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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민 Apr 05. 2024

카페 몰디브

 명학역에서 집으로 걸어가다 보면  같은 가게 앞을 지나게 된다. 몰디브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작은 카페다. 시그니처 메뉴는 곰돌이 모양 얼음이 들어간 아이스아메리카노라고 알려져 있다.  번쯤 가봐야지 하면서 정작  번도 가본 적은 없었다. 오늘  앞을 지나다 카페가 폐업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간판은 아직 남아있었지만 매장은   상태였다. 갑작스럽게 사라질 줄은 몰랐다. 코로나 시기를 이겨내서 괜찮을  알았다. 나도 모르게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영업종료를 알리는 작은  편지가 입구에 붙어있었다.


 사장님이 남긴 손편지에는 지난 3년간 카페를 찾아준 손님들을 향한 고마움이 담겨있었다. 예쁜 손글씨에 깃든 따뜻한 진심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끝이 좋으면 모든 것이 좋다는 말이 생각났다. 좋은 마무리였다. 웃으면서 시작하는 것은 쉽지만 웃으면서 끝내는 일은 쉽지 않다. 시작도 어렵지만 끝은 더 어렵다. 개업이나 폐업이나 손이 많이 가는 것은 매한가지다. 신경 쓸 일도 많고 꼼꼼하게 정리하려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러다 보면 몸과 마음이 지치게 된다. 안 좋은 상황 속에서도 감사메시지를 남길 수 있는 마음가짐은 대단한 것 같다.


 조선 후기 거상 임상옥은 장사의 본질은 사람을 남기는 데 있다고 이야기했다. 관계와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곧 인성이다. 좋은 성품은 처음보다 마지막에 더 잘 드러난다. 헤어지는 순간까지 친절한 사람이 정말 좋은 사람이다. 일관성은 진심에서 나온다. 상황이 변하더라도 진심은 변하지 않는다. 사람을 남기는 장사의 본질은 진심에서 비롯되는 친절이다. 코로나 시기를 이겨낸 동네 가게들은 전부 따뜻하고 친절했다. 수완도 중요하지만 역시 인간관계는 마음이 먼저다.


 편지를 읽으면서 가슴이 따뜻해졌다. 특히 새로 들어올 가게도 애용하고 아껴달라는 당부가 인상적이었다. 다음 사람이 잘되길 바라는 순수한 마음이 참 아름다웠다. 짧은 글에 담긴 진심이 가슴에 와닿았다. 오랜만에 보는 따뜻한 배려심에 적지 않은 감동을 받았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카페였지만 기억 속에 오래 남을 것 같다. 빠르고 가벼운 것이 상식으로 취급받는 세상이다. 쉽고 편하면 좋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은 시대다. 그럴수록 사람 냄새나는 진심이 더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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