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목 세우기]
거북목을 방지하려고 의식적으로 고개를 꼿꼿이 세우는 습관이 생겼다. 정확히는 아직 일자목 단계이다. 하지만 여기서 더 발전하면 거북목이 된다고 하니 지금 방지해야 한다. 구부정한 목을 인지하고 황급히 고개를 세워 본다.
그러나 내가 고쳐 잡은 자세가 정말 바른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한 10도 정도 고개를 과하게 치켜든 것 같아서 다시 조금 숙인다. 그렇게 머리와 고개의 위치를 이리저리 바꿔가면서 조금씩 바른 자세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믿는다. 거울이 있으면 좋을 텐데... 아니, 사실 거울로 봐도 잘 모르겠다.
바른 자세는 아래에서부터 탑처럼 하나씩 쌓아 올라가야 한다던 도수치료사의 말이 생각난다. 그래서 자리에서 잠시 일어나 허벅지에 힘을 주고 복근으로부터 가슴 목까지 늘리듯이 펴 본다. 호흡이 중요하다는 얘기도 떠올라 휴- 하고 심호흡을 내쉬었다.
그러고 나서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나는 다시 구부정한 자세로 업무를 보고 있다. 다시 고개를 꼿꼿이 세운다.
거북목을 세우는 것처럼, 나의 '의식'은 틈틈이 나를 점검하고 변화를 시도한다. 하지만 동공의 움직임이나 헛기침, 다리 떨기나 주변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과 같은 일상적으로 수행하는 내 모든 행동들은 '무의식'이 통제하고 있다. '의식'은 마치 나 자신이 완결적으로 삶의 컨트롤러를 쥐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나는 의식적으로 헤엄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무의식적으로 흘러가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가끔은 혼자 사색에 빠지는 시간이 갈급하다. 나 자신과 대화하는 순간만이 진정한 나로 살아가는 순간이라고 생각한 탓이다. 그래서 어떤 날은 카페에 앉아 2시간이고 3시간이고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들이나 고쳐야 할 습관 같은 것들을 떠올리며 메모하곤 했다.
최선을 다해 의식적으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던 때가 있다. 구부정해지려는 내 무의식을 이겨낼 수 있을 때까지 의식적으로 고개를 끊임없이 펼 수 있는 것. 그런 의지를 가진 사람이 되어야 내 고개도 과거의 C자 커브를 되찾을 것이라고 생각한 탓이다. 하지만 꼭 그것만이 답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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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기 계발서를 좋아하지만 자기 계발서를 읽는 것만으로 우리의 삶이 바뀌지는 않는다. 자기 계발서들은 끊임없이 자각하고 의식적으로 바뀌라는 메시지를 던지지만, 책을 덮는 순간 무의식이 우리를 다시 이끄는 덕분에 어차피 우리는 삶의 경로를 쉽사리 꺾지 못한다. 어쩌면 더 중요한 것은, 내 무의식이 움직이게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같은 맥락에서 '자세를 바르게 교정하려면 계속해서 움직이면서 조금씩 바른 자세를 찾아가야 한다'는 말을 떠올리며 살고 있다. 스트레칭과 걷기를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단다. 계속해서 움직이는 것, 그래서 몸이 무의식적으로 바른 자세를 찾아가는 항상성을 믿으라는 것인가 보다.
너무 열심히 살지 말자. 대충 하자는 뜻은 아니다. 삶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하고 싶은 것과 해야만 하는 것을 구분하자. 삶을 진정으로 충만하게 하는 것은 포근한 봄날씨, 좋아하는 사람과의 수다, 맛있는 신상 디저트 같은 것들이다.
내일은 조깅을 하면서, 어릴 적 좋아하는 노래를 들어야겠다. 너무 숨이 차면 잠시 멈추고 벤치에 앉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것도 좋겠다.
그렇게 조금씩, 무의식으로 기억하는 삶을 만들어 가기.