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니까 청춘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아요.
예를 들면, 하나의 제품을 출시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꽤 많은 테스트와 부서를 거쳐야 합니다. 그리고 제품에 따라 그 절차가 달라져요. 신제품이냐 러닝 제품이냐에 따라, 용기가 바뀌었는지 아닌 지에 따라, OEM인지 ODM인지에 따라 절차와 테스트가 모두 달라지는 거죠.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당연한 건데, 그때는 전혀 당연하게 느껴지지 않았어요. 중간에 부서 이동을 한 거라 사수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물론 저 혼자 사수로 생각하고 따르는 선배가 있긴 합니다만) 신입 사원 때처럼 실무 전에 진득하게 교육을 받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죠. 중간중간 타이밍을 봐가며 사람들에게 물어봐야 하는데 다들 너무 바쁜 거예요. 맞는지 틀린지도 모르는 채 급하다고 무턱대고 시작했다가 아주 배부르게 욕을 먹었습니다. 뱃살이 +10 되었네요.
그런데 이렇게 매일 힘들다고 말만 하면 그 의미가 언젠간 퇴색되어 버리고 맙니다. 누가누가 더 힘든가 배틀은 아니더라도 힘들었던 일들을 하나둘 꺼내다 보면 시원해지는 맛이 있는데 점차 그 약빨도 떨어지죠. 그리고 연차가 쌓이면서 더 이상은 이런 힘든 상황들에 대한 푸념이 무용담이 아니라 무능력함을 보여주는 꼴이 됩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힘든지 고민해본 적 있나요?
습관적으로 힘들다고 표현하다 보면 모든 감정들이 뭉뚱그려지기 때문에 정확히 무엇 때문에 힘든지 원인을 파악하기 어려워집니다. 그러니 탈출구도 보이지 않죠. 일이 많아서, 유관부서가 도와주지 않아서, 상사가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아서 등은 제대로 된 이유라고 할 수 없어요. 웬만큼 불평했으면 우리도 이제 살 방도를 찾아야 하잖아요?
일이 많아서 힘든 거라면, 냉정하게 한 번 생각해봐야 합니다. 이때 중요한 건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나누어 생각하는 거죠. 정말 과도하게 나에게만 일이 몰린 거라면 이건 상사에게 정식으로 면담을 신청해볼 만한 일입니다. 그렇지만 아마 대부분 비슷한 업무량을 소화하고 있을 거예요. 그러니 업무량을 줄여달라고 하긴 어렵겠죠. 대신 일이 왜 많다고 느끼는지에 대해 찬찬히 고민해봐야 합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초반에 일이 익숙하지 않아서 반복적인 업무들을 여러 번 하는 경우가 있었어요. 예를 들면, 제품 개발할 때마다 소개 장표, 원가율 계산, 일정표 등 공통 장표들을 매번 새롭게 만들곤 했죠. 그러다 보니 동시에 준비해야 하는 제품의 개수가 늘어날수록 그에 비례해서 업무량이 늘어났어요. 또 미리 체크해야 할 사항들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해 출시일에 임박해서야 챙기는 일이 종종 있었죠. 따라서 출시일이 가까워질수록 평소보다 두 세배는 힘들었습니다. 이렇게 하나하나씩 짚어내다 보면 시도해볼 만한 솔루션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합니다. 반복적인 업무는 공통 양식을 만들어 두었다가 돌려 쓰면 되고요, 출시 전 챙겨야 하는 체크 리스트들도 만들어 두면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며 들여다볼 수 있죠.
이처럼 일이 힘든 이유를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어야 해요. 그래야 해결책도 생깁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면 적어도 상대방이 어떻게 행동해야 내가 편해질지를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정확하게 요청할 수 있죠. 물론 적절한 타이밍을 봐서 말이에요.
오늘도 여전히 습관적으로 힘들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는 건 아닌지 한 번 들여다보세요.
우리 모두 진-짜 힘들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