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내가 원하는 개발을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 그것이 나만의 전문성을 잃게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어떤 식으로 이를 극복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것들을 생각했지만 행동으로는 제대로 옮기지 못하는 중에 내 친구(그도 개발자다.) 하나가 제안을 해왔다.
"퇴근 뒤 동호회 형식으로 개발 한번 해볼래? 잘되면 사업하자"
처음 들었을 땐 사업까진 아예 생각조차 하지도 않았다. 예전 글에도 썼지만 나는 안정적이지 않는 것엔 질색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퇴근 뒤 재밌게 개발하는 것은 나에겐 끌리는 일이었기 때문에 수락했었다. 이때 같이 개발을 진행하기로 한 사람은 나뿐만 아니라 더 있었고 총 4명이었다. 우리들은 모두 개발자였고 서로 친한 상태였다. 이후 우리는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서 아이디어 회의를 했다. 이전 학생 때의 아이디어 회의와 달랐던 것은 만들고자 하는 프로그램에 수익성이 있는가를 따지는 것이었다. 시작은 동호회 형식으로 가볍게 만드는 것이었지만 다들 사업화시키는 것도 어느 정도 생각하고 있었다.
아이디어 회의를 계속해서 이어가던 도중, 우리는 한 가지 아이디어를 구현하기로 합의를 하게 되었다. 이후엔 어떤 식으로 개발할 것인가에 대해서 말하게 되었는데 이때 리드했던 사람은 처음에 나에게 제안을 했던 친구였다. 그 친구는 애자일 개발 방법론에 대해 알고 있었고 우리 중 현업에서의 개발 경험이 가장 많은 친구였다. 이 친구의 리드와 우리들의 의견이 모여 애자일 개발 방법론을 변형하여 개발하기로 하였고 그 외 개발에 도움이 될만한 도구(Git 등)들을 선택해서 우리만의 개발 프로세스를 완성했다.
이후의 개발은 아주 재밌었고 신기했다. 사실 이때 친구들과 개발을 진행하며 느낀 것은 내가 우물 안의 개구리였다는 것이다. 물론 개발을 한다는 것은 이미 학생 때부터 많이 해봤기 때문에 어려울 것이 없었지만 그들이 알려주는 지금 현재 IT의 트렌드라던가 개발 도구들이라던가 그리고 개발 방법론 등은 많은 부분에서 생소한 점이 있었다. 회사에서 근무하던 시간들 동안 내가 얼마나 눈이 어두웠고 귀를 열어두지 않았는지 알 수 있었다. 이때 또 한 가지 느낀 점은 내가 개발을 재밌어한다는 것이었다. 매일 매일 대기업 안에서 반복적인 업무만 하다가 새로운 기술을 찾아보고 적용해보고 구현한다는 것은 학생 때 느꼈던 순수한 재미를 느끼게 해주었다.
이때 나는 앞으로도 개발로 먹고살아야겠다고 생각을 하게 됐다. 물론 개발이 친구들과 논다거나 게임을 하는 것보다 재미가 있다고 할 순 없었지만 충분히 몰입이 되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할 정도로 개발이 재밌었다. 이후로 나는 대기업에서 하던 업무가 주지 못하는 만족감을 이 활동을 통해서 채웠었고 이 때문에 '돈을 벌 수 있는 업무가 이런 발전한다는 느낌이 들고 즐거운 개발이 되면 좋겠다'라고 생각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