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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쿠나 Jun 01. 2021

코로나 시국에 지중해 휴양지에 산다는 것

터키 정착 한 달 기록

터키에 온 지 한 달이 되었다. 우리 가족이 정착한 곳은 터키 남부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중소도시 페티예 (Fethiye)이다.


이 곳은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 동안이 최고 성수기다. 봉쇄령이 시행되었던 5월에는 텅텅 비어있었지만, 블루라군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욜루데니즈 라는 해변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서 모인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위치 상 유럽 관광객들이 많고 특히 영국인들이 많은데 (은퇴이민 온 영국인들이 정말 많다) 놀랍게도 중국인을 비롯한 동아시아 관광객들이 거의 없다고 한다. 집 계약하면서 만난 부동산 업체에서도 페티예에서 중국인을 본 적이 거의 없다고 했다. 그만큼 우리 가족은 눈에 띌 수밖에 없다. 게다가 2살 아기까지 데리고 다니니 말이다.


욜루데니즈 해변


터키에 도착하고 2주 간 봉쇄령으로 이제야 제대로 둘러보기 시작했고 상권이 조금씩 활기를 찾으면서 점점 이 도시의 매력을 알아가고 있다. 화려한 쇼핑몰이 있거나 모던한 곳은 아니지만 아름다운 산과 바다가 조화를 이루고 물가는 저렴하면서 역사적 문화적 명소가 곳곳에 있는 곳. 적어도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저평가된 휴양지랄까.


터키 페티예에서 2주 간의 봉쇄령을 지나고 또 한 달을 살아보면서 느낀 점을 몇 가지 적어보려 한다.


지중해성 기후는 사랑이다


햇살은 살갗이 타들어갈 듯 뜨겁지만 그늘 아래에만 있으면 봄 날씨 혹은 초 가을 날씨처럼 살랑살랑 시원한 바람을 느낄 수 있다.  터키 날씨를 찬양하는 우리에게 터키 친구들은 아직 여름이 오지 않아서 그렇다고는 했지만, 5월 말 기준으로 우리가 느끼는 날씨는 지상낙원이 이런 곳일까 싶을 정도로 좋다. 매일 같이 미세먼지 농도를 체크해야 했던 서울시민으로서 이보다 좋을 순 없었다.


빌딩 숲에서 살다와서 더 그렇겠지만, 바다가 보이는 곳, 그것도 매일 저녁 지중해 노을을 볼 수 있다는 건 매일 과분한 선물을 받는 기분이다. 심지어 우리 집은 바다에서 거리가 좀 있는 곳임에도, 고도가 높아서 멀찌감치 나마 지중해가 보이는데 가끔은 이런 호사를 누려도 되나 싶을 때가 있다. 한편,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좀 더 좋은 집, 바다가 코 앞에 있으면서 더 탁 트인 전경을 가진 집을 탐하게 된다.


우리집 아님 ㅋㅋ


코로나 대응과 일반인들의 방역 수준


4월 중순에는 터키 코로나 확진자 수가 세계 4위까지 올라갔을 정도로 심각했다. 그래서 4월 말부터 5월 중순까지 3주간 완전 봉쇄령이 시행되었었다.  자세한 건 모르긴 몰라도 관광수익에 의존하는 관광국가로써 외국인 입국 제한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 코로나 확산세에 큰 몫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4월 중순에 폭발적으로 늘었던 확진자들 중 80%가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라고 하니 말이다 (다른 지역은 모르겠지만 지중해 쪽 관광도시들은 영국인 관광객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일상에서의 마스크 착용도 한국과 비교하면 느슨한 편이다. 실내에서는 대부분 착용하기는 하지만 야외에서는 벗고 있는 사람들도 많이 보인다. 특히 가까운 관계에서는 더욱 느슨해지는데, 이사 후 여러 가지 설치할 것이 많아서 전 집주인이 큰 도움을 줬는데, 도움은 감사하지만 매번 마스크 없이 들어와서 불편했던 적이 많았다. 나도 외국인이고 관광객이라고 할 수 있지만 외국인 관광객들의 마스크 착용 행태를 보면 정말 눈살이 찌푸려진다. 봉쇄령 기간 동안 시내에 나갈 일이 있었는데 마스크 없이 자유롭게 활개를 치는 사람들을 보면 관광객이었다 (물론 직접 확인하진 않았지만, 영어를 쓴다는 점과 옷차림 등을 보고 추정하건대).


실내든 야외든 철저하게 마스크를 착용하던 한국에 있다가 이곳을 와보니 여간 불안한 게 아니지만, 야외에서는 또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래도 방심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매일 한다.


생활 물가 & 편의 시설 및 서비스

물가는 확실히 싸다. 매일 같이 배달음식을 시켜먹는데 배달비를 받는 곳은 아직까지 한 곳도 보지 못했다. 2인 기준으로 디저트에 음료까지 정말 넉넉히 시켜도 1만 원, 할인받으면 어쩔 땐 2인 기준 4000원 정도밖에 안 나올 때도 있다. 마트에 파는 식료품도 대체적으로 싼 편인데, 1 kg 짜리 그릭 요거트가 한국 돈으로 1500원 정도 한다. 맛도 정말 훌륭한데 너무 싸다! 터키에 와서 스타벅스 물가를 보고 가장 놀랐는데 아이스라떼 톨 사이즈가 1900원이다. 내가 알기로 페티예에 스타벅스는 두 개 밖에 없는 게 아쉽지만,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가격!

게다가 화요일마다 열리는 재래시장에 가면 페티예 근교에서 직접 재배한 신선한 과일 채소를 살 수 있다고 하는데 마트와 비교 불가할 정도로 싸다고 한다. 이 곳은 코로나가 좀 더 잦아들면 가봐야겠다.



아이들과 동물들을 사랑하는 친절한 터키인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이제껏 경험에 비춰봤을 때 터키 사람들은 아이들을 좋아하는 것 같다. 물론 우리 토토가 페티예에서 쉽게 보기 힘든 동아시아 아기여서 더욱 배려를 받았을 수도 있지만 여자들은 물론이고 성인 남자, 할아버지들도 엄청 예뻐하는 걸 느낀다.

터키에 오기 전에 고양이, 강아지들의 천국이라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실제로 와보니 정말 그랬다. 가장 놀랐던 점은 3주 간의 봉쇄령이 시행될 때 정부에서 지침을 발표했는데 그중 하나가 봉쇄령 기간 동안 길에 사는 고양이, 강아지들이 굶지 않도록 식량을 잘 챙겨주라는 점이었다. 따뜻한 사람들. 이 외에도 도시 곳곳에 강아지 고양이들이 먹고 마실 수 있는 그릇이 구비되어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고양이가 워낙 많다보니 토토도 자연스럽게 고양이와 친해졌다.


많이 아쉬운 인터넷


페티예에 와서 가장 답답한 것 중 하나는 인터넷이다. 아직 투어리스트 신분이라 집에 와이파이를 깔지 못해서 모바일 데이터를 쓰고 있는데, 심각하게 느리다. 물론 우리 집이 산자락에 있어 그런 면이 크지만 좀 심하다 싶을 때가 있다. 도심 가까이 살면 이 정도는 아닐 테지만 디지털노마드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는 부분이다.




해외여행이 어려운 코시국에 아예 이민을 와버리니 그동안 못했던 여행을 마음껏 다니는 특권을 누리는 기분이다. 한동안 해외도시 한 달 살기가 유행이었는데 페티예에 딱 한 달 살아보니 적극 추천하고 싶다. 코로나만 잠잠해지면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을까 싶다. 살아볼수록 더 좋아지는 페티예. 이곳에서 잘 정착해서 우리 가족의 터키 이주가 해피엔딩이 되었으면.


[덧붙임] 

터키 페티예 이민 & 정착 과정을 브이로그로 담고 있습니다.
저희 가족의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방문해주세요 :)
https://www.youtube.com/channel/UCoVEe8eHKqxNPPR34_2i_Uw/featured

https://youtu.be/mCVfN_2FPX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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