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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든 Dec 01. 2024

진지함과 가벼움 그 가운데 어딘가

[진지함과 가벼움 그 가운데 어딘가], [당연한 것들]

[진지함과 가벼움 그 가운데 어딘가]


"너, 너무 진지해."


당황스러웠다. 평소의 나는 굉장히 가볍고 장난기도 많은 편이다. 대화가 끊겨서 침묵이 5초 이상 유지되는 것을 못 견뎌하고, 노래방에서는 절대 마이크를 놓치지 않는다. (최소한 탬버린이라도 흔든다.) 딱딱하거나 무거운 분위기는 질색이다. 그런 내가 누군가에게 '너무 진지하다'는 피드백을 받다니.


사실은, 맞다. 본래의 나는 진지한 편이며, 그날의 내가 유독 진지하긴 했다. 우리는 삶의 중요한 문제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고 나는 과하게 대화에 몰두하고 있었던 것 같다. 심각했던 이유가 무거운 감정 때문인지, 상대방에 대한 유대감 때문이었는지, 나의 얄팍한 집요함 때문이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평소였다면 나는 요리조리 개인기로 무거운 공기를 제치고 빠져나왔을 것이다. 그러나 그날은 웬일인지 진지함에 공을 뺏기면서도 넋을 놓고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


내 본모습은 꽤 조용하고 삶의 문제에 대해 몰두하는 편이다.


하지만 항상 그런 태도로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안다. 한 걸음 한 걸음 무겁게 살아가기에는 우리가 가야 할 길이 너무 멀고 누려야 할 즐거움도 많다. 그래서 나는 가라앉지 않기 위해, 숨을 참고는 바다 위 부표처럼 떠 다니는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진지함과 가벼움 그 가운데 어딘가에 있다. 삶의 무게 추는 한 곳으로 기울다가도 다시 한번 수평을 맞춘다. 오르내리는 주가처럼, 가다 서는 자동차처럼, 가깝다가 또 어색해지는 우리의 관계처럼 시시각각 변하고 있을 뿐이다.


반가운 것은 언젠가 익숙해진다. 가벼우면 진지함을 찾게 되고, 진지할 때는 가벼움을 좇는다. 그날 나의 진지함도 한순간을 살고 있는 나의 모습이었을 뿐이다. 진지함과 가벼움 그 가운데 어딘가에 위치한 우리의 좌표는 그것이 누군가보다 더 진지하거나 가볍다고 하여 틀렸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우리는 서로의 위치를 확인하고 그 중간 어딘가에서 절충점을 찾아가는 노력을 하며 하루하루 그냥 그렇게 그 순간에 존재하고 있는 것임을 생각해 본다.



[당연한 것들]


잊고 지내던 당연한 것들에 감사합니다.

이제 겨울이 시작되었지만,

겨울이 가고 나면 또 봄이 올 것입니다.


현재의 내가 있게 해 준 가족분들과 친구들,

스쳐 지나갔던 동료들과 지인들께 감사하며,

너무 당연하게 여겼던 순간의 소중함들을

다시 한번 되새깁니다.


편하게, 당연히, 커피 한잔 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던 사이들이

이제는 안부연락 한번 하기에도

어색한 사이가 되었지만


그것 또한 당연한 것들이라 생각하며

좋았던 순간들만 기억에 남기고자 합니다.


때로 새로운 걱정이 우리를 압도할지라도

또는 너무 밝은 햇살이 따뜻해 어쩔 줄 모를 때에도

우리는


하염없이 여기 있었던 나무처럼 꿋꿋하게,

당연하게 바뀌는 계절을 당연하게 맞이할 것입니다.



2024년 연말을 기념하며, 좋은 분들과 함께했던 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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