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 대 1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1,000명의 사람을 만나게 되더라도

by 정이든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우리는 몇 명의 사람을 만나게 될까? 1000명? 10000명? 당연 사람마다 천차만별이겠지.


평범한 소시민을 자처하는 내 인생을 예로 들어볼까 한다. 나는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군대, 직장 등등 평범한 루트의 삶을 거쳐 왔다.


소속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왔으며, 동아리나 운동모임 같은 각종 모임은 보통 수준으로 (많지도 적지도 않게) 해 왔다.


그동안 만난 사람들의 숫자를 추정해 보았다. 통성명 한마디나 최소 30분은 시간을 같이 보낸 적이 있는 사람을 모두 포함한다고 가정했다.


1. 가족을 포함해, 먼 친척들까지 포함한 친지들 약 50명

2. 학창 시절 한 학년당 새로 사귀는 숫자 30명 (선생님, 다른 반 학생들 포함 대략) X 대학교 포함 16년 = 480명 (약 500명)

3. 10여 년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회사 안팎에서 지금까지 알게 된 사람들 약 200명

4. 군대에서 만난 친구들, 동아리, 친구의 친구들 등 기타 활동으로 알게 된 사람들 150명


지나가며 간단히 안부만 묻는 동네 이웃부터, 얼마 전 내 보험을 상담해준 설계사까지. 스쳐 지나가며 알게 된 사람들까지 합친다면 그래도 1,000명은 족히 될 것 같다.


물론 앞으로 알아갈 사람까지 더한다면 더 많을 테다.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사람을 만나다 보면 최대 2,000명은 될 것 같다.


나처럼 평균 수준의 사회활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죽을 때까지 1,000여 명은 '알고' 지낸다는 게 내 결론이다.


정말 활발하고 사교성 있는 사람들이거나 사람을 만나는 직업을 갖고 있다면 10,000명까지도 가능할 것 같다.


게다가 요즘은 SNS가 발달한 덕에,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도 많게는 몇백 명, 몇천 명의 온라인 친구들을 사귀기도 한다. 물론 전통적인 의미의 친구라고 하기엔 얼굴도, 사는 곳도 잘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대화를 나눠본, 아니 꼭 대화가 아니더라도 친구를 요청하고 수락하는 등 최소한의 관계 설정을 거쳤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그들은 넓은 의미의 '지인'이라 볼 수 있겠다.


이런 인맥(?)의 빈부격차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이벤트가 결혼식이다. 어떤 결혼식에는 친구가 얼마 없어 조촐하게 사진을 찍는 반면, 어떤 결혼식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어 2번 3번을 나눠서 사진을 찍곤 한다.


많은 사람을 알고 지내는 것은 대체로 만족감을 준다. 유명해지고 인기가 생기면 자존감이 높아지고, 자신의 삶이 가치 있게 느껴진다. 다른 이들이 자신의 말에 경청하고, 자신과의 관계 유지를 위해 기꺼이 돈과 시간을 쓰기 시작하면 외향적인 성격이 되기도 한다.




하버드대에서 75년간 724명의 사람들을 추적 관찰한 연구사례가 있다. 매년 724명을 인터뷰하면서, 이들 중 건강하고 행복감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은 과연 어떤 삶을 거쳐온 사람들인가를 조사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돈이 많거나 유명할 사람들이 더 행복할 것이라 예측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놀랍게도,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인식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주변에 특별히 친밀하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 였다고 한다.


그들에게는 자신이 정말로 믿고 의지할 수 있으며 일상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었다. 그들은 어떠한 사회적 성공을 이룬 사람들보다 훨씬 더 행복감을 느꼈다.


종종 언쟁을 하거나 완벽히 서로에게 맞지 않더라도, 상대방과 깊은 유대감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다시 내 사례로 돌아와 자문해 본다. 1,000여 명이 넘는 그 많은 사람들 중에, '잘 지내?'라고 편하게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채 50명이 안된다.


'지금 뭐해? 언제 커피 한잔 할까?'라고 말하고 만날 약속까지 자연스럽게 잡을 수 있는 사람은? 20명이나 될까 싶다.


고민을 털어놓고 한 번쯤 공감과 조언을 구해볼 만한 사람은 더 적어서, 한 5명 정도 될 듯하다. (게다가 그중에 2명은 부모님이다.)


그렇다면 정말 각자의 소소한 일까지 다 공감해주고 가끔 투닥거리더라도 서로가 서로에게 절대적인 믿음이 될 수 있는 사람은? 글쎄, 잘 모르겠다.




이런 생각을 해 본다.


그런 절대적인 믿음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꼭 오늘, 당장, 바로 내 앞에 있을 필요는 없다. 불운하게도 평생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와 '절대적으로 좋은' 관계를 만드는 것이 행복의 열쇠라는 사실을 깨닫고 매일 이것을 위해 노력하는 삶은 그렇지 않은 삶은 분명 큰 차이가 있다.


1,000명의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신경 쓰기보다는, 평생 의지할 수 있는 1명을 만들기 위해 에너지를 쏟는 것이 더 의미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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