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은 그대로 추구미는 멋대로

by 김태민

취향이 기후라면 추구미는 날씨에 가깝다. 취향은 한 번 형성되면 크게 변하지 않는다. 꼭 성격 같다. 그러나 추구미는 외부의 영향을 받는 만큼 자주 달라진다. 클래식한 빈티지 안경을 좋아하는 취향은 그대로지만 요즘은 자꾸만 두꺼운 테에 눈이 간다. 너무 무거워서 이펙터를 몇 번 쓰다 결국 매물로 보내버렸는데 아직 미련이 남아있다. 두꺼운 8미리 시트를 사용한 안경이 쓰고 싶어졌다. 중고매물을 찾다 상태 좋은 뿔테 안경을 손에 넣었다.


타르트옵티컬의 브라이언은 출시 당시에는 내 취향이 아니라 눈길조차 준 적 없는 모델이다. 아넬 헤리티지처럼 1960년대 무드가 매력적인 안경인데 그때는 너무 갑갑해 보였다. 빈티지를 선호하는 취향은 그대로인데 추구미는 제멋대로 바뀐다. 사람의 마음은 참 간사하다. 안경을 들이고 내보낼 때마다 내면의 욕망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게 된다. 원하는 장난감을 손에 넣은 아이처럼 좋아하는 내 모습을 생각해 보니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하금테나 두꺼운 뿔테가 안 어울린다고 여겼는데 막상 써보면 나쁘지 않았다. 합리화겠지만 거의 10년 만에 써본 브라이언은 꽤 잘 어울렸다. 6월만 되면 반팔 반바지만 입고 지냈는데 올해는 리넨셔츠와 긴바지를 애용하고 있다. 너무 편하게 입다 보면 꾸미는 것 자체가 귀찮아진다. 귀찮음은 곧바로 게으름으로 이어진다. 삶의 여유는 필요하지만 옷 입는 일이 게을러지면 금세 추레해진다. 늘어지는 느낌이 들어서 나사를 조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꺼운 뿔테를 쓰고 싶다는 생각은 어쩌면 경각심에서 나온 것일지도 모르겠다. 다만 40그람에 가까운 무게는 부담스럽다. 지금 쓰는 아넬은 29그람이다. 콧잔등 위에 올라가면 10그람 차이를 제대로 체감할 수 있다. 50그람이 넘어가는 이펙터에 비하면 양반이지만 적응이 필요할 것 같다. 안경에서 몇 미리와 몇 그람 차이는 꽤 큰 의미를 갖는다. 나안시력이 나쁜 편이 아니다 보니 내가 착용하는 안경렌즈는 가볍다.


그러다 보니 몇 그림 차이로 안경의 착용감이 크게 달라진다. 무게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불편하면 아무리 예뻐도 몇 번 쓰다 결국 방출이다. 가죽 소재의 브리프케이스나 바버 왁스재킷은 옷장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손이 자주 가는 옷은 좋은 옷이지만 손이 많이 가는 옷은 귀찮은 옷이다. 몸에 직접 착용하는 아이템의 핵심은 편의성이다. 겨울멋쟁이 얼어 죽고 여름멋쟁이 쪄 죽는다는 말은 소수에게 해당되는 표현이다.


대게 편의성이 심미성을 이긴다. 라르디니나 이자이가 같은 나폴리 슈트는 정말 멋지지만 착용감이나 관리 측면에서 공장제 폴리에스터 셋업슈트를 이길 수 없다. 안경도 똑같다. 무거운 자크마리마지나 크롬하츠의 디자인은 멋지지만 쓰는 순간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든다. 무게가 순식간에 발목을 잡는다. 물론 높은 가격도 한몫한다. 불편함을 감수하고 착용할 만큼 매력적인 아이템은 없는 것 같다.


멋은 찰나지만 편안함은 오래간다. 사진 속에 남은 모습은 멋지겠지만 불편하면 사진 찍을 마음도 들지 않는다. 살짝 무게감이 느껴졌지만 이만하면 나쁘지 않다. 아슬아슬하게 턱걸이로 합격선에 들었다. 실력 있는 피팅전문가에게 맡겼더니 착용감이 훨씬 좋아졌다. 거울에 비친 모습은 살짝 어색하면서도 신선했다. 또 다른 얼굴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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