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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민 Apr 22. 2024

친환경

 대학동기에게 스타벅스 텀블러를 선물 받았다. 명절 하면 생각나는 홍삼처럼 스타벅스 굿즈는 부담 없이 전하기 좋은 선물의 대명사가 됐다. 요즘은 카페에서 글을 쓰고 업무도 본다. 예전보다 방문빈도가 늘어난 만큼 선물 받은 텀블러를 사용해서 할인을 받기로 했다. 스타벅스는 일회용 컵대신 텀블러를 사용하면 400원씩 할인해 준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탄소중립포인트도 가입했다. 그러면 한 잔당 700원씩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일회용품 사용도 줄이고 돈도 절약할 수 있어서 마음에 든다.


 사용한 텀블러를 집에 가서 세척하는 일이 조금 번거롭지만 몇 번 하다 보니 익숙해졌다. 환경을 보호하는 활동은 돈이 된다. 이익은 동기를 부여하고 행동에 지속성을 더한다. 그러나 혜택이 사라진다면 많은 사람들은 돌아설 것이다. 한 잔에 700원씩 할인을 해준다고 해도 개인컵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 태반이다. 쉬운 선택지를 두고 번거로운 대안을 고르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나 역시 집 앞에 있는 스타벅스 갈 때만 텀블러를 사용한다.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애용할 만큼 남다른 애정은 없다.


 사람들은 손익에 민감하다. 본인에게 득이 되지 않는다면 굳이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번거로운 행동을 감수하지 않을 것이다. 인간에게 편한 것은 좋은 것이고 불편한 것은 나쁜 것이다.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불편함을 감내하려면 그만한 보상이 필요하다. 여러 지자체는 페트병 수거자판기를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포인트를 제공한다. 전기차를 사거나 에너지소비효율이 높은 가전을 사도 혜택이 있다. 보상은 가장 강력한 동기다. 하지만 경제적인 보상은 한계가 있다. 경기가 어려워지면 중요도가 떨어지는 예산부터 줄어든다.


 보조금으로 주어지는 리워드와 할인 혜택이 줄어들면 사람들의 참여도는 하락한다. 인류애는 아름답고 이상적이지만 현실은 철저하게 경제논리의 지배를 받는다. 인간의 욕망은 환경을 파괴하는 가장 강력한 원동력이다. 인간이 존재하는 한 환경은 망가질 수밖에 없다. 문명이 번성한 곳은 늘 환경파괴가 발생했다. 기술이 발전하고 생활이 윤택해질수록 지구는 엉망이 됐다. 비대해진 욕망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욕망은 서로의 내면을 반사하는 거울이다. 경쟁과 비교가 더 많이 갖고 싶은 욕구를 끊임없이 자극한다. 남이 사면 나도 사야 하고 남들이 가면 나도 따라가야 한다.


 타인을 따라잡고 싶은 추격욕구는 소비를 폭증시켜 공급과잉을 초래한다. 유행은 빠르고 대중의 변덕은 극심하다. 과잉 생산된 재고는 곧바로 처치곤란한 쓰레기가 된다. 인간의 욕망은 자원으로 환경을 파괴하는 폐기물을 만들어내는 원흉이다. 자연을 파괴하고 환경을 엉망으로 만들었지만 인류는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반성하지 않으므로 개선에 대한 의지도 없고 변화를 향한 의무감 역시 없다. 생물에게는 저마다 고유한 습성이 있다.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주변을 파괴하는 행동은 인간의 본능적인 습성이다.


 한쪽에서 친환경 캠페인을 벌이고 ESG를 운운하지만 지구 반대편에서는 유해한 소재로 만든 공산품이 산처럼 쏟아져 나온다. 자연보호를 운운하는 이들조차 환경을 파괴하면서 생산된 제품으로 의식주를 해결한다. 문명은 거대한 모순과 위선 위에 건설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동물은 다른 생명을 양분으로 흡수하면서 생명활동을 지속한다. 육식이나 채식이나 본질은 같다. 파괴는 생존에 동반죄는 필연이다. 다만, 인간이 갖고 있는 욕망이라는 고유한 본능이 파괴의 범위를 지나치게 확장시켰다. 인간은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자기가 사는 터전마저 망가뜨리는 동물이다. 인류가 존재하는 한 환경오염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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