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봉봉 Feb 12. 2017

주말마다 스타트업

회사 다니며 스타트업(3)

  우리는 각자 한주 동안의 결과물을 매 주말(주로 일요일이었다.)마다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런 프로세스를 가지게 된 계기는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각자의 일이 있는 상태였고 좋은 선례 또한 있었기 때문이다.


https://brunch.co.kr/@startupbongbong/19

  모이는 장소는 각자 사는 지역의 중간 지점이라고 할 수 있는 번화가의 한 카페였다. 모임은 한두 시간 내외로 빠르게 끝냈었고 각자가 맡은 역할이 있었기 때문에 멤버의 수만큼 주제는 다양했다. 대표이자 기획자는 눈여겨 볼만한 행사(주로  스타트업 지원에 대한 것들이었다.)들에 대한 공유와 이슈 상황 정리를 주로 했었고 마케터 역할을 맡은 멤버는 앞으로 가져가야 할 마케팅 전략과 그때 당시 진행 중이던 소셜마케팅에 대한 얘기를 했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모임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던 것은 현재 제품의 개발 상황 공유와 개발자와 디자이너 간의 의견 조율이었던 것 같다. 개발자인 나는 주로 한 주간 개발한 사항에 대해 간단하게 데모를 하고 디자이너가 만들어온 새로운 산출물들을 검토, 수정했다.


  그때 당시 나는 회사를 다니면서 모바일 & 백엔드를 동시에 개발하고 있었기 때문에 개발 진척이 굉장히 느린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많은 개발자들은 공감하겠지만 개발을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UI의 변화로 얼마큼 개발이 진행됐는지를 판단하기 때문에 UI가 없는 백엔드 개발 같은 경우엔 열심히 만들었음에도 그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이 없었다. UI 대신 내가 열심히 짠 코드를 보여준다고 다른 멤버들이 읽을 수 있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나 스스로 많은 초조함을 느꼈었다. 퇴근 후, 그리고 공휴일들을 반납하며 열심히 개발을 진행했었지만 '보이는 부분'에 대한 개발은 더딜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다행이었던 것은 다른 멤버들이 전혀 그런 것에 대한 압박을 주거나 불만을 얘기한 적은 없었기 때문에 나 스스로 압박을 느꼈을지언정 다른 사람에 의해서 느낀 적은 없었다.


  다른 사람들에 의한 압박이 없었더라도 누군가에게 고용되어하는 개발이 아니라 나를 위해 하는 개발이었기 때문에 걱정이 컸었다. 분명 나에게 남는 시간을 모두 개발에 쏟아부었지만 내가 처음 개발을 시작할 때 예상했던 것보다 진척 속도가 현저히 느렸기 때문이다. 속도가 느렸던 이유는 상용화할 제품의 백엔드 개발을 처음 해본다는 점, 그리고 백엔드 개발에 있어서 사용되는 언어/프레임워크를 처음 써본다는 점, 마지막으로 본격적으로 개발을 해보니 생각보다 첫 번째 버전에 들어가야 할 기획의 양이 많았다는 점이었다. 그렇다고 이미 밀도 있게 사용하던 개발 시간을 더 늘릴 수 없었고 개발자 또한 나 혼자 밖에 없었기 때문에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이 부분은 개발 진행에 대한 문제이기도 했지만 다른 곳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었다. 나는 계속 개발해야 하는 것들이 눈앞에 바로 보였기 때문에 앞만 보고 달려 나갔지만 다른 멤버들에겐 고역일 수 있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당장 MVP(Minmum Viable Product: 최소 기능 제품)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영역(영업, 마케팅, 기획 등)에선 할 일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때 기획을 더 축소시켜야만 했다는 생각이 든다. 나 또한 어느 정도 욕심이 있었기 때문에 '그래도 다 개발해야지'하는 생각으로 진행했지만 기획자에게 말을 해서 MVP의 볼륨을 줄이고 더 빠르게 출시했으면 나뿐만 아니라 다른 멤버들에게 동기부여 측면에서도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만약 지금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해야 한다면 나는 회의에서 결정된 기획에서 최소한의 기능이라고 생각되는 것보다 더 최소의 것을 개발할 것 같다. 그리고 서비스를 진행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기능을 붙여나갈 것이다. 그것이 여러 자원이 모자란 스타트업에겐 더 어울리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스타트업을 진행하던 시기들 중에서 이때가 가장 즐지 않았나 싶다. 우리는 매주 각자의 생각을 아이디어에 조금씩 보태었고(물론 MVP에 적용 가능한 아이디어가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장밋빛 미래를 상상하며 즐거워했었다. 각자의 전략과 생각을 발표해주면 다른 멤버들이 호응 또한 잘해주었기 때문에 항상 웃으며 회의를 진행했던 것 같다. 나 또한 써보고 싶었던 기술(물론 제품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 기술이다.)을 원 없이 썼었고 기존 회사에서 느끼지 못했던 발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즐겁게 개발을 진행했던 것 같다. 게다가 회사를 다니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압박을 받는 일도 없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