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봉봉 Aug 12. 2017

퇴사 결심

  퇴사에 대해서 고민을 시작한 이후에 이로 인해 생기게 될 여러 일들에 대해서 생각을 했었다. 단순히 회사가 싫다는 감정만으로 퇴사를 결정하는 것은 합리적인 생각이 아니라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합리적인 결정을 할 수 있을까? 확실한 건 난 지금까지 내가 걸어온 길과 그 과정에서 느낀 점은 잘 알고 있지만 미래에 일어날 일과 그에 따른 감정은 예상만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때문에 지금까지 겪어온 것들을 바탕으로 결정을 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현재 퇴사하고 스타트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면 잃는 것은 무엇일까? 반대로 얻는 것은 무엇일까?


  잃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다음과 같았다.

  첫 번째는 돈이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연봉을 회사를 결정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가치로 생각한다. 나 또한 처음 회사를 선택할 때, 연봉이 최우선의 가치이고 기준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약 3년여 동안의 회사 생활을 하면서 느낀 것은 '나'라는 사람은 생각보다 돈이라는 것에 초연하다는 것이다. 난 평소에 뭔가를 사고 싶어 하는 물욕이 크지 않았기 때문에 당시 연봉에서 실제로 쓰는 돈보다 저축하는 돈이 훨씬 컸었다. 때문에 스타트업을 하면서 당분간(스타트업이 내 생각대로 안된다고 가정했을 때 최대 1년만 도전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돈을 벌지 못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는 대기업이라는 명함이 주는 네임밸류이다. 당시 내가 다니던 회사는 대한민국 사람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알만한 회사였다. 때문에 처음 입사할 때 부모님께선 굉장히 기뻐했었고 친척과 아는 사람 모두들 축하해 줬었다. 하지만 그 네임밸류가 나에게 큰 이점을 준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나는 소프트웨어 개발자였기 때문에 명함 등을 통해서 남에게 내가 다니던 회사를 알릴 일도 적었고 가끔가다 한번 있는 그런 경우에도 신입사원 때나 잠깐 좋아했었던 것 같다. 즉, 네임밸류는 나보다는 부모님께서 더 좋아하셨던 장점이었다.


  이후엔 내가 스타트업을 시작할 경우 얻게 되는 것을 생각해보았다.

  첫 번째는 자유이다. 여기서 말하는 자유라 함은 내 멋대로 사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업무 영역에서의 자유'이다. 기존 회사에서 하는 업무는 어떤 일을 하던 정해진 프로세스에 따라 진행했었기 때문에 굉장히 큰 일에서 극히 일부분의 일을 매일 반복하는 것이었다. 때문에 일을 통해서 배울 수 있는 점이 없었다. 반면에 스타트업에서 하게 될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나 스스로가 만들어낼 일들이고 거기엔 타이트한 프로세스 같은 일의 반복도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즉, 일을 자유롭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재밌을 것 같았다

  두 번째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서의 성장이다. 이미 앞선 글들을 통해서 여러 번 적었지만 난 정말이지 너무나도 개발자로서 성장하고 싶었다. 새로운 기술을 공부해보고 그것을 실무에 코딩을 통해 적용해보고, 그리고 시니어 개발자에게 그것에 대해 더 심층적으로 배우는 진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다운 일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기존 회사에선 앞서 쓴 글들에서 처럼 내가 본 받을만한 사람도 없었고 어떤 기술들을 적용해볼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물론 스타트업을 하더라도 시니어 엔지니어가 없는 상황에서 일을 하게 되겠지만 적어도 내가 써보고 싶은 기술이나 방식들을 마음껏 적용해보면서 새로운 것을 익힐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위의 이유들 외에 퇴사를 하고 스타트업을 시작했을 때 생기는 장단점이라고 보기엔 애매한, 그저 도전해보고 싶게 만드는 이유들도 있었다.

  첫 번째는 한 번쯤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이었다. 이 생각을 하던 시기가 20대가 끝나갈 무렵의 나이였다. 난 아직 미혼이었고 그만큼 내가 책임져야 할 상황이나, 사람들이 없었기 때문에 지금이 도전의 적기라고 생각했다. 이 시기를 지나게 되면 또다시 기회가 오지 않으리란 생각이 있었다.

  두 번째는 지금이라면 실패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나는 스타트업을 시작해서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최대 1년만 하고, 만약 결과가 잘 나온다면 기간을 더 늘려서 도전할 생각이었다. 때문에 실패한다고 가정했을 때, 1년을 소비하는 것이었는데 난 아직 나이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그 정도 시간을 잃는 것은 괜찮아 보였다. 설령 실패를 하게 되어 1년의 시간과 직장을 잃더라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서의 역량은 더 커져 있을 것이고 그 역량으로 경력직으로 다른 회사에 입사하거나 정 안되면 신입으로 재입사를 해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만큼 연봉이 줄어들겠지만 난 앞서 적었듯 돈에 초연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세 번째는 내 가치관의 변화였다. 나는 원래 불규칙하고 위험한 일은 딱 질색하는 성격이었다. 하지만 이때쯤에 내 개인적인 생활에 있어서 너무나도 큰일이 생겼었고 그 일로 인해서 내 인생관이 바뀌게 되었다. 여기에 그 일에 대해서 적을 순 없지만 그때 이후로 '나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이다.'라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즉, 미래니 안정이니 생각하며 참고 사는 것보다 재밌는 일을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위에 나열한 이유들을 가지고 고민한 이후 내린 결론은 퇴사 이후 스타트업 시작이었다. 물론 내가 나열한 잃게 될 것들이 누군가에겐 굉장히 큰 가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것들이 나에게 큰 행복감을 준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그것을 잃고 실패한 이후에도 나는 다시 일어설 수 있으리란 자신감이 있었다. 엔지니어로서의 역량을 키운다면 어디서든 일할 수 있으리란 생각을 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퇴사 생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