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와 중국자본의 놀이터가 된 한국
한국은 기업을 하는 것보다 기업을 파는 것이 더 이득인 나라다. 인구감소, 지역불균형, 내수시장위축, K자형 성장으로 인한 소비력감소, 제조업 둔화 등 경영여건은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
상속을 통한 경영승계 문화는 역설적으로 매각을 선호하는 경향을 만들어냈다. 상속세를 내고 회사를 물려받는 것보다 글로벌 사모펀드에 매각하는 것이 더 낫다는 말이 나온다. 대내외적 경제상황은 암울하다 못해 처참하다.
첨단제조업에서 한국은 위상은 여전히 최정상이지만 후발주자였던 중국이 순식간에 치고 나왔다. 철강, 석유화학, 정밀부품, F&B 등 거의 모든 제조업 분야에서 한국은 중국과 경쟁해야 하는 상태다.
생산단가와 노동력 등 경제규모에서 중국과 치킨게임을 벌일 수 있는 기업은 극소수다. 그러므로 운영보다 매각이 더 낫다는 합리적인 판단이 설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25년 M&A 거래규모는 전고점이었던 2021년 수준을 회복했다.
특히 중국자본의 직접투자 비중은 150%나 폭증했다. 이중 투자금의 약 80%는 국내 제조업에 집중됐다. 중국은 한국기업들을 인수하면서 글로벌 시장을 향해 우회수출 활로를 얻게 됐다.
더불어 경쟁업종의 강소기업과 중견기업을 인수하여 한국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경영여건과 내수시장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사업을 유지하려는 오너는 없다.
중소기업 심지어 중견기업마저 경쟁을 포기하고 사모펀드나 중국계 컨소시엄의 딜을 받아들이는 형국이다. 과장이 아니라 현실이다. 지금은 기업을 팔기 제일 좋은 시기다.
몸값을 높여서 팔 수 있을 때 넘기자는 분위기가 형성된 상태다. 금리인상과 경기둔화로 위축되어 있던 국내 M&A 시장은 2025년을 기점으로 활황을 맞이하게 됐다. 매각행렬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2025년 3분기 국내 M&A 시장 거래 건수는 2021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누적거래액은 전년 대비 무려 80%나 폭증했다. 특히 조 단위 메가딜보다 천억 원대의 중소, 중견기업 매각이 주를 이루고 있다.
제조업 분야의 매각은 일시적인 자본유출이 아니라 장기적인 국가경쟁력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해외 사모펀드들은 기술력 있는 한국 기업들을 사서 경쟁국가의 기업에 재매각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낸다.
기술력과 인재를 고스란히 빼앗기고 있는 형국이지만 정부차원의 직접적인 대책은 없다. 특히 중국은 K브랜드의 이미지와 네임벨류를 등에 업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미국이나 일본으로 우회진출하는 전략을 쓴다.
한국 기업들이 흘린 피땀이 외국계 자본의 수익으로 뒤바뀌는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국내 알짜기업들의 매각 협상은 진행 중이다. 대한민국은 기업 하는 것보다 기업을 팔기 좋은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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