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우기 위해 비워야 할 것들], [사랑은 모든 것을 이긴다]
[채우기 위해 비워야 할 것들]
나는 매일 얼마나 많은 것을 채우며 살고 있는지.
차올라 넘칠 듯 그득그득 찰랑거리는 경험과 대화, 욕심과 불안 같은 것들. 그 자체는 무채색이고 그저 거기 있는 것들이겠으나 나는 애써 색을 칠하고 의미를 부여하곤 한다.
색을 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가득 차 넘치지 않게 적당히 채우는 일이다. 그것을 알면서도 비우는 일은 익숙하지 않아서 이제는 참으로 부자연스럽고 번잡스럽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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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마다 하고 있는 요가는 그런 의미에서 내게 특별하다. 잠시 매트 위에서 아무 생각 없이 몸에 집중하다 보면 많은 잡생각들이 휘발되곤 한다. 아무것도 쥐어지지 않은 나의 손 끝은 몸 구석구석과 지면과 허공에서 오래간만에 세상을 접하여 제 역할을 하는 듯하다. 회사에서 키보드를 투닥투닥 치던 무채색의 손 끝은, 그것이 은은한 아이보리색일지언정 옅은 색 옷을 입고 비로소 지금, 여기로 나를 인도한다.
우리는 우리가 바라는 것들을 이루고자 얼마나 많은 것들을 채우고 노력하며 살고 있는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지려고, 남들보다 더 잘 되고자,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많은 것들을 채워 넣고 또 넘치지 않도록 받치며 살고 있는 것일까.
조금은 비워도 괜찮다. 채우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채우고 비우고 다시 채우는 과정을 살아가는 것이다.
나만의 색을 칠하고 실패하면 비우고 다시 칠하는 것, 또는 넘칠 것 같을 때 버티고 조금 비웠다가 다시 또 채워보는 것. 누가 더 많이 채웠는가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채움과 비움을 알아보고 응원해주는 것. 나와 당신께 그런 순간들이 더 자주 있을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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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나오시던 요가 강사님께서 휴가를 가셔서, 다른 분이 대타로 오신 적이 있었다. 이 분은 대부분 초짜로 이루어진 수강생들의 실력을 중급 이상으로 판단하셨는지 엄청나게 힘들게 수업을 진행했다. 나는 군대 훈련소 행군 이후로 간만에 만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눈앞에 별이 왔다 갔다 하는 경험을 하였다.
(고관절이 며칠 동안 욱신거렸던 것을 떠올려보니 정말로 우리를 괴롭히려는 의도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강사님께서 강하게 압박해 주신 덕분에 내가 더 내 몸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사람은 절실하고 도망갈 수 없을 때, 누군가 나를 강하게 이끌 때, 그제야 최선을 다하나 보다.
중요한 것은 채울 때와 비울 때를 아는 것이다. 그것을 적절히 잘 활용할 줄 아는 능력과 용기. 나의 채움과 비움을 인식하고 내가 향하고 있는 목적지를 상기하며 다시 걸음을 걷는 시도들.
[사랑은 모든 것을 이긴다]
요즘 제 플레이리스트의 최상단은 아이유 님의 'Love Wins All'이라는 노래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노래도 노래지만 제목이 너무 멋져서 나의 무의식이 계속 반복해서 재생버튼을 누르나 봅니다.
사랑이 모든 것을 이길 수 있습니다. 이성에 대한 것이든, 가족에 대한 것이든, 인류애적인 어떤 것이든, 우리는 사랑하는 것으로 우리가 마주하는 슬프고 힘든 많은 것들을 이겨내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너무 화내지 말아요 조금 미워도 잠시 참아 봐요. 사실 저도 잘 못합니다만, 그래도 노력해 볼게요. 미간에 힘 풀고, 살짝 입꼬리 올리고. 좋아요. 훨씬 편안해 보입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다들 사랑합니다.
https://youtu.be/ax1csKKQnns?si=R_0ro7y07x2pgxX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