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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것은 없다

by 김태민 Feb 23. 2025
김태민, <fender>, 종이에 색연필, 12x24cm.김태민, <fender>, 종이에 색연필, 12x24cm.

 세상은 보이지 않는 투명한 실로 모두 촘촘하게 엮여있다. 모든 것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 나와 상관없는 일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우리는 사회라는 거대한 우리 속에 살고 있다. 사람들이 외면한 비극은 시간이 지나면 무관심 속에 사회문제로 악화된다. 남의 일은 돌고 돌아 언젠가 내 일이 된다. 이기적인 마음을 걷어내면 비로소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준다는 현실이 눈에 들어온다. 남과 나의 경계라는 것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멋대로 선을 긋고 구별하는 이기심이 만든 환상이다.


 한 번씩 군포물류터미널 앞을 지나간다. 늦은 밤 환하게 불을 밝힌 물류센터는 새벽까지 쉴 틈 없이 돌아간다. 사람들이 잠든 밤에 일하는 사람들. 고요한 밤의 세상은 들여다보면 낮보다 더 바쁘게 움직인다. 질주하는 야행성 동물처럼 침묵 속에서 질주한다. 거대한 풀필먼트 센터는 계절을 잊은 물류노동자들이 겨울에도 땀을 흘리는 곳이다. 청소노동자들은 밤과 새벽의 그늘 아래 조용히 움직인다. 경비노동자는 낮과 밤을 바꿔가며 업무를 수행한다. 생활 속의 편리함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당연함은 없다.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은 누군가의 헌신과 봉사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임금과 노동을 맞바꾼다는 단순한 생각은 큰 착각이다. 사람들이 각자 자기 자리에서 자기 일을 하지 않는다면 세상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책임감을 필요로 하는 고된 노동은 사회적인 차원에서 본다면 봉사와 같다. 사회구성원 모두 그들의 헌신을 통해서 삶의 질을 보장받는다. 소방관, 경찰관, 군인, 환경미화원 등 공공의 안녕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에게 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산다.


 사람에 대한 고마움을 잊게 되는 순간부터 인간은 나밖에 모르는 존재가 된다. 나뿐인 놈은 대체로 나쁜 놈이 된다. 그리고 고마움이 없는 사회는 존중이나 배려도 없다. 이제까지 우리는 무한경쟁이 미덕이자 상식으로 통하는 시대를 살았다. 하지만 경쟁에 길들여지면서 협력하는 법을 잊어버리게 됐다. 그렇게 다들 철저하게 혼자가 되면서 따뜻함이 사라졌다. 차가운 현실 속에서 모두가 서로를 여전히 적대시하고 있다. 날 선 태도를 내려놓고 고마운 마음을 갖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혼자서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할 때가 있다. 부족한 사람이라도 살다 보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순간이 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산다. 이 세상은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잔혹하고 거대한 투기장이 아니다. 협력하고 연대하면서 사는 이들에게 언제나 열려있는 광장이다. 입고 먹고 누리는 모든 것들은 내가 모르는 이들이 흘린 땀의 결과물이다. 그 사실을 종종 깜빡할 때도 있지만 잊지 않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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