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을 받아들이는 자세

사람은 잊고 미련은 버리고 과거는 놓아줘라

by 김태민

꽃이 지면 봄이 돌아오지 않듯이 끝난 관계는 보내주는 것이 이치에 맞는 일이다. 설득이나 설명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둘 사이의 거리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벌어지면서 끝내 평행선이 된다. 억지로 좁히려고 해도 직선으로 뻗어나가려는 관성을 이길 수는 없다. 꺾으려 하면 아프고 휘어잡으려고 할수록 더 괴롭다. 사람의 마음은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머리로 알고 있다면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이제는 받아들여야 한다. 고집부린다고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발걸음처럼 마음은 쉽게 되돌릴 수 없다.


사람과 바람은 애써 잡으려고 해도 잡히지 않는다. 손가락 사이로 새어나가는 바람처럼 엇갈린 인연은 붙잡아도 소용없다. 설령 다시 시작해도 같은 이유로 헤어지는 동일한 결말을 맞이할 뿐이다. 억지로 인연이라는 꼬리표를 붙이더라도 결국 때가 되면 떨어져 나간다. 곁에 남는 사람이 인연이다. 같이 있을 수 없다면 멀리 보내줘야 할 사람이다. 붙잡는 사람의 간절함처럼 떠나는 사람에게도 벗어나고 싶은 간절함이 있다. 하지만 감정이 앞서면 판단력이 쉽게 흐려진다. 집착하다 보면 그나마 좋았던 기억마저 망가져버린다.


사람은 마음속에 집을 짓는다. 좋아하는 감정 위로 함께 보낸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인다. 서로에 대한 확신은 기둥이 되고 미래에 대한 약속으로 튼튼한 벽을 만든다. 하지만 관계가 어긋나면서 여기저기 금이 가기 시작한다. 잦은 다툼은 감정싸움이 되고 손쓸 새도 없이 여기저기 균열이 번진다. 달라지겠다는 다짐이나 함께 잘해보자는 약속은 애절하지만 현실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이변이 없다면 두 사람은 예정된 이별을 맞이하게 된다. 혼자가 되면 집을 철거해야 한다. 벽을 허물고 터를 부수는 작업이 필요하다. 빈집을 내버려 두면 미련과 집착만 남은 흉가가 된다.


때를 써도 소용없고 애를 써도 의미 없다. 미련으로 다시 시작한 관계는 사랑이 아니다. 아쉬움 때문에 반복을 선택하면 또다시 시간만 낭비하게 된다. 노력해서 바뀔 수 있는 문제로 헤어지는 것이 아니다. 대화로 풀 수 있는 감정이라면 이별까지 가지 않는다. 서로 알지만 굳이 설명할 수 없는 둘 사이에 존재하는 미묘한 기류가 원인이다. 누구의 잘못아 아니다. 그저 많이 달라서 생기는 일이다. 안개처럼 뿌연 기류는 시야를 가리면서 오해를 낳는다. 설명을 해도 변명처럼 들리고 진심은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는다. 괜히 상대를 힐난하거나 힘들게 자책할 필요 없다.


누구보다 마음이 잘 통하고 함께 만든 행복한 순간을 공유하는 사이라도 헤어질 수 있다. 운명이나 확신 같은 말은 결과론적인 표현이다. 동반자가 된 후에 계기를 설명하려고 붙이는 일종의 미사여구다. 이별은 좋아해서 만난 사람들이 사랑을 하다 그만두는 흔한 결말이다. 만남의 계기나 연애의 온도는 조금씩 달라도 원인은 대동소이하다. 아홉 가지 강점이 한 가지 문제점을 이기기 힘들다. 두드러지는 장점이 많은 것보다 확연한 단점이 없는 편이 낫다. 이해하기 힘들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차이점은 결국 각자의 길로 나아가는 분기점이 된다.


타고난 습성은 감출 수 있지만 살아오면서 몸에 익은 관성은 바꾸기 힘들다. 가치관이나 사고방식을 완전히 새로 뒤바꾸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나를 버리면서까지 붙잡을 만한 사람이 있을까? 반대로 너무나 다른 면을 가진 사람과 끝까지 동행할 수 있을까? 같이 있다 보면 자연스럽게 답을 알게 된다. 시도는 의미가 있겠지만 대체로 결말은 반전이 없다. 기대와 바람이 욕심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비로소 현실이 눈앞에 드러난다. 그때부터 천천히 납득하게 된다. 다만, 두 사람이 현실을 받아들이는 시기가 다를 뿐이다.


시간이 지나면 손으로 바람을 붙잡으려 했던 간절함이 미련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바람은 자유롭게 분다. 마음대로 흘러가는 것이 바람의 본성이다. 작은 손안에 가두려는 행동은 내 마음대로 하고 싶은 욕심에 불과하다. 미련은 사람을 미련하게 만든다. 고심 끝에 미련을 붙잡는 선택을 해서는 안된다. 인연은 목적지가 같은 사람이다. 갈길이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 붙잡았던 손을 놓고 머리 위로 흔들어줘야 한다. 갈림길 앞에서 배웅하고 돌아서는 것이 올바른 배려이자 바람직한 마무리다. 그동안 동행했던 여정에 마침표를 찍고 각자의 길을 향해 걸어가야 한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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