서 만난 평온한 아르노 강은 그저 강일뿐인데, 왜 이리도 낭만적일 수 있는지 정말 모르겠다. 피렌체는 그냥 나에게만은 그랬다.


미켈란젤로 광장 (Piazzale Michelangelo_Piazzale Michelangelo, 50125 Firenze FI, Italy)

 베키오 다리를 건너 아르노 강을 따라 내려가다가 언덕을 따라 올라가면 미켈란젤로 광장을 만날 수 있다. 두오모와 종탑에서 만날 수 없었던 피렌체의 전경을 드디어 만난다는 생각에 마지막 체력을 끌어올려 가뿐 숨을 몰아쉬며 미켈란젤로 광장을 올랐다.

미켈란젤로 광장


 비현실적인 피렌체의 전경이 내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멍하니 낭만이 넘쳐흐르는 피렌체의 전경을 바라보고 있으니 세상 모든 근심거리는 사라지고 나와 피렌체만 남은 것 같았다. 정말 여행 오길 잘했다 나 자신을 스스로 안아주고 토닥이며 그 시간을 오롯이 즐겼다. 그때 어디선가 버스킹 소리가 나를 이끌었고 미켈란젤로 광장에 있는 사람들은 너 나할 것 없이 피렌체의 풍경과 함께 노래를 따라 부르며 그 시간을 즐겼다.


이곳, 이 순간 모든 게 낭만이다.

 빼곡히 앉은 사람들 틈에서 (지금은 상상할 수도 없는) 딸아이들은 세상 해맑은 표정으로 행복해했고 피렌체의 낭만을 있는 그대로 흡수했다. 머지않아 피렌체 풍경은 황혼 녘을 달려가고 있었고 시시각각 수채화 물감을 뿌려놓은 듯 변해가는 피렌체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속절없이 시간은 흘러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싶은 피렌체의 마지막 날,


 여기서 그냥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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