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스타트업을 시작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내가 주도적으로 원하는 개발을 할 수 있는가?'였다. 왜냐하면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계기가 개발자로서 성장하는데에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스타트업의 초기 멤버가 되고 싶었다. 기존에 다니던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의 직원으로 옮기는 것은 나에겐 이직으로 생각되었고 이직을 할 것이라면 스타트업은 피해 가고 싶었다. 나는 '사업'을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중추가 되고 싶었다.
위의 조건을 생각하며 스타트업의 팀 구성을 위해 파트너를 찾던 도중에 재밌는 블로그 글을 발견하게 되었다. 블로그는 한 대기업 사원이 퇴사 후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과정을 담고 있었고, 재밌게도 그 사람은 나와 같은 학교를 나왔고 비슷한 고민을 한 듯했다. 나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 사람의 글들을 읽어 내려갔다. 스타트업에 대한 글들을 모두 읽은 후 다른 글들 또한 읽어보니 그가 많은 책을 읽어왔고 또한 많은 생각을 가진 사람으로 느껴졌다.
그의 글을 읽고 난 후 함께 팀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 사람은 개발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개발에 있어서 내가 주도할 수 있을 것 같았고 블로그 글들에서 느껴지는 그의 생각들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특히 개발자를 이해하기 위해 코딩을 독학했다는 점이 맘에 들었었다.)
만나서 얘기를 나누고 싶다는 메일을 보낸 뒤, 흔쾌히 허락하는 답장을 받을 수 있었다. 이후에 나는 A4용지 한 장 분량의 질문들을 준비했었다. 그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고 어느 정도의 준비를 하고 있는지 한 번의 만남으로 최대한 알아내기 위해서였다. 나에게도 스타트업에 도전한다는 것은 굉장히 큰 일이었기 때문에 최대한 이것저것 따져보고 싶었다.
얘기를 나누며 나는 파트너로서 그와 함께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앞서 적었던 나의 제 1가치를 훼손시키지 않을 것 같았고 나의 질문에 대한 답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그가 개발자는 아닐지언정 개발자와 함께 하기 위하여 많은 고민을 했음을 질문에 대한 답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함께 팀을 구성하며 그(이하 대표로 적겠다.)가 이미 2명의 멤버를 구해놨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고 본격적인 킥오프를 하며 모두와 만나는 시간을 가졌었다. 이때 나는 멤버 구성에 대한 걱정을 가지게 되었다. 왜냐하면 총 4명의 멤버 중에서 개발자는 나 혼자 뿐이었고 디자이너는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개발은 어떻게든 나 혼자서 해내도 되지만(사실 혼자서 모든 것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도 큰 부담이었다.) 디자이너가 없는 것은 치명적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열심히 노력해서 최고의 퍼포먼스와 유지보수성을 가진 소프트웨어를 만든다 해도, 결국 최종적으로 사용자가 바라보는 것은 디자이너가 만들어낸 UI임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나는 디자이너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얘기했고 모두에게 디자이너를 찾아보자고 얘기를 했었다.
우리는 디자이너를 찾아보기 위해 여기저기 수소문했지만 사실상 큰 소득은 없었다. 그나마 디자이너와의 접점을 가진 사람은 나 밖에 없었기 때문에 나는 내 인맥 내에서 디자이너를 찾기 위해 더더욱 고군분투했었다. 다행스럽게도 잘 알고 지내던 디자이너가 자신의 친구를 소개해줬었고 함께 얘기를 나눌 기회 또한 가지게 되었다. 갑작스럽게 만나게 되었지만 퇴근 시간과 주말을 이용해서 짬짬이 만들던 제품을 보여줬고 어떤 것을 만들지에 대해서도 설명해줬다. 다행히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줬었고 대표와의 만남을 주선할 수 있었다. 디자이너는 대표와의 만남을 가진 뒤 합류를 결정하게 되었다. 이후에 들은 얘기지만 그 디자이너 또한 대표와의 대화에서 좋은 인상을 받았고 친구가 나에 대해 좋게 얘기해줬기 때문에 합류를 결정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