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미안, 이건 유튜브가 아니야!!
취미로 쓰는 글이지만 그래도 하루에 몇 명이나 제 글을 읽는지 궁금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브런치 통계 게시판을 들락날락거립니다. 글을 올리자마자 누군가 라이킷을 눌러주면 그게 그렇게 신기해요.
브런치를 시작한 첫날, 제가 올린 글을 읽은 사람은 총 17명.
언제, 어디서 무슨 생각을 하며 제 글을 읽었을까 궁금해하며 매우 신이 났었습니다. 스크롤을 내리다 실수로 눌렀을 수도 있고, 제목이 마음에 들어 들어왔지만 조금 읽다가 말아버렸을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라이킷을 눌러주는 분들도 계시니 그런 것쯤은 괘념치 않기로 했습니다. 이 기회에 제 글을 찾아주시는 모든 분들께 이 지면을 빌어 감사의 마음을 올립니다.
하루에 열 명 남짓 읽던 글을 어느 날 백 명이 훌쩍 넘게 읽은 적이 있습니다. 매일 꾸준히 스무 명이라도 읽었음 좋겠다고 생각했던 마음이 갑자기 달뜨기 시작했습니다. 혹시나 에러가 나서 잘못 뜬 게 아닐까 로그아웃까지 해서 다시 확인해 보기도 했어요. 백 명, 이백 명, 그러다 오백 명까지. 하루에 오백 명이 넘는 사람들이 제 글을 읽었다고 뜬 날이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제 글이 브런치 인기글에도 뜨고, 다음 직장 in 페이지에도 잠깐 스쳐 지나갔던 날이었더라구요.
제 주변 그 누구에게도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다고 말하지 않았어요. 부끄럽기도 하고 또 제가 아는 누군가가 이 글을 읽고 있단 생각을 하면 그걸 의식해 충분히 솔직해지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에요. 너무 자랑하고 싶은데 자랑할 사람이 없어 엄마 코 앞에 668이 뜬 핸드폰 화면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엄마가,
500명이 넘으면 돈 주니?
라고 하더라구요. 그렇다고 저희 엄마가 막 돈, 돈하시는 분은 아닌데 제가 로또 당첨이라도 된 듯 100명, 200명, 500명 카운트 다운하면서 좋아하니 그랬나 봅니다.
브런치에 글을 쓰며 제 일상의 모든 순간이 의미 있어지고, 가치 있게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돈을 버는 건 아니더라도 브런치에 글을 쓰며 제 일상은 특별해졌습니다. 제가 제 글의 주인공이잖아요. 내가 좋아하는 순간에 대해 써보면 어떨까 생각하기 시작하면, 좋아하는 이유는 뭘지, 어떤 부분을 특히 좋아하는 건지, 그 순간을 정말로 좋아하는지 등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제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질문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보면 그냥 흘러버렸을 법한 일들에 대해 다시 곱씹게 되고, 제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보게 되죠. 어떻게 하면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요. 그러면 어느새 그 순간이 제게 특별해집니다.
처음 브런치를 시작하며 일주일에 한 편씩 글을 올리겠다 다짐했어요. 그러면서 마음 한 편으로는 그만큼 쓸 게 없으면 어떡하지 걱정도 했었죠. 그렇지만 지금은 빨리 글을 올리고 싶은 마음을 자제하려고 노력합니다. 설익은 채로 글을 세상에 내 보이고 싶지 않아서요. 고치고 또 고쳐서 지금을 또 다른 특별한 순간으로 남기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