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든'으로 작가명을 바꾸고, 다시 글쓰기를 시작하며
마지막으로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쓴 게 작년 5월이었으니까 1년 하고도 3개월이 지난 셈이다. 그동안 일이 많아 바쁘기도 했지만 뭐랄까, 내가 글을 쓴다는 것이 내 인생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누군가에게 읽히지 않더라도 그 자체만으로 필요한 행위일까, 하는 고민들을 하다 보니 글을 다시 쓸 만큼의 에너지의 역치를 넘기지 못한 것 같다.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은 '효율성'을 중시한다. 글을 쓰고 생각을 갈무리하는 행위는 창의적이고 생산적이며 거룩한 것처럼 보이지만, 효율성 관점에서 보면 내게 매우 계륵 같은 존재다. 완벽하지 못한 글을 몇 번씩 퇴고하다 겨우 발행하며 오는 스트레스를 쉽사리 이겨내지 못하는 나 같은 성격의 사람에게는 매우 '비효율적'인 행위라는 뜻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솔직히 말하자면 귀찮을 때가 많다. 퇴근하고 집에 와서 유튜브 쇼츠만 봐도 하루가 금방 끝나버리는 걸 어쩌나. (... 너무 솔직했나)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온 힘을 쏟아 하루를 살아내다 보면, 글을 쓰는 행위가 사치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해 보는 이 순간이야말로 내가 오롯이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하는 순간이라는 사실만은 명백하다.
이는 마치 무의식적으로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다가 한순간 의식적으로 숨을 멎어보는 것과도 유사하다. 숨을 멎고 있는 시간 동안 우리는 더 이상 숨을 쉬지 못하여 죽음이라는 끝에 어쩌면 아주 조금은 가까워지겠지만, 그로 인한 절실함이 생을 더 부여잡고 우리가 다시 숨을 쉬고 살고자 하는 욕구를 더욱더 생경하게 느끼게 해 준다.
그래서,
그냥 다시 써보기로 했다.
내가 그만 쓰겠다고 한 적은 없기에, 그냥 다시 쓰면 될 것 같다.
언젠가 인상 깊게 읽었던 '멘탈의 연금술'이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의 첫 챕터 제목은 '버티는 자가 이긴다' 이다. 물론 나는 '꼭 누군가를 이겨야만 한다'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가장 우선적인 원칙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이라는 저자의 의견에는 동의한다.
그리고 꾸준히 생산적인 활동을 하는 습관을 내 인생의 궤도에 올리는 것이야말로, 앞으로 살아갈 미래의 나를 위해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왕 다시 하는 거, 필명도 한번 바꿔보고자 한다. 부끄럽지만 새로운 필명을 짓기 위해 제법 오랜 시간을 고민했다. Chat GPT가 생각보다 많은 제안을 해 주었으나 생각만큼 '이거다' 싶은 필명은 또 못 제시하더라.
우여곡절 끝에 '정이든'이라는 필명을 선택하게 되었는데. '정이 든다'는 말과 '이든'이라는 순우리말이 '착하고 어질다'라고 하여 중의적인 의미에 큰 가산점을 부여하여 선택하게 되었다.
필명이 뭐 중요하랴. 글을 쓰는 것이 중요하지.
아니, 글을 쓰는 것이 중요하랴. 이렇게 하루를 공기밥 누르듯 꾹꾹 눌러 채워가며 살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지.
새로운 필명에 걸맞게, 예전보다는 조금 더 정감 있는 글을 써야겠다.
너무 진지하지 않게,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게.
너무 누군가를 가르치려고 하지는 않되 누군가의 하루에 닿아 작은 울림을 줄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