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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민 Dec 17. 2024

AI는 인간처럼 생각하고 이해하는 존재인가?

 AI발전 속도는 점점 더 가속도가 붙는 중이다. 오픈AI를 필두로 빅테크 기업들이 구축한 생성 AI 생태계는 끊임없이 확장 중이다. 인공지능 혁명을 선도하는 기업들은 현재 선순환구조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이용자들은 생성 AI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데이터를 생산한다. 사용자데이터는 AI의 먹이다. 데이터를 학습하면서 AI는 더 고도화된다. 그리고 엔비디아의 AI전용 반도체는 딥러닝을 가속시킨다. 진보의 사이클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이제 혁신은 혁명과 동의어가 됐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revolution 이 evolution이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 의문점이 남는다. AI는 학습하는 것일까 아니면 이해하는 것일까? 인간처럼 생각하고 이해하는 존재가 될 수 있을까? 생성 AI는 학습된 데이터를 가지고 질문의 문맥에 맞는 답변을 구성한다. 수학적인 확률을 계산해서 최적화된 해를 구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래서 머신러닝을 통해 학습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이 중요하다. 매개변수로 불리는 파라미터 개수가 생성 AI의 성능과 직결된다고 볼 수 있다. 방대한 파라미터를 활용하여 연산추론을 통해 정확도 높은 답변을 생성하는 것이다. 생성 AI의 본질은 수학적 연산능력이다.


 AI의 언어는 수학이다. 수학은 우주의 물리법칙에 닿을 수 있는 자연계의 공용어다. 사람은 논리적 사고와 수리연산능력을 추론하는데 부분적으로 활용한다. 인간의 사고는 다층적이고 다각적인 추론의 결과물이다. 한 가지 추론능력만 사용하지 않는다. 수학적 사고와 추상적 사고를 모두 활용한다. 하지만 AI는 수학적 사고를 고도화하여 추론, 연산, 학습을 동시에 수행한다. 같은 질문을 두고 인간과 AI가 동일한 답변을 내놓는 경우 결과를 도출하는 추론과정이 다르다. AI의 성능에 영향을 끼치는 클라우드컴퓨팅과 고성능 AI반도체는 모두 수학적 연산능력을 극대화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AI는 파라미터를 사용해서 연산을 통해 수학적 추론을 도출해 낸다. 인간은 두뇌기능을 다면적으로 활용하여 경험, 직관, 통찰, 감상 같은 방식으로 다양하게 추론한다. 기술이 더 발전해서 연산능력이 초고도화된다면 양자역학 기술이 AI에 활용될 수도 있다. 질문과 답변이라는 단순한 추론구조에서 벗어나서 다층적인 동시성을 AI가 연산하면서 철학적인 접근도 가능해질 것이다. 사람과 다른 방식으로 사고하는 AI는 먼 미래에는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원리로 사유하는 존재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연산능력이 커질수록 인간과 대비되는 AI 고유의 수학적 사고추론 방식은 고도화될 것이다. 인간과 AI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우리의 예상을 초월하는 접근법으로 인간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인간처럼 생각할 필요는 없다. 우리와 다른 형태의 사고방식으로 AI는 독자적인 추론체계를 구축하는 중이다. 사람들은 효율성이나 창의성 같은 기준으로 평가하기를 좋아한다. 이제는 인간과 AI의 차이점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시각으로 볼 필요가 있다. 기존에 없던 방법으로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인간과 AI의 사고추론 방식은 다르다. 우열을 가리는 것은 무의미하다. 동일한 답변을 결과로 내놓더라도 답을 향해 가는 과정이 다르다. 즉 AI는 인간처럼 생각하고 이해할 필요가 없다. 사람과는 다른 방식으로 상황을 해석하고 문제를 분석한다. 사람처럼 생각하는 AI는 역설적이게도 그다지 매력이 없다. 모션캡처와 안면인식 기술로 사람과 똑같은 외양을 하고 사람처럼 반응하고 표현한다면 흥미롭겠지만 딱 거기까지다. 인공지능은 인간과 다른 형태로 세상을 보고 새로운 접근방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인간과 동일시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차별화되는 것이 AI의 경쟁력이다.


 ‘조물주의 신화 혹은 딜레마‘에서 AI는 벗어나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형질이나 특성을 닮은 피조물이 아니라 인간과 다른 길을 가는 발명품이다. 우리가 생각할 수 없었던 것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인류를 돕게 될 것이다. ‘누가 더 위대한 것을 창조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인간과 인공지능의 우열을 가릴 필요는 없다. 서로 협력해서 발전과 성장을 도모하면 된다. 단점과 약점을 공격하면서 갈등을 만드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각자의 고유한 강점과 장점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수학을 공용어로 쓰면서 AI와 인류는 협력의 길을 모색해 나갈 것이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할수록 장밋빛 전망보다 어둡고 비관적인 우려가 더 주목받는다. 시대를 막론하고 기술적인 낙관론자보다 염세적인 비관론자가 더 많은 법이다. AI기술을 맨해튼 프로젝트에 비유하는 전문가도 많다. 유용한 만큼 위험한 것은 사실이다. 파라켈수스는 약과 독이 근본적으로 같고 용량의 차이로 결정된다는 말을 남겼다. 하지만 위험한 기술과 안전한 기술의 기준은 늘 사람이 만든다. AI가 위험하다기보다 AI를 사용하는 사람의 목적이 위험한 것이다. 칼이나 총이 스스로 사람을 해친 적은 없다. 사람의 손으로 사람의 목숨을 빼앗아갔을 뿐이다.


 인류는 역사적으로 무지 앞에서 두려움을 드러냈고 공포는 항상 폭력과 갈등을 야기했다. 생활화된 인공지능서비스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다. AI가 서비스이용자들의 개인정보와 데이터를 수집하고 활용하는 것도 큰 문제다. 하지만 범용 AI 혹은 초 AI가 인류를 지배한다는 상상은 너무 앞서나갔다. AI에 대한 공포는 AI와 인간이 다르다는 차별적이고 배타적인 인식에서 나온다. 인류의 역사는 전쟁과 반성의 역사다.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하고 다투고 시간이 지나면 과오를 반성했다.


 AI에 대한 우려의 시각은 일리가 있다. 세계각국은 AI기술을 악용하는 자들의 등장을 경계하는 중이다. 이제까지 없었던 신기술이므로 지금까지 경험해 본 적 없는 위험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AI는 인간과 다른 시각으로 현상을 관찰하고 진리를 탐구하는 존재가 될 수도 있다. 반대로 분간하기 힘든 정보의 왜곡을 통해서 세계를 혼란에 빠뜨릴 수도 있다. 결국 AI의 미래는 AI를 개발하고 사용하는 사람들 손에 달려있다. 수술을 통해 사람을 살리는 메스나 전쟁에서 사람을 죽이는 총칼이나 다 같은 칼이다. 쓰는 사람의 의도와 목적이 다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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