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2

투자와 인생의 공통분모

by 정이든

「투자 1」에서 계속 ▶ 07화 투자 1




4.

투자는 확률 싸움이다.


절대적인 것은 없다. 가능성을 고려하여 배팅해야 한다. (일반적인 투자처라면) 100% 오르기만 하는 투자처도, 100% 떨어지기만 하는 투자처도 없다. 오를 것이라 판단하면 그 확률이 얼마인지 생각하고 거기에 맞게 투자 비중을 정해야 한다. 간혹 자기 확신에 빠져서 100%가 아닌 것을 100%라고 믿기도 했던 내 모습을 반성한다.


전설적인 투자자인 피터린치는 남에게 설명하지 못할 주식은 사지 말라고 했다. 사기 전에 이 주식을 사야 할 이유를 다른 사람에게 설명해 볼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자기 확신을 조심하자.


물론 내가 신이 아닌 이상, 확률을 정확히 산출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내가 생각하는 확률은 대부분 가설일 뿐이다. 하지만 가설조차 없이 투자하는 것보다는 가설이라도 있는 것이 낫다.


확률을 고려하지 않고 감정이 앞서면 아묻따(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투자를 할 가능성이 높다. 냉정해져야 한다. 기대에 휩쓸리면 10%의 확률을 90%처럼 착각하고, 불안에 사로잡히면 90%도 10%처럼 보인다. 냉정하게 내 감정을 의심할 줄 아는 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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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린치 명언 中 일부]

"투자할 때 최소한 냉장고를 고를 때만큼의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라"
"주식투자로 돈을 벌려면 주가하락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주식시장에서 서둘러 빠져나오는 일이 없어야 한다"
"종목에 대해 연구하지 않고 주식투자를 하는 것은 패를 보지 않고 포커를 치는 것과 같다"


5.

투자는 포트폴리오 관리다.


내 나름의 기준을 두고 포트폴리오를 설정하고, 포트폴리오 전체 관점에서 전략을 세워야 한다. 특히, 내 투자자산이 얼마나 있는지, 어디에 몇% 씩 투자하고 있는지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내 자산이 어떤 영역에 얼마만큼의 비중으로 들어가 있는지 모른다. 대략 몇천만 원은 연금에, 몇 억은 부동산에, 하는 식으로 금액만 고려하고 퍼센티지로는 생각해보지 못한다.


포트폴리오에서 각 자산군이 차지하는 비율을 기억하는 것이 왜 중요하냐면, 그래야 자신만의 기준과 상황에 맞춰서 비중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가진 100의 여력 중 얼마만큼 어디에 투자할 것인가에 대한 기준이 있어야 하겠다.


이를테면 현재의 나는 지수추종 및 배당주 ETF, 그리고 일부 금 현물과 비트코인을 합하여 최소 40%는 보유하려 한다. 이 자산들은 요즘 같이 주가가 출렁일 때는 개별주 대비 변동성이 낮아 전체 포트폴리오의 리스크를 낮춰 준다. 매월 투자일지를 정리하고 있는데, 너무 자주는 아니고 분기별로 개별주 포트폴리오와 비율을 조절하는 식이다.





6.

투자는 리스크 관리다.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면, 이제 고려해야 할 것은 이 포트의 변동성이다. 내가 보유한 포트폴리오가 얼마나 요동칠 수 있는지를 숫자로 확인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요즘은 GPT나 제미나이로 예전보다 쉽게 추정할 수 있다.


변동성을 정량화한 지표는 샤프비, 알파, 베타, 표준편차 등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어려운 용어들을 다 알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대신 MDD(Max Drawdown)를 꼭 고려해 봐야 한다. MDD는 쉽게 말해서 '최대하락폭'인데, 과거에 내가 가진 이 포트폴리오가 최고점 대비 얼마나 최저점까지 내려왔을 때 얼마나 내려왔는지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1년 MDD가 20%인 종목은 최근 1년간 최고점에서 100원 하던 것이 80원까지 떨어진 적이 있다는 뜻이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혹시나 하락장이 왔을 때 내가 버틸 수 있는 하락폭과 비교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버틸 수 있는 하락폭이 MDD보다 적다면, 그 포트폴리오는 매우 위험한 포트폴리오가 된다. 내 포트폴리오의 MDD가 30%라고 하자, 그럼 나는 나에게 이렇게 되물어볼 수 있어야 한다. '30% 하락을 견딜 수 있는가?'


만약 내 시드가 10억이라면, 이는 '3억 원이 손실 나도 나는 이 포트를 유지할 것인가?' 와도 같은 질문이다. 쉽지 않을 것이다. 금액이 커질수록, MDD도 낮게 잡아야 한다. 1000만 원의 30%는 300만 원이다. 작은 돈은 아니지만 잃는다고 복구하기 어려운 금액은 아니다. 하지만 3억은 다르다.


내가 감내할 수 있는 리스크의 수준을 넘지 않는 선에서 자산을 배치해야 한다. 감내할 수 없는 리스크는 불안과 스트레스로 다가오고, 멘탈이 무너지기 쉬운 구조를 만든다. 사람은 불안과 충동에 너무나도 취약하다. 지금 아무리 내 마음을 다잡아 봐도, 원금이 40%, 50%, 60%... 떨어지기 시작하면 눈이 뒤집히게 마련이다.




아쉽게도 나는 성공한 투자자는 아니다. 오랜 기간 투자에 관심을 가지며 나름의 방식으로 투자를 이어온 보통의 투자자일 뿐이다. 그러나 오랜 투자 경험을 통해 깨달은 것이 있다. '투자도 인생의 중요한 일부'라는 것이다. 투자는 인생의 큰 비중을 차지하며, 따라서 이 메모들은 오랜 기간 축적된 나름의 깨달음으로서 의미가 있다 하겠다.


지난 투자의 과정들을 돌이켜 보면서, '투자는 흐르는 강물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언제나 잔잔히 흐르고 있는 듯하다가도, 갑자기 범람하거나 바닥을 드러낸다. 일개 한 사람의 힘으로는 큰 물결을 바꾸기 어렵다.


인생의 여러 부분을 닮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노력한다고 다 잘 되는 것이 아니고, 대충 한다고 꼭 실패하는 것도 아니다. 쉽게 타인의 말에 휘둘린다. 성공을 좇아 기대감에 부풀었다가, 불안과 공포에 빠지기도 한다. 항상 정답이라 여겼던 것들이 상황에 따라서는 오답이 될 수도 있다. 경험과 연구를 발판 삼아 자기 자신을 바꾸기 시작하면, 대체로 큰 실패는 면할 수 있다.


*


인생을 허투루 사는 삶이 어디 있던가. 누구나 자신의 인생에 최선이고 진심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가끔 진심과 욕심을 혼동하여 불나방처럼 뛰어들고 허무하게 돈을 잃기도 한다.


우리 모두가 투자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럴 수도 없고. 잠깐, 투자에 전문가라는 것이 정말 존재는 하는 것인가? 투자라는 개념에 필연적으로 '미래에 대한 예측'이 포함되는 한 무조건 이기기만 하는 절대적인 의미의 전문가는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말하는 전설적인 투자자들에 대한 평가도 그들이 돈을 벌었기 때문에, 결과론적으로 하는 이야기일 뿐이다.


전문가까지는 잘 모르겠다. 최소한 진심일 필요는 있다는 확신은 있다. 시간을 써서 깊이 분석하고, 많이 또 걸러서 듣고, 의심하면서 객관적으로 시장을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실패한 것에 대해서는 오답노트라도 써 가면서 나만의 방식을 찾아가야 한다. 그래야 시장에서 오래 버티고 살아남을 수 있으며, 그래야 다음 기회도 잡을 수 있다. 대충 덤벼서든 안 된다. 정글같은 투자의 세계에서 버티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생존에 진심이어야 한다.


일상에서 끊임없이 마음을 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불안 속에서 중심을 잡고, 욕망 앞에서 멈추고, 남들과 비교하지 않으려 애쓰는 훈련들. 이런 시도와 훈련들이 축적되면 언젠가 습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습관들은 비단 투자의 영역에서 뿐만 아니라 삶의 매 거친 순간마다 내 가치를 지켜주리라.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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