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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늘 이기는 게임만 한다

대공황, 대침체, 대봉쇄를 이용한 미국

by 김태민

코로나 팬데믹은 인류 역사의 큰 족적을 남겼다. 전염병으로 인해 3년 동안 전 세계가 겪었던 혼란에 대봉쇄(Great Lockdown)라는 이름표가 붙었다. 1930년대 대공황과 2008 서브프라임으로 촉발된 대침체에 견줄만한 사건이다.


실제로 코로나는 2020년대의 세계경제뿐만 아니아 국제질서의 혼란을 초래한 주범이다. 세계 각국의 과도한 유동성 공급은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졌다. 물가가 치솟으면서 시작된 불황으로 인해 국제사회의 안정성이 붕괴됐다.


갈등, 대립, 불안은 일상이 됐고 분쟁과 전쟁이 증가하는 추세다. 대공황, 대침체, 대봉쇄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사건 발생 전후로 예외 없이 전쟁과 성장을 동반했다는 점이다. 대공황이 휩쓸고 간 유럽에서 2차 세계 대전이 발발했다.


종전 후 냉전을 거치면서 ‘미국’은 눈부신 성장을 달성했다. 대침체 직후 중동은 민주혁명과 IS의 등장으로 인해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이를 정리한다는 명목 하에 미국과 동맹국들은 대대적인 군사작전을 벌였다.


미국은 중동불안을 등에 업고 셰일혁명으로 패권국의 지위를 공고히 하면서 에너지자립을 달성했다. 대봉쇄의 시작과 동시에 미국은 천문학적인 유동성을 달러로 공급했다. 돈으로 만든 파도가 전 세계를 덮쳤다.


영원할 것 같았던 증시호황은 2년 만에 파국을 맞이했다. 2022년 주식시장 급락으로 글로벌 경제는 타격을 받았다. 불황과 불안은 전쟁의 촉매 역할을 했다. 러우전쟁, 2차 미중무역전쟁, 미국발 관세전쟁, 이란전쟁이 이어지면서 달러는 다시 안전자산의 대명사가 됐다.


앞서 언급한 전쟁과 성장은 오로지 미국에 한정된 이야기다. 세 가지 굵직한 사건의 중심에 전부 미국이 있다. 근거 없는 음모론이나 상상력으로 쓴 시나리오가 아니다. 몇몇 나라들이 반사이익을 누렸지만 이익을 독점한 국가는 미국뿐이다.


이란전쟁으로 에너지 공급망의 주축이 된 러시아나 외교적 영향력을 확대한 중국은 어디까지나 조연에 불과하다. 20세기 이후 세계사의 주연은 늘 미국이었다. 21세에도 이변은 없다. AI기술은 인류 역사상 가장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이다.


승자독식이나 다름없는 AI패권은 사실상 미국의 손에 넘어갔다. 잠시 어깨를 나란히 견줬던 중국마저 이제는 경쟁이 힘에 부칠 지경이다. 미국은 영리한 독수리처럼 높은 곳에서 땅 위의 움직임을 치밀하게 관찰한다.


트럼프의 미국우선주의는 글로벌경제에 균열을 초래하고 국제무대의 핵심인 힘의 균형을 망가뜨렸다. 경제와 정치는 금이 가면 늘 혼란과 분란을 야기한다. 미국은 극심한 혼전 속에서 이득을 취하는 법을 누구보다 잘 아는 국가다.


트럼프의 오락가락하는 상황판단과 극단적인 발언은 치밀하게 설계된 광인전략일 수도 있다. 반대로 탐욕과 오판이 낳은 리더십의 붕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간에 2030년대 미국의 입지는 공고할 것이다.

자본, 기술, 군사력은 곧 힘이다. 리더십이 변질되더라도 세 축은 흔들림이 없다. 앞으로 5년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혼란한 시기가 될 것이다. 전쟁을 기술혁신의 계기로 삼고 경제위기를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는 미국식 성장전략은 유효하다.


이란전쟁 이후 테러나 내분이 발생하면 미국은 이를 명분으로 삼을 것이다. 새로운 국제질서를 천명하고 잠재적 경쟁자와 치고 올라오는 도전자를 견제한다.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서브프라임에 준하는 경제위기나 전쟁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급격한 성장으로 인해 경제구조가 취약한 신흥국은 무너지고 저성장에 직면한 선진국은 이빨 빠진 호랑이로 전락한다. 체질개선을 통해 살아남은 중진국은 내부갈등과 정치적 혼란이라는 벽을 넘지 못하고 고꾸라진다.


그 속에서 자본과 패권을 거머쥔 미국만 웃는다. 기축통화국은 절대로 손해보지 않는다. 미국이 손에 들고 흔드는 고용지표나 실업수당 같은 숫자는 말장난에 불과하다. 달러를 찍어내는 미국은 호황, 불황, 공황이라는 세 가지 카드를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딜러다.


주기적으로 전 세계를 휩쓰는 경제위기는 미국이 벌이는 게임에 불과하다. 게임을 지배하는 자는 게임을 설계한 자다. 세계 유일의 기축통화국은 게임의 설계자이자 지배자다. 야심을 품은 국가들이 협력해서 미국을 상대할 수도 있겠지만 이길 가능성은 희박하다.


국제 사회는 서로를 신뢰할 수 없는 블랙잭과 같다. 협상과 협박이 난무하는 힘의 논리가 상식인 곳에서 연합이나 동맹은 외교적 수사에 불과하다. 극심한 리스크를 등에 업고 도박에 뛰어드는 것보다 현상유지를 택하는 편이 낫다.


미국이 벌이는 치킨게임에 응하려면 판돈이 필요하다. 기술, 자본, 소프트파워, 군사력, 에너지, 외교력 모든 면에서 미국을 압도할 수 있는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각 분야에서 자웅을 겨뤄볼 만한 손에 꼽는 강대국마저 정면승부는 피한다.


금고열쇠를 갖고 있는 카지노 오너와 도박을 하는 바보는 없다. 미국은 코로나 이후의 세계를 손수 설계했다. 대봉쇄는 대공황과 대침체보다 더 큰 충격을 몰고 올 가능성이 다분하다. 이제 혼란은 일상이 됐다.


어느 새부터 사람들은 전쟁을 이벤트로 취급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의 여파는 이제 겨우 시작이다. 물결 너머 거대한 파도가 남아있다. 대공황은 유럽을 파탄으로 몰아넣으면서 파시즘과 나치즘 같은 극우주의가 창궐하는 배경이 됐다.


대침체로 인한 혼란 속에서 중국은 G2로 올라섰고 중동은 테러와 전쟁의 온상으로 전락했다. 코로나가 몰고 온 대봉쇄는 두 가지 현상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됐다. 첫 번째는 국제질서의 붕괴고 두 번째는 급격한 AI혁명이다.


둘은 서로가 서로의 촉매가 되는 상관관계에 놓여있다. 2020년대 AI 발전속도는 진보를 넘어 진화라고 불러야 할 지경이다. LLM을 토대로 생성 AI가 출시된 지 3년 만에 AI에이전트가 등장했다.


AI는 산업의 지형도를 바꾸고 경제구조를 뒤흔드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이다. 그러나 기술력 측면에서 양극화가 극심해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AI경쟁은 2등이 없다. 승자독식이다. 빅테크를 앞세운 미국의 독주는 압도적인 격차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AI혁명의 수혜를 미국이 누리게 되면서 미 증시는 전 세계의 자본을 흡수해 버렸다. 트럼프의 미국우선주의가 대외경제외교노선으로 자리 잡으면서 변동성이 극심해졌다. 코로나 시기 과도하게 공급된 유동성이 시장의 변동성을 만나 세계경제구조에 금이 가게 됐다.


혈당의 급격한 상승과 하강이 반복되다 보면 혈관이 망가진다. 경제도 비슷하다. 자본의 흐름은 혈액을 닮았다.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면서 시장은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중이다. 불안은 전이된다. 시장의 불안은 불길처럼 정치와 사회로 옮겨붙는다.


기축통화국 미국은 공황과 불황이라는 카드를 만지작 거리는 중이다. 도전자와 경쟁자를 함께 제거할만한 적기를 노리고 있다. 더 이상 우방과 동맹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 혼란 속에 살아남은 나라들을 새로 길들이면 그만이다. 거대한 풍랑과 폭풍이 동시에 몰려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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