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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지현 Oct 17. 2021

냉탕과 열탕 사이, 피렌체

코로나19로 피렌체 호스트가 몹시 걱정이 됩니다.

굿바이! 베네치아.
베네치아 수상버스 안

 <냉정과 열정사이>에서의 두오모 그리고 아련하게 울리던 종소리. 개인적으로 이탈리아에서 가장 기대가 많이 되는 도시, 피렌체로 떠나는 아침이다.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주인공들이 재회하는 두오모를 내 눈 안에 담는다는 생각만으로 들뜨는 마음 주체할 수 없다. 낭만이 출렁이는 베네치아와 작별하고 베네치아의 산타루치아 기차역으로 출발했다. 기차역으로 가는 수상버스 정류장을 찾기 위해 나를 따르시오 호기롭게 출발한 남편이 갑자기 씩씩거리기 시작했다.

헉. 이쪽이 아니네. 반대편이네.


 이따금씩 캐리어 바퀴가 무사 안녕한지 확인해야 할 만큼 캐리어 바퀴를 씹어 삼킬 것 같은 리알토 다리를 힘들게 건너왔는데 다시 반대편을 돌아가야 한다니 순간 짐이고 뭐고 (남편까지) 다 버리고 싶었지만 촉박한 시간에 울며 겨자 먹기로 다시 무시무시한 계단을 올랐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수상버스 창가에 앉은 순간 짧은 기간 동안 머물렀던 베네치아가 이제야 다시 눈에 들어온다. 마음속으로 우리 비록 짧은 순간 여기 머물렀지만, 그 마음 오래도록 기억하겠다 읊조린다.


우리는 지금 냉탕과 열탕 사이를 오간다.

베네치아 산타루치아 역
09:26 VENEZIA S. LUCIA -11:39 FIRENZE S. M. NOVELLA
1등석에서 제공되는 공짜 음료와 간식

 스페인에서 뒤늦게 합류한 남편은 유레일 패스를 발권하는 것보다 각각의 기차표를 예매하는 것이 더 저렴하여 2등석으로, 우리는 유레일패스로 미리 예매한 1등석 고속열차로 각각 이동하였다. (유럽여행 계획할 당시 유레일패스를 발행할지 도시 간 각각의 기차표를 예약할지는 이동코스와 비용을 일일이 비교하고 결정했다) 2등석과는 달리 1등석에는 공짜 음료와 간식이 제공되었고 달달한 간식을 나눠 먹으며 피렌체에서의 여정을 머릿속으로 그려보았다.

피렌체 산타 마리아 노벨라 역 도착!
피렌체 숙소 호스트의 웰컴 선물

 피렌체 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피렌체 숙소는 체크인 시간보다 일찍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노부부 호스트 분들은 당신의 손녀를 만난 것 마냥 딸아이들을 반겨주셨다. 숙소를 하나하나 꼼꼼하게 알려주셨을 뿐만 아니라 근처 맛집까지 정리한 프린트부터 환영 선물로 웰컴 드링크 와인까지 선물로 주셨다. 이때까지 머물렀던 어느 다른 도시의 에어비앤비 호스트보다 황송한 대접으로 잠깐의 만남이었지만 오랫동안 호스트의 푸근한 인상이 잔상으로 남았고 한국으로 입국 당시 이탈리아의 기하급수적인 코로나 확진자 소식을 들었을 때 제일 먼저 걱정이 되었던 것 중의 하나가 피렌체 호스트분의 안위였다.

배고픔을 이기지 못한 결정장애는 두고두고 못산 것을 후회한다.

 숙소에서 짐을 정리하고 티본스테이크를 맛보기 위해 종종걸음으로 서두르는 길에 이름 모를 피렌체 벼룩시장과 조우하게 되었다. 작은 규모였지만 볼거리가 많아서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던 찰나 포크세트와 에스프레소 잔이 너무나도 앤틱하고 이뻐서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다. 가격보다 현금이 모자라기도 하고 배고픔을 이기지 못한 결정장애는 다음을 기약하며 돌아섰지만 다시 돌아온 자리는 휑하니 벼룩시장이 파하고 난 후였다. 지금까지도 사지 못한 포크와 커피잔이 눈에 아른거린다.


티본스테이크

 피렌체에 왔으니 티본스테이크를 맛보야겠다는 생각으로 검색한 달오 스테 레스토랑은 한국인들 사이에서 쿠폰 공유가 잘 되어있는 레스토랑으로 티본스테이크뿐만 아니라 친절한 직원들로 기분 좋은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었다. 처음 방문하고 너무 괜찮은 곳이라 다시 방문하겠다고 이야기를 하고 다음날 또 방문해서 티본스테이크와 다른 메뉴를 주문했더니 서빙해주는 홀직원이 다시 방문해줘서 고맙다며 미트볼을 서비스로 제공해주었고, 계산할 때 너무 친절하고 너무 맛있게 잘 먹고 간다고 하니 사장님이 나가는 우리를 불러 세웠다. 갑자기 와인 한 병을 선물로 주시면서 정말 고맙다고 하는 게 아닌가? 정다운 K-리액션이 통하는 순간이다.


칭찬은 사장님을 춤추게 한다?!

선물 받은 와인

 노천카페에서 커피를 즐기는 여유로운 사람들을 지나 우리는 우피치 미술관을 향해 걷는다. 햇빛은 눈부시도록 우리에게 쏟아지고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로맨틱한 피렌체가 우리 눈 안에 가득 차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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