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도 처세술이다
인간관계로 인한 문제는 대부분 부탁에서 시작된다. 부담스러운 부탁은 곧바로 거절의사를 밝혀야 한다. 잠시 생각해 보고 힘들다는 판단이 서면 손대지 않는 것이 맞다. 3초 이상 고민하게 되는 문제는 내 역량을 벗어난 것이나 다름없다. 그 자리에서 즉시 거절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최선이다. 재고할 필요도 없다. 거절하는 것이 어렵다고 일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일손이 부족하다면 서로 돕는 것이 맞다. 그러나 자기가 책임져야 할 일을 떠넘기는 사람을 도울 필요는 없다. 부탁을 들어주는 순간 그런 사람들은 갑으로 돌변한다. 강요와 부탁은 한 끗 차이다.
거절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처세술이다. 단호함보다 명확함이 더 중요하다. 연장자나 상급자의 손을 단호하게 뿌리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므로 부탁을 들어줄 때나 거절할 때나 이유를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 좋다. 내 입장이나 상황을 확실하게 설명하고 의사를 밝혀야 한다. 상대방이 납득할만한 이유를 고를 필요는 없다. 통보하는 입장이므로 굳이 해명하지 않아도 된다. 사과의 표현은 생략한다. 문장 앞뒤로 미안하다는 말이 붙으면 상대방은 그 틈을 파고들려고 한다. 인사표현으로 하는 흔한 말이지만 거절할 때만큼은 생략하는 편이 낫다.
거절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배려심이 많다. 상대방의 입장에 공감하고 어려운 상황을 걱정하면서 도움의 손길을 건넨다.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은인이지만 악인에게는 먹잇감이 될 수도 있다. 거절은 잘못된 행동이 아니다. 솔직하게 의사를 드러내는 정당한 표현이다. 거절을 두려워하지 마라. 이때만큼은 무조건 남보다 내가 먼저다. 나 때문에 상대방이 곤란해할까 봐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 애초에 내 일이 아니다. 나로 인해 생긴 문제도 아니고 내 결정이 해가 되지도 않는다. 죄책감이나 불안감을 가질 만한 이유는 없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는 것은 상식이다. 그러나 선택은 내 몫이다. 어려움을 판단하는 기준은 전적으로 내가 결정한다. 그래서 부탁하는 사람이 처한 전후상황이나 배경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진짜 도움이 필요한지 잔꾀나 수작을 부리는지 제대로 판별해야 한다. 동정심이나 배려심을 악용하는 사람들이 가득한 세상이다. 성악설을 운운할 필요는 없지만 나 편하자고 남을 불편하게 만드는 존재가 인간이다. 대부분의 일은 과정은 안 보이고 결과만 드러난다. 고생은 남에게 미루고 달콤한 체리만 따먹고 싶은 자들은 어디에나 있다.
부탁은 무조건 한 번이 원칙이다. 한 번에 한 가지 부탁만 해야 한다. 여러 가지 주의사항이 따라붙거나 난해한 조건이 붙는다면 부탁을 가장한 명령이다. 빈도도 중요하다. 어쩌다 한 번 하면 부탁이지만 계속해서 요구한다면 더 이상 부탁이 아니다. 배려와 호의를 악용하는 갑질일 뿐이다. 아무리 작고 사소한 일이라도 반복해서 들어주다 보면 남의 일이 내 일이 된다. 그러다 보면 만족도나 완성도를 운운하면서 요구사항이 점점 늘어난다. 그러므로 이번 한 번만 부탁을 들어준다고 확실하게 명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탁하려는 쪽의 태도를 가늠해 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거절의사를 확인하고도 계속해서 들이댄다면 더 이상 부탁이 아니다. 이유를 막론하고 두 번 이상 요구하면 다시 한번 더 거절하고 그 자리를 뜨는 것이 좋다. 인정이나 도의를 거론해도 흔들릴 필요 없다. 남에게 억지로 무리한 일을 떠넘기려는 인간이 입에 담을 만한 말이 아니다. 말과 행동이 다른 검은 속내를 드러낸 것이나 마찬가지다. 동정심에 호소하는 부탁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돈과 관련된 문제가 엮여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금전이 얽힌 문제는 가슴이 아니라 머리로 대처하는 것이 원칙이다. 재고할 필요 없이 무조건 단 칼에 거절해야 한다.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남에게 피해를 끼칠 만한 부탁은 하지 않는다. 자기 일을 떠넘기고 가만히 앉아서 쉽게 이익을 얻고 싶어 하는 인간들이 부탁하기를 즐긴다. 그들은 사람을 수단으로 취급하면서도 죄의식이나 죄책감은 존재하지 않는다. 나뿐인 놈은 십중팔구 나쁜 놈이 될 수밖에 없다. 개선이나 반성하는 태도는 없다. 자주 부탁하는 사람과는 거리를 두고 무리한 요구를 건네는 사람은 멀리해야 한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인성과 본성이 보인다. 행동은 인간을 가장 확실하게 말해주는 완벽한 지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