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투자자는 아니지만 산전수전 다 겪어보니 이제는 말할 수 있겠더라
0.
돈은 중요하다. 돈만큼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또 있을까. 사람들의 머릿속은 돈으로 가득 차 있는 것만 같다.
내가 모시던, 이제는 퇴임하신 CEO와 저녁을 함께할 일이 있었다. 퇴임 후 1년 정도가 지나 무료하셨는지 前 CEO께서는 후배들에게 맛있는 식사를 사주시겠다며 광화문 큰 건물의 비싼 한우 식당으로 우리를 초대해 주셨다.
왜일까? 왜 소고기는 입에서 그렇게 녹는 것일까. 비싼 소고기일수록 더 입에서 오래 맴돌아 만족감을 유지시켜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아, 이게 한우 판매업자들의 상술이구나. 상술에 속아 입에서 녹는다고 꿀꺽 삼키지 말고 최대한 천천히 음미하며 먹겠어! 하는 생각을 하며 살치살을 소금에도 찍어 먹어 보고 고추냉이도 살짝 올려 맛을 보았다.
..맛있다! 이래서 돈을 버는구나.
나는 CEO가 들려주는 은퇴 후 일상에 대해 최선을 다해 경청했다. 그것이라도 해야 내가 그에게 보답한 느낌이 들 것 같았다. 그 외에 우리가 그를 위해 줄 수 있는 것이라고는 CEO 퇴임한 이후 1년간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재미있는 가십거리와 함께 긁어모아 갖다 바치는 것이었다.
식사가 끝나갈 무렵, 이제 서로 얘깃거리가 떨어질 때쯤 CEO가 투자 얘기로 화제를 돌렸다. 투자에 관심이 많은 그는 재직 시절에도 부동산, 주식 할 것 없이 종종 자신의 뷰를 공유해 주었다. 몇몇 사람들은 그의 이야기를 듣고 과감히 투자하여 대박이 난 케이스들도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한우를 먹고 후식을 시킨 후 배불러 흐려진 눈으로, 이제는 여기가 회사 임원실인지 식당인지 모를 기분으로 있던 우리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여기서 몇 개만 잘 기억해서 투자하면 대박이 날지도 몰라.' 나를 포함한 모든 참여자들은 그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CEO는 몇 가지 섹터를 찍어서 자신이 관심 있게 보고 있다며 얘기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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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가 얘기한 섹터가 무엇인지, 어떻게 되었는지는 굳이 적지 않겠다. 그런 것은 지금 내가 남기려는 메모와는 별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CEO와의 식사에서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만큼 '돈'이라는 것은 중요하며 남녀노소 어떤 배경의 사람이든 간에 관심을 확 끌어당기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그때 우리들의 초롱초롱한 눈빛을 어디 그림이라도 그려서 기억에 남겨두고 싶다.
사람들은 항상 돈을 생각하고 있다. 직접적으로 '돈'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돈과 관련된 무언가, 이를테면 집값이라든가 이번 달 카드값이라든가 이따 저녁에 외식하기로 한 식당의 단가 같은 것들을 끊임없이 생각하고 있다. 돈은 우리 인생에서 떼놓을 수 없는 수단이고 목적이자 기쁨을 주고 좌절하게 하는 혹독한 녀석이다.
아마 예전부터, 화폐라는 것이 생겨났을 언젠가부터 그러했을 것이다. 정도의 차이가 있었을 뿐. 그나마 내가 어릴 적에는 시련과 역경을 이겨내고 명예를 얻는 것이나, 라디오를 들으며 통기타를 치는 낭만 같은 것들이 돈과 비등할 수준으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던 것 같다. 현재는 모든 것이 돈으로 해석되고 치환되는 시절이다.
작금의 시대상황은 분명 애석하다. 하지만 현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자의든 타의든 또는 주변 환경에 의해서든 어쨌든, 돈은 중요하며 인생과 떼낼 수 없는 요소인 것은 과거에도, 현재도, 앞으로도 분명한 사실이다.
'돈은 중요하지 않다' 고 강조하는 사람이 막상 돈에 무척 민감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 나는 솔직하게 돈이 중요함을 인정한다. 대신 다른 가치들도 동등하게, 중요하게 추종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한다. '건강'과 '사람'은 때로는 돈보다 더 중요한 삶의 요소다. 건강, 사람, 돈. 이 3가지를 균형있게 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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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에 대해 할 말이 정말 많다. 나의 투자기만 모아도 책 몇 권은 나올 것이다.
아쉽게도 나는 성공한 투자자는 아니다. 세상에 성공과 실패 두 가지 말만 존재한다면 내 투자 경력은 실패로 분류될 수 밖에 없다. 다만 소중한 실패의 경험들을 통해 배운 감정과 교훈들을 남기고 싶어 기록해 본다. 언젠가 누군가가 이 글을 읽고 작은 힌트를 얻을 수도 있고, 미래의 나나 내 후손이 무엇인가를 깨닫는 단초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나는 대학에서도 상경계를 전공했고 재테크 관련된 책도 틈틈이 읽었다. 대학생 때부터 주식 투자를 했고, 매월 가계부를 정리하고 있으며 경제 주간지도 몇년간 매주 구독하고 있다.
이렇게 십몇년간 쌓인 나의 공부와 노력들은 분명 소중한 나의 자산이 되고 있으나 투자의 성패에는 글쎄, 크리티컬 한 도움이 되지는 못했던 것 같다. 결정적인 순간에 내 행동에 가장 크게 영향을 주었던 것은 내가 직접 겪었던 경험들이다.
아직도 생각나는 대학교 시절 강의가 있다. 지금은 정부 모처의 수장으로 매우 유명한 그 교수님께서는 강의 중에 이렇게 말씀하셨다.
"여러분, 제가 여러분한테 주식시장을 가르치지만 저도 주식으로 많이 잃었습니다. 하하"
그 순간 1초 정도? 강의실에 퍼진 묘한 정적이 아직도 떠오른다. 머뭇거리는 1초 뒤 학생들은 교수를 따라 웃고 말았으나 나는 나를 포함한 학생들이 머뭇거린 순간 느꼈던 생각을 아직도 또렷하게 떠올릴 수 있다.
'쉬운 일이 아니구나.’ 하는, 막연한 두려움 말이다.
...라고 할 때 조심했어야 했는데 말이다.
그 이후로 작은 성공과 큰 실패들을 거듭해 왔고, 이제는 소소한 수익률로 실패하지 않도록 잘 조절하며 투자하고 있다. 아, 내가 여기서 말하는 투자는 모든 종류의 투자를 다 통칭하는 것이지만, 내가 얻은 깨달음들은 주로 주식투자 위주의 경험으로 형성되었음을 밝힌다.
1.
투자는 멘탈 싸움이고, 심리전이다.
언젠가 AI가 투자를 대신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다. AI로 인해 어떠한 형태로든 지금과는 다른 형태로 금융시장은 변화할 것이다. 그런 시대가 오더라도 마지막 버튼을 누르는, 또는 최후의 책임을 지는 사람은 인간일 것이다. 그러니 본질적으로 아무리 뛰어난 투자자라도, 대공황과 같은 경제 위기나 디플레이션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을 때, ‘괜찮다’고 태연하게 말하기란 쉽지 않다.
인간의 심리는 불안 앞에서 굉장히 취약해진다. 설령 내가 용기 있게 버티고 있다고 하더라도, 시장 전체의 기대치가 꺾이는 순간 나라는 개인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결국 투자란 사람들의 기대와 공포가 만들어내는 거대한 물결 위에서 균형을 잡는 일이다.
나를 포함하여, 사람이라는 존재는 끝없이 욕심을 부리는 존재다. 투자한 자산의 가격이 오르면 '조금만 더' 라는 생각을 하고, 오히려 더 투자할 걸 하는 아쉬움을 떨치지 못한다. 그 ‘조금’을 붙잡고 나면 정점 부근에서 흔들리다가 불안과 공포가 엄습하는 순간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손실을 보곤 한다.
나처럼 의심이 많은 사람은 더 조심해야 한다. 완벽한 확신이 없어서 쉽게 들어가지 못하다가, 주변 사람들이 모두 'GO!'를 외치는 순간에야 뒤늦게 막차에 뛰어든 경우가 많았다.
투자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심리기제는 FOMO다. Fear Of Missing Out, 놓칠까 두려운 마음.
FOMO로 비롯된 욕심과 공포, 이 두 가지만 초연하게 관리할 수 있다면, 장담하건대 상위 20%의 투자자로 거듭날 수 있다. '끝없이 오를 것 같은 욕심', '끝없이 떨어질 것 같은 공포' 둘 다 평정심을 잃고 객관적인 판단을 하기 어렵게 만드는 거짓 속삭임이다.
과거에 미친 듯이 오르던 비트코인에 늦게 편승했다가 크게 데인 적 있다. 그때의 허탈감, 손끝이 떨리며 버튼을 누르던 순간의 초함, 손실 금액을 바라보며 가슴 깊숙한 곳에서 올라오던 진한 후회. 말로는 절대 전달되지 않는 감정들이 아직도 떠오른다. 연말 부서 단체 송년회 자리에서 떨어지는 코인을 보며 화장실에서 매도버튼을 눌렀던 기억이 생생하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그걸 지금까지 갖고 있었다면 대박이었을 텐데 말이다.
그뿐인가, 올해 4월에는 트럼프 관세 발표 직후 시장이 폭락하던 날 공포에 질려 보유 물량을 전략 매도한 적이 있다. 밤잠을 설치다 굳게 결심하고 매도 버튼을 눌렀으나 며칠 뒤 반등하는 차트를 보며 느낀 허탈함은 정말이지 말로 설명할 수 없었다.
이 경험들은 내가 지금까지 겪은 경험의 일부일 뿐이다. 이런 경험은 겪어보기 전에는 절대 와닿지 않는다. 학창 시절, 반 전체가 단체로 손에 회초리를 맞던 날이 있었다. 앞에서 한 명씩 친구들이 맞을 때는 그저 두려움에 떨 뿐 그것이 얼마나 아픈 것인지 알지 못했는데, 막상 맞고 나니 생생하게 그 아픔의 정도를 깨달을 수 있었다.
가장 좋은 것은 회초리 맞을 일을 만들지 않고 스스로 많이 시뮬레이션해보고 유의하는 것이다. 그래야 초연하고 강한 멘탈을 지닐 수 있다. 교만하지 않고, 돈이라는 무섭고 냉정한 녀석 앞에서 항상 겸손해야만 한다.
덧붙여, 사람들의 관심이 어디로 몰리는가도 항상 체크해야 할 부분이다. 실적이 좋은 주식이나 강남의 비싼 아파트들이 잘 나가고 있는 것은 그것들이 가지고 있는 내재가치가 정말 높아서라기보다는, 그것을 선호하는 사람들의 욕심과 경향성이 더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니, 사람들의 심리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가는 항상 신경 쓰고 매번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이 주식은 실적이 좋은데 사람들이 안 알아봐 주네, 언젠가는 반짝 뜨는 날이 있겠지' 하고 투자를 하는 것은 산에서 물 떠놓고 기도를 올리는 것과 같다.
2.
투자는 시간의 누적이고, 복리다.
올해는 시장이 참 좋다. 11월 초 현재 기준 코스피는 4000을 넘었고 나스닥도 최대치를 경신한 후 순항 중이다. 나도 손실을 회복했고, 크진 않지만 계좌도 플러스로 돌아왔다. 하지만 여전히 아쉽다. 과거의 그 시행착오들 때문에 나의 투자는 얼마나 뒤처진 것인지. 몇 번의 찬스들을 잘 살렸다면 나는 아마 큰 부자가 되어 있었을 것이다.
조급하거나 시장을 만만하게 보지 않고 긴 흐름으로 투자했다면 지금쯤 훨씬 더 높은 수익률을 얻었을텐데.. 투자는 시간에 따라 누적된다. 시간이라는 변수를 무시하고 너무 짧은 시간에 큰 이익을 보려고 하다간 필패한다. 긴 호흡으로 투자해야만 나중에 큰 수익으로 돌아온다는 점을 명심하고 또 명심해야겠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투자의 결과는 매 투자결과들의 산술평균이 아니라 기하평균으로 계산된다는 점이다.
100의 투자 원금을 가지고 투자하여 50% 손실이 나고 50% 이익이 난다면, 산술평균상으로는 0.5와 1.5의 평균인 1로서 원금이 그대로 유지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0.5가 된 이후 1.5배가 되어봐야 0.75가 되기 때문에, 100이라는 원금은 75로 수렴하게 되는 것이다. 당연한 말인 것처럼 들려도, 막상 투자를 할 때 나는 잃은 것을 회복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점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았다.
투자에서는 손실을 줄이는 것이 이익을 좇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잃지 않으면 언젠가 기회가 있다. 일정한 플러스, 점진적 우상향, 시장에 계속 머무르는 것. 이 세 가지가 장기적으로 엄청난 격차를 만든다.
이 것들이 시간의 누적에 맞물려 쌓여 올라가면 복리로 쌓이게 된다. 다시한번 명심하자. 투자는 한순간에 성패가 결정나는 도박이 아니다. 천천히 씨를 뿌리고 기다리는 농사를 하듯 투자해야 한다.
3.
투자도 공부다.
투자와 관련하여, 책을 읽으면서 깨달은 것들이 많다. 책들이 없었다면 나는 아직 도박처럼 투자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직접 겪어보고 자신만의 투자법을 정리하는 것이겠지만, 그러기에는 시행착오를 너무 많이 겪어야 하기에, 나의 투자 지식에 가장 근간이 되는 것들. 멘탈관리나 투자와 시장의 본질적인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책들은 꼭 읽어보는 것이 좋겠다.
나에게 가장 도움이 되었던, 두고두고 읽어볼 책들은 아래와 같다. 이 책들은 아직 내 책장에 고이 모셔두고 있고, 틈틈이 꺼내어 읽어보고 있다.
요즘은 좋은 유튜브도 많이 나온다. 주의할 부분은, 너무 확정적으로 '오른다', '내린다' 하는 컨텐츠 보다는 투자자로서의 멘탈관리나 Macro 전반에 대한 객관적 관점, 재무제표 분석,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ETF/레버리지/커버드콜 상품 등에 대한 구조적 설명, 세금계산 같은 것들을 소개하는 컨텐츠가 훨씬 더 유용하니 잘 골라 봐야 한다는 것이다.
쓰면서 다시 느낀 것이지만, 투자는 인생과도 닮아 있는 것 같다. 공부하고, 전문가의 이야기를 듣고, 부딪히면서 우리는 삶의 방식들을 계속 수정해 나간다. 완성된 삶의 방식이라는 것은 없고 그렇게 끊임없이 수정해 나가는 과정만 있는 것이다.
그러니 내가 생각한 대부분의 것들이 시간이 지나 바뀔지언정,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고정적인 무언가에 대해서는 필히 정리하고 기억해 두어야 하겠다. 그래야 투자든 인생이든 건강이든 아니면 인간관계든 회사생활이든 뭐든 간에 큰 틀에서 흔들리지 않고 뿌리를 박아 버틸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다음 주 투자 2부에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