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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지현 Oct 17. 2021

인사성이 밝으면 비밀공간이 열린다.

사진 맛집 부라노섬, 무라노섬

베네치아 에어비앤비 숙소 창문을 열면 보이는 풍경

 베네치아의 이튿날 아침은 시끄럽게 재잘거리는 새소리에 잠을 깼다. 베네치아 주변 섬에 당일치기 가능한 짧은 여행을 떠나려는 것을 아는지 알람 소리처럼 요란스럽게 떠들어 됐다. 숙소 주변의 풍경을 보니 우리의 바쁜 마음과는 달리 너무 여유롭게 잔잔했고, 누군가가 내 귓가에 싱잉 볼을 울린 것처럼 마음의 평화가 찾아왔다. 다름 아닌 우리는 베네치아의 아침을 맞이하고 있으니까.



부라노섬(Burano_30142 Venezia, Italy)

 베네치아 석호의 북쪽에 놓여있는 작은 섬으로 특산품인 레이스 장식품으로 유명한 부라노섬을 가기 위해 수상버스 바포레토를 타고 본섬에서 한 시간가량 이동하였다. 

바포레토를 타고 본 풍경
레이스 특산품

 서정적인 동화에서 나올법한 분위기를 풍기는 부라노섬의 입구는 레이스 특산품으로 줄지어있었고, 본격적인 부라노섬으로 들어가니 알록달록 건물들이 줄지어 반긴다.  

 우리는 첫째 아이의 컨디션 난조로 소극적인 구경을 하다가 부라노섬에서 꼭 찍어주고 싶은 사진을 아이에게 보여주며 괜찮겠냐고 물어보니 거두절미하고 찍겠다고 대답했다. 부라노섬의 알록달록한 벽을 배경으로 다양한 표정으로 사진을 찍고 사진을 편집했더니 근사한 사진으로 완성되었다. 사진으로 보아도 그날 컨디션이 좋지 않음이 엄마의 눈으로는 보이는데 엄마의 바람을 협조해준 첫째 아이의 갸륵한 마음이 참 이쁘다.

사진 맛집 부라노섬
Trattoria da Primo

 가족이 대대로 운영한다는 스파게티 전문점을 들어가서 배를 채워본다. 이제 맛의 즐거움보다 배를 채운다는 느낌이 강렬한 건 느끼함이 한도 초과가 되었다는 뜻. 스파게티에 큰 고춧가루가 듬성듬성 붙어있는 섞박지 하나 올려서 먹고 싶은 마음 굴뚝같다.



무라노섬 (Murano_30141 Venezia VE)

 베네치아 북쪽 1.5km에 있는 산호섬으로 운하를 따라서 르네상스 시대의 건물이 줄지어 나타나고 유리세공으로 만들어진 작품들을 파는 상점들이 유리공예박물관 못지않게 전시되어있었다.

유리세공 작업공장

 무라노 섬 구석구석 골목을 돌아다니며 발견한 유리세공 작업공장으로 들어가 유리 세공작업을 구경할 수 있는지 물었더니 €10의 티켓을 끊어주었고 유리세공 작업을 유리공장 1열에서 관람할 수 있었다. 몇 분도 안 되는 사이에 규사를 불에 달구어 말을 비롯한 다양한 유리제품을 정교하게 만드는 모습을 보니 정말 무라노의 유리장인다운 면모를 보여주셨다. 구경하는 동안 우리 아이들은 너무나도 신기한 유리세공 작업에 K-리액션을 연발하며 환호를 해주었고 그것을 흐뭇하게 지켜보던 직원이 귓속말로 이야기한다. 너희들에게만 우리가 유리세공 체험을 시켜줄 테니 구경하는 사람이 다 나갈 때까지 기다려란다.

 체험을 마치고 배꼽인사를 연거푸 하는 딸아이를 보고 너무 귀여워하며 직원은 비밀의 공간을 보여주겠다며 다른 층으로 안내해주었다. 설마 구매를 강요하는 건가? 의심을 살뻔했지만 사진을 찍을 수 없었던 비밀의 공간에는 정말 입이 쩍 벌어질 정도의 유리세공품들이 전시되어있었고 대대로 이어온 유리세공업에 상당한 자부심을 가지는 것 같아 보였다. 

자신의 일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때론 담백하게 때로는 상기된 얼굴로 일을 즐기는 그 직원의 모습은 잠시 멈춘 나의 일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본섬으로 향하는 수상버스가 우리를 픽업하러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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