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아니, 사실 그렇지 않다. 우리는 누구나 변해 간다. 어제의 나는 오늘의 나와 같을 수 없다.
10년 전 내가 그렇게 좋아하던 노래가 지금 들으면 진부하고 지루하다. 학창 시절 긍정적이고 쾌활했던 내가 회사일에 치여 웃음을 잃어버린다.
사람은 변한다. 다만 그 속도가 느릴 뿐이다.
물론 충격적인 사건이나, 확고한 결심으로 성격이 갑자기 180도 바꿀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이거나 그 케이스가 매우 드물다.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습관, 경향, 방향성 (밑에서는 편의상 '성격'으로 퉁쳐서 표현한다.) 은 아주 천천히 선회하는 대형 선박처럼 조금씩, 그러나 확실하게 변화하고 있다.
우리는 태어나서 수없이 많은 상황을 겪는다. 주변 환경의 변화들은 매 순간 끝없는 도전을 주고 우리의 태도를 변화시킨다. 우리는 각자의 조타실에서 끊임없이 타륜을 돌리고 있다.
그리고 매 순간순간 우리의 판단은 켜켜이 누적되어 지금 현재의 내 성격을 형성한다. 앞으로 남은 삶도 그러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네 성격은 죽을 때까지 끊임없이 변한다.
(다만 나이가 들수록 주변을 대하는 방식이 누적되고 고착화되는 경향은 있다. 젊은 때처럼 해마다 새로운 변화가 생기지 않아, 매년 매일을 비슷한 레퍼토리로 살아간다.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변화 속도가 늦어질 수는 있다.)
또한 성격이라는 건 입체적이라서,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발현된다. 나는 외향적이다가도 어떤 장소/상황에서 극도로 소심해진다. 타인에게 관대하고 이타적인 성격이라 자처하다가도, 주변 사람이 구하는 도움을 종종 무시한다.
우리는 '현재의 내 성격은 이러이러하다.'를 절대적으로 정의할 수 없다. 어느 정도의 경향성만 있을 뿐.
내가 그렇듯, 타인도 그러하다. 그들은 변하지 않는 듯 하지만 아주 조금씩 바뀌고 있다. 타인을 순간적으로 변화시키기는 어렵다. 하지만 지속적인 대화와 요구를 통해, 우리가 의도한 방향으로 미세조정은 가능하다. 시간이 걸릴 뿐이다.
사람은 누구나 변한다. 다만 변화의 기대치를 낮추고 조급해하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