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에서 동물 그리고 건강과 인생까지
변화하는 기업은 살아남는다. 일본 가전제품시장의 강자 파나소닉은 전기차배터리 전문기업으로 변신했다. 수익성이 낮은 가전사업부를 매각하면서 손에 쥔 실탄으로 AI에 대규모 투자까지 단행했다. AI 공급망관리 업체 블루욘더를 인수하면서 솔루션 비즈니스 분야로 사업영역까지 확장했다. 거침없는 행보 중에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시니어 비즈니스다. 파나소닉 에이지프리는 1997년부터 노인요양 관련 사업을 전개했다. 노인의 특성을 고려한 특화전략이 시장에서 통했다. 초기에는 안마의자, 마사지기, 혈압계를 판매하더니 이제는 IOT스마트주택을 짓는 파나홈을 통해서 시니어용 스마트주택과 요양시설을 보급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도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면서 성장했다. 정수기와 밥솥의 대명사였던 코웨이와 쿠쿠는 렌탈사업을 통해 사업을 크게 확장했다. 샤오미의 저가 가전 공세에서도 살아남았다. 생활가전에서 시작한 렌탈은 현재 생활 전반으로 확대됐다. 임대에서 관리까지 해주는 솔루션 비즈니스가 되면서 렌탈은 렌탈케어로 업그레이드 됐다. 케어(care)는 관리를 뜻한다. 그리고 돌봄이라는 의미도 들어있다. 현대렌탈케어는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생각하는 펫팸족을 타깃으로 한 반려동물케어 사업을 전개했다. 공기정청기에 반려동물필터를 제공한다. LG생활건강은 일본 유니참과 합작해서 반려동물용품 브랜드인 엘지유니참펫케어를 출시했다.
렌탈케어비즈니스는 현금장사다. 구매는 일회성 소비로 끝나지 않는다. 대여과 관리서비스를 통해서 지속적으로 현금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매달 이용료가 차곡차곡 쌓이는 캐시카우다. 특히 불황에 강하다. 비싼 가전제품 가격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선호할 수밖에 없다. 1인가구가 늘어날수록 렌탈시장은 성장한다. 따로 관리할 필요가 없고 교체주기가 되면 최신기종으로 바꿔준다. 편리함에 편리함을 더하면 지갑은 자연스럽게 열린다. 매력적인 시장이라는 판단이 서면 경쟁은 심화된다.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은 렌탈시장에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렌탈케어시장의 최종목표는 동물과 사람을 모두 포함하는 통합라이프케어다. 그중에서도 주요 타깃층은 노인이다. 2025년 한국은 초고령사회가 된다. 65세 이상 인구가 20%가 넘는다. 천만명에 달하는 고객들이 널려있다. 앞으로 노인이 될 잠재수요까지 생각하면 시니어케어는 블루오션이다. 노인인구 증가는 전 세계적인 추세다. 북반구에 위치한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노인문제를 겪는 중이다. 노령화는 막을 수 없는 현실이다. 국내 시니어비즈니스에서 성과를 내면 곧바로 해외진출로 이어질 수 있다. IT기술과 시니어산업이 만난 에이징테크를 들고 나온 실버스타트업이 적지 않다. 대부분 앱이나 단말기를 이용해서 헬스케어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나 스타트업보다 렌탈비즈니스를 운영 중인 기존 강자들이 시니어 산업에서 패자로 도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AI를 활용하면 가전제품을 IOT로 통합관리할 수 있다. 노인 고객이 제공하는 건강정보를 토대로 건강상태에 최적화된 토탈솔루션을 제공하는 것도 가능하다. 렌탈서비스 기업들은 IT기업뿐만 아니라 의료계 및 보험업계와 연합전선을 구축할 것이다. 건강상태를 실시간으로 체크하면서 알맞은 보험상품이나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추천할 수 있다. IT 기술을 통해 업그레이드된 시니어 케어 솔루션은 주치의와 집사 그리고 비서 역할을 수행한다.
렌탈케어산업은 시니어비즈니스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공공부문인 사회복지분야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플랫폼을 구축하고 프리랜서 형태로 국가자격증을 보유한 복지 전문인력을 활용할 수 있다. 케어파트너 같은 명칭을 부여하고 고객별 1:1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가능하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국가가 운영하고 있지만 만족도와 서비스질이 천차만별이다. 고령층 종사자가 늘어나면서 노인이 노인을 케어하는 상황이다.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더 쾌적한 서비스를 원하는 고령층의 수요를 렌탈케어기업이 충족시킬 가능성이 높다.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서 시장은 성장한다. 노인인구의 경제력은 양극화가 매우 심한 편이므로 사회경제적 상황에 따라 서비스수요는 재편될 것이다.
카카오헬스케어는 AI혈당관리서비스 파스타를 운영하고 있다. 생활 및 건강관리를 제공하는 업체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앱을 활용한 질병관리프로그램은 상용화되어 활발하게 쓰이는 중이다. 시니어산업 역시 요양보호 관련 기업들이 앱이나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시장을 형성했다. 렌탈케어업체들은 여기서 더 나아가는 진보된 시스템을 선보여야만 한다. IOT서비스를 활용한 스마트홈은 시니어비즈니에 최적화된 BM이다. 신축아파트들은 IOT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월패드와 앱을 활용해서 실내 설비를 조작할 수 있다. 렌탈케어업체들은 전자제품제조사나 건설사와 협력해서 IOT 솔루션을 구독서비스로 제공하게 될 것이다.
위급상황이 발생하면 실시간으로 건강상태를 체크하는 웨어러블 기기가 구조대를 호출한다. IOT 시스템을 구축한 프리미엄 아파트는 연계된 의료시설로 신속하게 연락을 취할 수 있다. 노인 혼자 사는 1인가구의 돌연사나 고독사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다만, AI와 IOT 기술로 시니어비즈니스를 제공하려면 정보관리가 문제다. 건강정보는 가장 중요한 개인정보다.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금융정보보다 한 수위다. 시스템 상의 버그나 센서의 오작동으로 인한 작은 에러가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다. 건강정보관리는 기존의 정보보안보다 훨씬 더 높은 안전성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여전히 국내 기업들은 고질적인 안전불감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는 데이터센터 화재로 곤욕을 치른 후에도 오픈채팅 서비스에서 이용자정보가 유출됐다. 카카오페이는 대주주인 알리바바에게 금융정보와 개인정보를 넘겼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네이버클라우드는 44만 건의 LINE 이용자정보 유출로 라인사태를 촉발시켰다. 두 기업뿐만 아니라 보안에서 취약점을 드러낸 국내 기업들이 적지 않다. 비대면서비스는 강력한 보안을 토대로 개인정보를 관리하고 취급해야 한다. 특히 건강정보는 최고 수준의 보안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업계는 점유율 경쟁에만 열을 올리는 중이다. 기초공사를 소홀히 하고 건물을 올리면 반드시 문제가 발생한다.
전장에서 승기를 확실하게 잡으려면 전략이 가장 중요하다. 단기적인 성장에 집착하면 경쟁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지금 시점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IT기술력이다. 외연을 확장하려면 큰 그림을 그려야만 한다. 가전에서 시작한 렌탈산업은 현재 반려동물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시니어비즈니스를 거쳐 몇 년만 지나면 라이프케어서비스로 진화하게 될 것이다. 생애주기와 개인의 특성에 최적화된 맞춤형 라이프케어를 제공하는 통합 IOT기업.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간의 생애주기 전체를 사업영역으로 삼는 형태가 렌탈케어산업의 미래다. 그러므로 폭넓은 데이터를 확보하는 업체가 시장을 평정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